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가 회사지분을 매입하면 증시에서는 호재로 작용한다. SK케미칼이 그렇다. 최창원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SK케미칼의 지분을 늘렸다. 그의 가족이나 특수관계자의 지분도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계열분리를 위한 행보라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주주도 기업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자사주식을 매입한다.
지난해 SK케미칼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다만 주가는 유가 하락이라는 악재와 성장 기대감이 맞물리며 꾸준한 상승세다. 특히 최 부회장의 지분매입은 투자자에게 SK케미칼의 매력을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의약품에 ‘반등’ 실적에 ‘주춤’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증시 훈풍에 힘입어 상승세를 거듭하던 SK케미칼의 주가는 불과 한달 사이 2014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미국 금리인상 신호가 나타나며 외국인들의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 주가는 다시 안정을 찾으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본격적인 상승세로 접어든 계기는 지난해 12월 자체 개발한 신약 혈우병치료제의 유럽 시판 허가 신청을 하면서부터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2월22일 자체 개발한 혈우병치료제인 ‘NBP601’(CSL627)의 시판 허가를 유럽의약품감독국(EMA)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시판허가를 신청해 심사단계를 진행 중이다. 혈우병이란 X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 응고인자(피를 굳게 하는 물질)가 부족해져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을 말한다. 1만명당 한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병으로 알려졌다. 이 치료제는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FDA에서 승인받으면 파트너업체인 CSL로부터 마일스톤으로 약 50억원이 유입될 전망이다. 이후 매출액에 따라 연간 5%의 판매로열티도 얻는다.
지난해 SK케미칼의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SK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269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7.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49억원으로 23.2% 줄어들었다. 실적감소의 원인은 지분 57.4%를 보유한 핵심자회사 SK가스의 실적이 연결로 잡혔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SK케미칼의 연결기준 사업부 매출 중 75%가 SK가스에서 발생한다. 본업인 정밀화학과 수지사업 등은 16%, 바이오·제약부문은 7%를 차지한다.
LPG가스의 수입과 판매사업 등을 영위하는 SK가스는 지난해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매출이 30%가량 감소했다. 또 LPG 수입가격의 하락은 재고손실로 이어져 영업이익 또한 줄었다.
서근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경제침체와 생산과잉으로 반등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다만 올해는 유가가 저점을 확인하는 구간으로 판단돼 앞으로 유가반등 시 SK가스의 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창원 부회장 지분매입 ‘호재’
유가 하락의 악재와 신약 시판의 호재가 뒤섞인 상황에서 SK케미칼 주가의 맥을 잡아준 이슈는 최창원 부회장의 주식 매입이다. 최대주주인 최 부회장은 지난달 4일 SK케미칼 주식 63만9391주(지분율 2.63%)를 매입했다. 이번 매입으로 최 부회장의 보유주식은 413만1560주까지 늘었다. 지분율도 보통주 기준으로 14.37%에서 17.0%로 높아졌다. 최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합치면 20.71%로 늘어난다.
최 부회장은 2014년부터 계속 지분율을 높여왔다. 지난해 말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주식 43만2169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증권가에서는 최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SK케미칼 경영권 강화목적도 있지만 백신 등의 신규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시장에서도 최 부회장의 확신처럼 올해는 SK케미칼의 연구개발(R&D) 성과가 빛을 발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본다. 먼저 그린케미칼(GC)사업부에서는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PPS) 판매가 올해 본격화된다. PPS는 자동차나 전기전자 분야에서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경량화 소재다. 특히 이 PPS는 일반자동차보다 무게를 더 줄여야 하는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에 2~5배 이상 사용된다. 전기차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PPS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케미칼의 PPS는 친환경 공정과 자체기술로 원가를 절감해 영업이익률 30% 이상이 예상된다”며 “앞으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 미국의 솔베이, 일본의 도레이가 과점하던 PPS시장에서 약 20%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케미칼은 백신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세포배양방식의 인플루엔자 3가 백신(A형 2종, B형 1종)을 개발했고 올해 B형 1종을 더 추가한 4가 백신도 출시할 예정이다. 또 SK케미칼이 보유한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파이프라인의 가치도 주가에 긍정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무진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폐렴구균 백신시장은 2020년까지 13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SK케미칼이 보유한 두가지 폐렴구균 백신 파이프라인은 현재 임상 중이거나 소송 중으로 이를 해소하면 2017년쯤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3월부터 SK케미칼의 보고서를 낸 증권사 4개의 평균 목표주가는 10만8250원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SK케미칼 종가인 7만9900원에 비해 35%의 상승여력이 존재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