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된 것을 계기로 투자자의 관심이 자산관리로 이동했다. 물론 금융회사 간 과열경쟁 우려와 절세의 실질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제혜택이 특정상품에만 제공됐던 데 비해 ISA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계좌의 상품전체에 제공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ISA 계좌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제공은 자산관리 대중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재테크 열풍이 불었다. 이 역시도 IMF를 지나면서 금리가 낮아지는 환경에서 수익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이 발전한 결과다. 하지만 자산관리는 재테크보다 더 상위개념이다. 재테크는 자산관리라는 범주 안에서 유망한 투자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얻는 것이고 자산관리는 투자자의 상황을 고려한다는 차이가 있다. 재테크가 아닌 자산관리를 위해 간과하기 쉬우나 꼭 필요한 고려사항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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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수립단계: 소득·지출 규모 파악… 재무목표 수립
소득을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다. 근로소득자라면 연봉계약을 하면서 파악되고 통장에 입금되는 월급이 대체로 준조세까지 공제한 세후소득이기 때문이다. 반면 지출을 파악하는 건 다소 귀찮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이 경우 올초에 있었던 연말정산 서류를 다시 확인하길 권한다. 연말정산에는 현금영수증, 신용카드사용액, 보험료, 월세, 의료비 등 가계에서 발생하는 주요 내역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여기서 소득과 지출의 차액을 구해 잉여금이 나오면 이를 미래의 재무목표 수립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

기업에 비유하면 매출이 수조원임에도 순이익은 매우 적은 경우도 있고 심지어 적자를 보기도 한다. 적자를 보는 기업이라도 사업계획은 당연히 수립한다. 한해의 손익계산서 결산을 통해 이익잉여금을 배당으로 지출할지, 장기사업계획을 위해 투자할지, 단기성과를 위한 마케팅비용에 우선 활용할지를 결정한다. 개인도 가계의 소득과 지출을 파악해 손익계산서를 결산한 후 단기·장기적인 재무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이후 이익잉여금으로 목표달성이 어렵다면 소득과 지출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소득은 조정하기 쉽지 않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같이 개인의 지출내역 중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지출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장세영 기자

◆ 투자준비단계: 금융환경 변화 이해하고 포트폴리오에 관심
뉴노멀이라는 시대적 변화는 저금리환경에서 투자의 방향을 기존과 달리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마이너스금리가 등장해 금융의 이론을 다시 쓰고 있다.


많이 알고 있는 원금이 두배가 되는 금리와 시간 사이의 관계인 ‘72법칙’을 떠올려보자. 얼마전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88>에서 언급된 15%의 금리로 투자하면 4.8년 후에 원금이 두배가 된다. 하지만 현재의 기준금리 1.5%로 계산하면 무려 48년이 지나야 원금이 두배가 된다. 낮은 금리로는 이전과 같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대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투자형자산에 올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투자에는 손실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이런 경우 포트폴리오 형태의 운용이 필요하다. 소액으로 적립식투자를 할 때도 자산유형별로 표준 비중을 정하고 이에 따라 1만원이라도 쪼개 운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소액일수록 일부자산에 소위 ‘몰빵 투자’하는 경향이 많은데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기억하자.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로 운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노하우가 쌓인다. 막상 큰돈이 생겼을 때도 이 노하우가 바탕이 돼야 큰 손실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 투자실행단계: 글로벌자산 충분히 활용하라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투자비율이 13%로 미국(55%), 일본(70%)에 비해 크게 낮다. 국내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편인데 국내시장에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내시장은 글로벌자산시장의 4%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4년 이상 성장이 제한된 시장국면으로 충분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앞서 저금리를 경험한 선진국의 투자자도 글로벌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했으며 주요 연기금도 자국시장 투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ISA를 포함한 비과세 계좌에서도 세제혜택을 충분히 활용하려면 해외투자가 유리하다. 왜냐하면 최고의 절세상품이 국내주식이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국내 세법상 국내주식은 매매차익이 이미 비과세되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의 해외투자는 배당소득이란 명목으로 환차익, 채권, 주식매매차익이 과세대상이기 때문에 세제혜택이 있는 계좌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투자의 원칙에서도 해외투자는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글로벌시장은 국내보다 기대수익이 높은 시장과 위험이 더 적은 시장이 공존한다. 따라서 투자대상을 다양화하면 효과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포트폴리오의 기본적인 지배원리는 동일한 기대수익에서는 위험이 적은, 동일한 위험에서는 기대수익이 큰 자산을 선택하는 것이다. 글로벌자산을 포함
했을 경우 기대수익과 위험이 개선되는 효과가 많이 나타나는데 지역적인 위험의 차이, 개별국가들의 경제변수 영향의 시차 등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자산관리라는 본질은 자산의 크기와는 상관없다. 소액의 적립식금액이라도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재무목표 달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자산관리의 본질은 어떻게 불리는지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산관리는 인생의 중요한 자금이 소요되는 목표의 중요도, 목표까지의 기간, 투자자산 외의 월급 등 인적자산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목표, 기간, 중요도를 감안해 투자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ISA를 통해 비과세혜택만이 아닌 본인에게 맞는 자산관리의 노하우를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