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성과연봉제 도입 점검회의 금융노조위원장 참여요구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대한 금융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지휘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성과주의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은 은행 내부에서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위한 자체 인사제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나 앞으로 성과주의 문화가 확산되면 연봉제도의 전반적인 틀을 수정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시중은행 대부분은 호봉제를 적용한다. 관리자급을 제외한 대다수 직원들은 성과와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연봉이 올라가는 구조다. 은행의 성과평가는 지점과 영업점 단위로 이뤄진다. 성과와 상관없이 연봉이 올라가는 직원이 많다 보니 인건비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개별평가가 별도로 이뤄지지만 승진 등 진급심사에 반영될 뿐 연봉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성과연동형 임금피크제·동기부여 프로그램 실효성은?
통상적으로 은행 직원들의 보수 개편은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우선이다. 직원의 직급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차등 적용하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은행들은 인사제도, 교육프로그램 등으로 간접적인 성과주의 문화를 실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초 40대 부서장을 대거 발탁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부지점장·지점장급은 승진기간도 단축해 근무성적이 우수한 직원의 고속승진 기회를 열어주기로 했다.
신한은행의 '성과연동형 임금피크제'는 개인 성과에 따라 임금피크 연령을 차등 적용한다. 성과가 높은 직원은 임금피크제 대상인 만 55세가 돼도 이전에 받던 월급을 그대로 받으면서 일을 계속할 수 있다. 올초 신한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상자인 1961년생 140명을 평가한 결과 50명이 성과를 인정받아 임금피크제 적용에서 제외됐다.
KB국민은행은 제반 평가에서 개선 및 변화가 필요한 직원을 대상으로 '동기부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4월 처음 실시한 동기부여 프로그램에는 직원 30여명이 참여했고 업무교육, 면담, 멘토링 등의 교육을 받았다. 이들 중에선 2명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현업에 복귀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성과주의 문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된다. 임금피크를 앞둔 고임금자에 국한된다는 점과 동기부여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순간 저성과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보수체계를 손대지 않고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성과, 역량, 리더십 등을 평가하는 자체 성과모델에 성과연봉제가 추가되면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초읽기… 후폭풍 불까
시중은행의 관심은 기업은행에 쏠려있다. 기업은행이 이달 안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중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 중에서 시중은행의 특성이 가장 많은 곳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업은행이 성과연봉제 도입의 모범사례가 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기업은행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한 개인평가제도 설계안을 사내 인트라넷에 공개했고 노조와 합의 후 시행날짜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산업은행에 이어 기업은행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은행권 전반에 성과연봉제 도입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본다. 단, 노사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진행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외부 컨설팅업체에 의뢰,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어내는 데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는 은행의 특성에 따라 초임보수, 성과보수 등을 정하는데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시중은행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결사반대하는 의사가 뚜렷한 만큼 국책은행보다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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