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하반기에 한시적으로 시행한 개별소비세 인하정책을 올 상반기까지 연장하면서 불거진 개소세 환급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월에 판매된 자동차에 대한 개소세 환급 여부를 두고 한달이 지나도록 잡음이 여전한 것. 3월 현재 국산차 5개사는 환급을 모두 완료한 반면 대다수 수입차 업체가 환급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일몰됐던 개소세 인하 정책을 6월까지 연장한다고 지난달 3일 밝혔다. 그러면서 형평성을 위해 1월1일부터 2월2일까지 자동차를 구매한 소비자에게도 개소세 인하를 소급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산차와 수입차가 입장차를 드러내 논란이 촉발됐다.

/사진제공=인피니티

자동차의 개소세는 국산차의 경우 공장도 가격에 판매대리점의 이윤이 포함된 출고가격을 기준으로 분기별로 일괄납부한다. 따라서 국산차업체는 오는 4월 납부하는 세금에서 1월분 판매량을 제하고 납부하면 되는 반면 통관시점에 과세되는 수입차의 경우 과정이 다소 복잡하다. 입항가격(통관가격)에 대해 먼저 세금이 납부되고 이후 판매법인과 딜러사의 마진이 덧붙여지는 구조다. 구입자에게 환급분을 먼저 돌려준 뒤 정부에 이를 다시 청구해야 하는 것이다.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국산차보다 환급이 늦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수입차업체들의 대응이다. 일부 업체들은 “이미 1월에 기존 개소세 인하분만큼 깎아 팔았기 때문에 환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1월에 ‘개소세 인하 자체연장’이란 타이틀로 할인을 진행하지 않은 나머지 업체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자체적 환급’은 통상적인 ‘프로모션’으로 진행된 것이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실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송전 부른 개소세 환급

수입차업체들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자 시민단체가 소송에 나섰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이하 소비자연맹)은 지난 9일 수입차 6개사(BMW, 벤츠, 아우디, 포드, 인피니티, 랜드로버)를 사기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정주 소비자연맹 회장은 "1월 판매된 수입차들은 지난해 통관한 차가 많다"면서 "정부에 이미 인하된 개소세를 납부하고도 마치 개소세 할인 해당액을 수입차업체에서 할인해주는 것처럼 행동했다면 명백한 사기 판매"라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해 통관해 들여오며 할인혜택을 받은 차종에 대해 ‘자체인하’라는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사기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1월 통관된 차의 경우 사기판매는 아니지만, 개소세를 환급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반발여론이 거세지고 소송까지 치닫자 몇몇 수입차 업계는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지난 4일 개소세를 환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지난 1월 판매분 중 그달 통관된 차량 30여대에 대해 환급을 진행중이고 벤틀리와 포르쉐 등 슈퍼카 브랜드도 환급에 나섰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가운데)이 지난 9일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 소비자연맹

하지만 모든 수입차업체가 개소세 환급에 나선다고 해도 이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개소세 인하에 따라 업체가 할인판매한 차량의 할인금액 적정성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예로 든 차량은 4430만원의 인피니티 Q50 엔트리트림. 개소세 인하 당시 판매업체는 정상가격에서 50만원을 인하한 4380만원에 차량을 판매했는데 이 가격이 적절한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입차는 입항 후 수입 가격의 8%에 해당하는 관세와 수입 가격의 5%에 해당하는 개소세, 그리고 개소세의 30%를 교육세로 납부한다. 여기에 이를 모두 합한 금액의 10%를 부가세로 납부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개소세 30% 인하(5%→3.5%) 조치를 실시하면 감소되는 세액은 그에 따라 감소되는 교육세와 부가세를 포함해 통관가격 기준 2.145%가 감소하는 셈이다.

만약 개소세 인하분 50만원이 할인됐다면 이 자동차의 통관가격은 2331만원 이하가 돼야 하며 그 이상일 경우 이 또한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비단 이 업체뿐 아니라 수입차의 통관가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업체가 제시한 개소세 인하분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며 “수입신고필증(수입면장)을 확인해 수입원가의 2.145% 금액만큼 제대로 인하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입원가 공개 두려운 수입차업체들

업계에서는 수입차업체들이 개소세 환급에 소극적인 이유 또한 ‘수입원가’ 공개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수입차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마케팅에 들이는 비용을 고려하면 1월 판매분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환급비용이 그리 부담되는 않을 것”이라며 “개소세 환급 문제가 공론화돼 이미지가 악화되는 것을 감안하면서도 환급을 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수입원가 공개에 대한 부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가격은 수입원가에 세금을 매기고 판매사와 딜러사의 마진을 더해 총액이 정해지는데, 수입차업체들은 수입원가 공개를 꺼린다. 자신들의 영업마진이 그대로 노출되고 이는 가격인하 압박이나 부정적인 여론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업체가 1월 판매분에 대해 개소세 환급분을 그대로 고객에게 환급할 경우 이 금액을 토대로 수입원가를 추정할 수 있다. 이 회장이 50만원의 개소세 인하분으로 2331만원의 수입원가를 제시했듯이 말이다. 수입차 업체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개소세인하분 환급을 선언한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이 국산차 브랜드와 같이 환급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해당 소비자에게 개별 공지키로 결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업체는 따로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들에 ‘합의’를 통해 보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