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지주와 은행이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했다. 주요 은행장들의 임기가 후반부로 접어든 상황에 은행장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줄 친정체제 이사회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이사회는 은행장들의 임기 후 거취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나고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말로 예정됐다. 사실상 2년 안에 시중은행의 수장이 전부 교체되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불안정한 금융환경에 수장의 교체시기까지 맞물린 은행권. 이번 주주총회에서 드러난 은행들의 지배구조와 경영전략을 살펴봤다.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은행장 리더십 강화, 조직안정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은행장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이사회를 구성했다. 민영화와 전산통합 등 굵직한 이슈를 앞둔 두 은행이 은행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안정에 무게를 둔 것. 최근 우리은행은 사내이사로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과 남기명 국내그룹장을 선임하고 이광구 은행장 단독체제에서 3인 체제로 변경했다. 은행의 국내영업을 책임지는 두 사내이사는 국내 영업수익을 끌어올려 주가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민영화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또 사내이사들은 이 행장의 임기 연장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취임 당시 조속한 민영화 의지를 드러내며 임기를 2년으로 정했다. 임기만료까지 약 8개월의 시간이 남았지만 투자자 확보가 어렵고 주가상승이 지연되는 탓에 이 행장의 임기 연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이 행장의 임기 연장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논의가 이뤄질 경우 사내이사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동건 사내이사는 옛 한일은행 출신으로 상업은행 출신 이 행장의 임기 연장에 한일 출신 직원들의 화합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행장과 함께 행장 후보에 올랐던 인물로 직원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 행장이 직접 해외를 돌면서 해외투자자 유치에 나서는 등 민영화 달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임기 내 민영화 달성이 어렵다면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1년 6개월 은행장’으로 불리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지만 이번 주총에서 김정태 회장, 김병호 부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등장하면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번 하나금융의 사내이사는 지난해 3월 하나금융이 김정태 회장 1인 사내이사 체제로 바꾼 지 불과 1년 만에 지배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함 행장 중심의 경영체제 구축이 돋보인다.

함 행장은 사내이사 선임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로 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2년이 남아있고 추가 연임 가능성도 높아 속단하긴 어렵다. 구 외환은행장을 맡았던 김한조 부회장은 3월 말 비상무이사직의 임기가 만료됐고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주와 계열사 간 원활한 업무협조체계를 구축하고 그룹의 주력자회사인 KEB하나은행과 협업을 강화해 통합은행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주 사내이사를 2명으로 늘리기로 했다”며 “6월 전산통합이라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는 만큼 함 행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화학적 결합을 원활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핀테크 등 신성장동력 확보나서

이른바 신한사태, KB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른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경영안정에 초점을 뒀다. 은행권에서 1등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두 은행은 올해 핀테크와 해외네트워크 확대 등 미래 먹거리사업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디지털금융부문 강화를 위해 핀테크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인 호 사외이사는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금융위원회 핀테크 정책자문단 위원과 글로벌핀테크연구원 디지털커런시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인 뱅크 메트로 익스프레스와 센트라타마 내셔널뱅크를 인수했고 조만간 점포를 출범할 계획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미얀마에서도 국내은행 최초 은행업 예비인가를 획득했으며 베트남 영업점 4곳의 인가를 받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임 사외이사가 핀테크전문가로서 이사회의 전문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 베트남과 미얀마에 지점을 넓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온라인 비대면채널 확대, 글로벌 강화 등을 추진한다. 올해 중점과제로 ▲핵심사업부문의 수익 창출 ▲고객 요구에 빠른 대응 ▲미래성장사업모델 구축 ▲글로벌비즈니스 역량 강화 ▲그룹경영 체계관리 등을 제시했다. 영업압박에 따른 임직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사 간 합의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KB국민은행은 노동조합과 1분기 노사협의회를 개최하고 노사 안건을 교환했다. 노조 측은 “사상 초유의 배당 소식에 허탈함을 느끼는 직원이 많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바란다”고 전했고 은행 측은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환경이 어렵지만 노사가 지혜를 모아 최선의 방안을 찾자”고 답했다.

윤종규 회장은 주총에서 “1등 금융그룹이 되려면 수치적·재무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직원이 1등이 돼야 한다”며 “노사가 협력해서 한목소리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