“기초연금이 바람직하게 발전하려면 노인 빈곤을 줄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노후소득 보장제도인 국민연금과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다음 세대의 재정적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국민연금이 직면한 위기는 재정이 아니라 노인 빈곤이 될 것”이라며 “노인 빈곤을 줄이려면 기초연금을 저소득층에게만 지급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은 전체 가구와 비교할 때 66.7%의 평균 소득을 얻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인 아일랜드(65.9%) 다음으로 낮다.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OECD 평균의 3배가 넘는 45.1%다. 이유가 뭘까. 바로 공적연금제도가 성숙하지 못해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박근혜정부 기초연금 확대… 노인 70% 수급
기초연금은 국가와 자녀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어르신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됐지만 가입하지 못하거나 그 기간이 짧아 연금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4년 7월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전환되며 액수가 최대 2배 늘었다. 박근혜 정부는 전체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하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재정부담을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인정해 수혜대상을 소득 하위계층으로 축소했다.

보건복지부는 만 65세 이상의 노인 중 경제 하위 70%, 수입과 재산을 합해 소득인정액이 일정수준 이하일 경우 기초연금을 지급한다.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 인터넷 복지로에 신청하면 매달 최대 20만2600원, 최소 2만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기초연금 소득기준은 단독가구 100만원, 부부가구 160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


기초연금 도입 이후 2013~2014년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4.1%포인트 하락했다. 이용하 실장은 “기초연금이 노인빈곤을 완화하는 데 도움됐으며 수급자 2000명을 조사한 결과 92.5%가 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초노령연금은 임시적이고 한시적인 성격이었던 반면 기초연금은 영구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노후보장제도의 전환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선진국, 수차례 연금개혁… 노인 대부분에 지급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유럽은 어떨까. 노후연금 수급자 한명이 매달 받는 평균 금액은 한국 34만5700원, 독일 98만원이다. 독일 노인이 한국 노인보다 3배 가까이 더 많은 연금을 받는다.

선진국들은 그동안 수차례 연금개혁을 추진했다. 해외 기초연금제도들을 살펴보면 일부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다가 대상과 급여를 점차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대부분의 노인에게 지급한다. 나라마다 다소 다르지만 연금액수는 은퇴 전 급여 평균의 15~40% 를 보장한다.

선진국의 경우 기초연금을 운영하다가 국민연금 성격의 소득비례연금을 시행했지만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을 먼저 도입한 후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초연금을 만들었다. 영국과 일본은 보험방식의 기초연금을 채택한 반면 한국은 조세로 재원을 마련한다. 국민연금은 연금보험료로 재원을 마련하지만 기초연금은 나랏돈, 즉 세금으로 충당한다.

따라서 정부가 노년층의 소득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소득으로 인정하는 항목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 연금 등 다양하다. 봉급생활자가 유리지갑을 가진 것과 달리 노인이 자영업을 하는 경우 신고내용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용하 실장은 국민연금제도가 성숙할수록 기초연금의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노인 빈곤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기초연금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라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초연금 개혁이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Q&A로 풀어보는 기초연금 궁금증

- 기초연금 신청은 어떻게 하나.
▶2014년 7월1일부터 기초연금 신청이 시작됐다. 이미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경우에는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 처리됐다. 하지만 새로 신청하려는 사람은 주민센터, 국민연금공단, 인터넷 복지로 중 하나를 선택해 직접 방문하고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주민센터는 주소지 관할에서, 국민연금공단은 어느 지사에 방문해도 신청이 가능하다. 신분증과 기초연금을 지급받을 통장사본이 필요하며 인터넷 신청 시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한다. 만 65세 이상의 한국 국적을 가진, 주민등록이 된 경우에 한해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만 65세 생일이 속하는 달의 한달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연금 수급권자 및 배우자는 기초연금 수급대상에서 제외된다.

- 기초연금을 신청하려면 비용이 드나.
▶최근 기초연금 접수비 명목으로 어르신들의 금품을 갈취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모르는 사람이 기초연금을 신청해주겠다며 접근할 경우에는 절대 응하지 말고 즉시 경찰서에 신고해달라. 기초연금 신청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 기초연금 신청에서 탈락하면 다시는 받을 수 없나.
▶기초연금 신청 후 탈락했더라도 선정기준이 개선돼 수급이 가능할 수 있다. 기초연금 신청 시 이력관리를 신청하면 해마다 보건복지부가 어르신의 소득과 재산을 조사해 지급이 가능해진 경우 안내한다. <도움말 : 보건복지부>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