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삶의 기본이자 의식주 중 가장 큰 비용이 드는 주거비 지출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청년들의 주거환경 격차가 점차 심해지는 형국이다. 특별한 소득이 없는 대학생의 경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명확하다.

이는 지난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한 이른바 '수저 계급론'과 궤를 같이한다. 부모의 연소득과 가정환경 등 출신 배경에 따라 청년들의 주거환경이 달라진다는 것. 다시 말해 '금수저'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흙수저'는 반지하나 옥탑방을 전전한다는 의미다.


<머니위크>는 극과 극을 달리는 청년들의 주거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현재 서울 마포구 모 대학교에 재학 중인 동갑내기 2명의 집을 찾았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두사람의 주거환경 간극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오피스텔 내부 전경. /사진=성동규 기자

◆월세 80만원… 연예인 이웃 둔 '금수저'
고향이 전남 목포인 장하일씨(가명·28)는 동교동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한다. 장씨의 차를 얻어 타고 그의 집으로 향했는데 지하 주차장에는 외제차가 즐비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층에 유명 음악가의 기획사가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곳의 임대료(전용 32.25㎡)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0만원. 대학생은 물론 웬만한 직장인도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장씨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워낙 든든한 가정환경 덕분이다.

그의 부모는 모두 현직 변호사로 구체적인 연소득을 잘 모른다고 했다. 덧붙여 자신은 용돈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0년 대학입학 당시 부모에게 받은 종잣돈 7000만원을 주식 등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중국주식형펀드에 손실이 발생해 생활하기가 조금 빠듯해졌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장씨의 한달 생활비를 살펴보면 월세 80만원, 관리비 20만원, 국산 중형차 장기렌트비 40만원, 식비 40만원 등 200만원에 육박한다.

장씨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기자의 머릿속과 기분이 왠지 모르게 복잡해질 때쯤 그의 방이 있는 7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카드키를 찍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는 유리벽과 곳곳에 설치된 CCTV가 눈에 띄었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들어선 그의 방은 한눈에 봐도 깔끔했다. 내장형 냉장고와 가구, 드럼세탁기, 인덕션, 에어컨, 벽걸이TV까지 그야말로 풀옵션을 갖췄다. 방은 1명이 쓰기에 적당할 정도로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창 너머로 보이는 공원의 야경이 특히 인상 깊었다.

다만 입지, 교통, 편의성, 설계 등의 장점을 고려해도 월세가 비싸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이곳의 매맷값은 2억원선으로 3.3㎡당 약 2000만원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부동산114 집계) 3.3㎡당 1949만원보다도 높은 셈이다.

취재가 진행될수록 장씨와 기자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졌다. '잘 사는 사람'이 앞으로 더 잘 살 것이라는 질투심마저 솟구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자가보유율은 2012년 72.8%에서 2014년 77.7%로 증가했다. 반대로 저소득층은 52.9%에서 50%로 줄었다. 자신이 보유한 주택에 거주하는 자가점유율도 저소득층은 50.5%에서 47.5%로 줄어든 데 비해 고소득층은 64.6%에서 69.5%로 늘었다.


/사진=임한별 기자

◆월세 20만원… 더 나은 환경 꿈꾸기 벅차
이번에는 허주원씨(가명·28)를 만났다. 그는 보증금 500만원, 월세 20만원짜리 신수동의 한 다세대 4층 옥탑방에 산다. 성인 4명이 누우면 방(26.4㎡)이 꽉 찰 것 같다. 절기가 입춘에 접어들었음에도 방안 공기는 건조하고 입김이 날 것처럼 차가웠다.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게 옥탑방의 특징이라고 너털웃음을 보이는 허씨. 화장실도 비좁아 좌변기에 앉으면 세탁기에 무릎이 닿았다. 화장실과 벽면 곳곳에는 결로 탓에 곰팡이가 폈다.

허씨는 결로가 심할 때는 장안에 물이 맺히거나 심지어 바닥에 물이 고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옥탑방에서 올려다볼 수 있는 고요한 서울의 밤하늘과 다르게 그의 매일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였다.

이곳에 허씨가 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주거비 부담 때문이다. 학교 인근의 지극히 '평범한' 원룸에 사는 건 그에게 언감생심이다. 대구의 한 구청에서 청소일로 대학 뒷바라지를 하는 홀어머니에게 지금보다 더 손을 벌리기가 부끄러웠다고 했다.

군 전역 후 1년간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은 덕분에 생활비는 부족함이 없었단다. 교통비와 식비, 공과금 등 생활비는 40만원 남짓이다. 허씨는 그나마 자신의 사정은 나은 편이라며 현재보다 더 좋은 주거환경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지난해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52만명의 청년(19~34세)이 1인가구 최저주거기준 면적인 14㎡에 미달하거나 독립된 방, 화장실과 주방이 따로 없는 경우 등 주거빈곤(지하·옥탑·고시원 등 포함)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청년들의 사회진출 기반이 약화된 현재의 경제·제도적 상황을 볼 때 이들이 자산을 축적해 스스로 주거빈곤에서 벗어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