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으로 추진했던 법안인 탓에 이른바 ‘김영란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은 앞으로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이 확정된다. 공식 시행일은 오는 9월28일이다.
김영란법은 당초 고위공직자에만 초점을 맞췄던 초안과 달리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작 포함돼야 할 국회의원은 빠지고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과 배우자까지 포함되며 약 400만명으로 적용대상자가 늘었다.
이를 두고 정부·여당과 일부 언론에선 ‘내수경기 위축’, ‘인간관계 단절’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농·축산·화훼업계, 고급식당 등을 중심으로 원칙 없는 적용대상 확대와 낮은 접대비 기준을 조정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지만 반대론자들의 근거를 들여다보면 몇가지 허점이 보인다. 권익위 시행령안의 골자는 1인당 식사비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제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이 시행되면 비싼 회, 한우, 레스토랑의 매출이 뚝 떨어지고 농축산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반대론자들의 세부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김영란법 시행령안은 권익위가 김영란법의 입법취지,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나타난 일반국민의 인식수준, 상호부조 성격의 경조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액을 설정한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른바 3·5·10 기준에 동의한다는 얘기다.
특히 권익위가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김영란법의 경제적 효과를 연구한 내용을 보면 선물 수요는 불과 0.8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5만원이라는 선물 기준이 결코 낮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백화점 사이트나 오픈마켓을 살펴보면 4만9000원대 난, 과일세트, 한우세트, 전복세트 등 고급선물세트가 수두룩하다.
청탁과 뇌물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 때문에 내수가 위축된다는 주장 자체가 터무니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공직자들에 대한 지나친 고액 선물을 금지하고 있는 조항 때문에 우리나라 국가경제가 위축된다면 대한민국은 뇌물공화국이란 말과 다름없다”며 “금품수수나 고액 선물은 강력하게 단속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인간관계가 얼어붙을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다. 국민적 눈높이에서 보면 권익위의 가액 기준이 결코 낮지 않은 데다 '더치페이'를 하는 게 인간관계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다.
한 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내수경기 위축이나 인간관계가 단절될 것이라는 주장은 권익위 기준치를 초과한 접대를 받았던 이들이 다급해서 하는 너무 나간 이야기”라며 “시행령안의 미비점을 보완해 부정한 청탁을 막는다는 입법 취지를 더욱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권익위 시행령 안에는 상한선만 두고 가액 기준에 대한 횟수 제한이 없다는 구멍이 있다. 이에 따라 한 가게에서 여러번 나눠서 결제하는 ‘쪼개기 결제’, 음식점이나 술집을 자주 옮겨 다니며 결제하는 ‘메뚜기 결제’ 등의 꼼수가 등장할 여지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사회의 관습으로 자리 잡은 접대문화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의 맹점을 이용한 다양한 편법이 동원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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