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를 찾은 시민들이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 여성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처음 보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숨지게 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의 범인 김모(34)씨의 반감은 처음부터 여성에게만 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서울경찰청(서울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에 따르면 범인 김씨의 이상 행동이 심해진 건 청소년기 때다.
외아들로 태어나 가족과 거의 단절된 생활을 하며 자란 김씨는 청소년기부터 기이한 행동을 보이며 또래와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그의 이상증세는 스무 살이 갓 넘은 2003년부터 피해망상으로 커져 ‘누군가’를 대상으로 한 형태로 변했다.
김씨와 심리면담을 한 이상경 서울청 프로파일러는 “여성에 대한 반감을 갖기 전에는 피해망상 증상이 막연했던 것 같다”며 “김씨 어머니 진술에 따르면 누군가 자기 욕을 하는 게 들린다거나 다른 집 대문을 부숴 놓는다던가 하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증오 대상의 범위가 2년 전부터 ‘여성’으로 좁혀졌다.
이 프로파일러는 “김씨가 2년 전부터 여성들이 확실히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해 주체나 내용은 명확한 부분이 없이 막연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한 이후 여자가 나에게 담배 꽁초를 던졌다”, “지하철에서 여성들이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등의 진술을 했다.
이 때부터 김씨의 뇌리에는 온통 ‘여성으로 인한 피해’로 가득 찼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씨는 20대 초반에 다니던 한 교회의 교리교육 코스를 2년 전에 재입학했고, 여기서 여자들이 유독 자신을 견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김씨의 이 같은 주장은 좀 더 명확한
정신분석 감정 등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씨는 지난 17일 오전 1시25분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초반의 A씨를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특히 이 사건 이후로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면서 남녀 간 비방으로까지 확대되며 또 다른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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