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쿠팡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논란에 휩싸였다. 2014년 쿠팡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 아래 초봉 4000만원 지급과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며 쿠팡맨 채용에 나섰다. 배달직이지만 파격적인 조건의 쿠팡 채용공고는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에게 마른땅에 내리는 단비와 같았다. 당시 쿠팡은 취업준비생은 물론 일반 시민에게도 '좋은 기업' 이미지를 얻었다.


하지만 현재 쿠팡에는 정규직 전환 자격을 갖춘 쿠팡맨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도대체 쿠팡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 정규직 전환율 '한자릿수
'오늘 구매하면 내일 도착하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시작된 지 2년. 로켓배송은 주문 후 2시간 내 빠른 배송과 더불어 배송기사인 쿠팡맨의 센스있는 물품도착 문자메시지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배송기사의 정규직 전환은 업계에서 혁신적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직 쿠팡맨들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은 '가뭄에 콩 나듯'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쿠팡에 따르면 현재 로켓배송을 전담하는 쿠팡맨은 3600여명이다. 이 중 정규직 쿠팡맨은 몇 명이나 될까. 쿠팡 관계자는 "내부 인사와 관련된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쿠팡맨들에 따르면 쿠팡맨의 거점을 뜻하는 내부용어인 '캠프'에서 정규직은 1~6명이다. 한 캠프의 총 인원은 40~60명. 즉, 정규직 쿠팡맨 비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적을까.


쿠팡맨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까다로운 '정규직 면접 대상 선정기준'이다. 쿠팡은 6개월 단위로 비정규직인 쿠팡맨의 정규직 전환을 심사한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기 위한 기준이 깐깐해 면접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쿠팡맨이 대다수라는 것. 현직 쿠팡맨에 따르면 면접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 만족 설문조사에서 만점 가까이 받아야 한다. 또 매일 1시간에 20가구를 방문해야 가장 높은 수준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근태 항목 등은 기본이다. 하루에 12시간 근무하는 쿠팡맨들에게 다소 벅차 보인다.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던 '감성배송'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전과 같지 않은 서비스는 고객 만족 설문조사의 낮은 점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을 믿고 입사한 쿠팡맨들의 한숨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쿠팡은 쿠팡맨 채용시 60%의 정규직 전환율을 강조한다고 한다. 그러나 쿠팡맨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쿠팡맨의 80~90%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속사정은 있다. '쿠팡의 얼굴' 쿠팡맨의 퇴직이 잦다는 것. 한 쿠팡맨에 따르면 2014년 쿠팡맨 1기로 입사한 배송 기사 중 분기 평가에 따라 전환된 정규직은 딱 1명이다. 그는 2년이 지난 현재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규직 혹은 무기한 근로계약 전환 대상자인 1기 쿠팡맨은 없거나 있어도 한두명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장기근속 쿠팡맨이 대부분 퇴직했고 정규직 전환 대상이 적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정규직 쿠팡맨도 안정적인 지위를 얻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쿠팡에 근무한 지 8개월째라는 한 쿠팡맨은 "정규직이어도 한 순간에 자르는 게 쿠팡"이라며 "가차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도 잘리는데 비정규직은 더 불안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달 쿠팡맨 58명은 '쿠팡맨 계약해지에 관한 탄원서'를 통해 3번의 단순 접촉사고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한 동료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낸 바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쿠팡맨의 퇴직은 얼마 남지 않은 장기 근속자나 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급증하는 배송 물량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져 '초보' 배송기사들도 쿠팡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하루 40여개 정도의 물량을 처리하던 쿠팡맨은 최근 120~140건의 물건을 배송한다. 지난해 하반기 입사한 한 쿠팡맨은 "속한 캠프에 동기 10명 중 4명만 남았다"며 "업무 강도가 세고 정규직 전환이 안 될 것 같으니까 일찌감치 포기하고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정규직 비율 공개 안 하는 쿠팡

정규직·비정규직의 논란은 비단 배송기사인 쿠팡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전체 직원의 50%가 비정규직"이라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정규직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공식적 고용 수치는 '직·간접고용'이라는 가치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이는 정규직·계약직 협력사들을 다 포함한 수치로 정규직·계약직을 나누지 않고 다 합친 숫자를 공개한다"고 답변했다. 쿠팡맨은 직·간접고용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쿠팡맨을 포함한 쿠팡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당분간 긍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4000억원 적자설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쿠팡 관계자는 "물류센터 건립, 배송 인력 고용 등 장기적 관점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로 보면 된다"며 "이는 계획된 투자로 인한 적자이며 대규모 투자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여기에 로켓배송의 위법성 시비는 여전히 쿠팡에 부담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쿠팡을 상대로 제기한 로켓배송에 대한 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쿠팡 측은 이로써 위법성 논란이 종결됐다고 말한다. 반면 물류협회는 서울지법이 '어떤 형식으로든 운송의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 반품을 위한 배송비 5000원을 받는 경우 등은 무상 운송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결한 만큼 불법 소지가 있다며 본안소송을 준비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높은 연봉의 배송기사를 채용해 택배비도 받지 않고 회사에서 배송차를 제공하는 쿠팡의 현 상황은 배송업계에서 실현될 수 없는 서비스다. 쿠팡이 미래를 내다보고 통큰 투자를 한다지만 비현실적 무료배송이 가져올 출혈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겠느냐. 쿠팡맨 처우가 기대치를 밑도는 것도 비현실적 투자의 부작용 중 하나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