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인천 영종도 왕산 마리나로 미디어를 초청, 7년 만에 변경한 E클래스를 공개하고 시승행사를 열었다. 일반적인 시승행사와 다른 건 도로주행보다 첨단안전기능을 체험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는 점이다. 미리 알아야 할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어졌고, 독일에서 온 본사 강사들이 직접 시승행사에 참여해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시승은 영종 마리나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전망대를 왕복하는 코스에서 진행됐고, 마리나 안 공터에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Intelligent drive) 안전기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벤츠 신형 E클래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자율주행에 다가서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벤츠가 새로운 E클래스를 내놓으며 가장 강조한 건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다. 운전자가 차를 모는 동안 '똑똑한 운전자 보조시스템이 편안함과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했다.
‘드라이브 파일럿’시스템은 적응형 크루즈컨트롤시스템(ACC)과 같은 개념이다. 시스템 이름은 어렵지만 조작법은 쉽다. 운전대 왼쪽 뒤편에 자리한 작은 레버의 버튼을 누르고 앞뒤로 움직여 속도를 맞추면 된다.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운전자가 미리 정해둔 속도로 달릴 수 있고 조향보조시스템의 도움을 받으면 차선도 알아서 유지해준다. 앞차가 멈추면 따라 멈춘다. 도로 공사 등의 이유로 차선이 사라지는 경우엔 앞차의 궤적을 따라 달릴 수도 있다. 자율주행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ABA) 기능도 체험했다. 실제 주행시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스테레오카메라와 레이더시스템을 통해 주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사고가 예상되면 운전자에게 경고한 다음 반응 여부에 따라 차가 스스로 멈춰서는 기능이다.


특히 이 기능은 교차로나 횡단보도에서의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차로를 가정한 곳에서 차가 튀어나오자 신형 E클래스는 이를 감지하고 빠르게 멈춰섰다. 또 도로에 갑자기 보행자가 나타났을 때도 스스로 멈춰섰다.

다만 이 시스템은 운전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아야 제대로 작동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운전자가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을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사고가 예상되는 상황에 놀라 운전대를 돌리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면 운전자가 사고를 피하려는 것으로 인지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반응이 늦어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운전자가 운전대를 살짝 건드리자 장해물과 충돌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마이클 와이코프(Michael Weykopp) 인스트럭터는 “다른 차나 사람을 발견하고 스스로 멈춰서는 기능은 사고를 완전히 막는다기보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개념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대형 와이드 LCD가 2개

인테리어는 신형 E클래스의 특징 중 하나다. 문을 열고 실내를 들여다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놀라게 된다. 특히 새로 적용된 와이드스크린 콕핏 디스플레이는 운전대 뒤부터 센터페시아까지 이어지며 차의 다양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실제론 12.3인치 모니터 2개가 나란히 설치된 형태지만 그냥 볼 땐 하나의 커다란 모니터로 보인다.

모니터는 터치가 되지 않는 대신 운전대와 MMI 조작레버에 터치센서를 심어놨다. 운전대를 쥐면 양쪽 엄지손가락이 닿는 곳에 작은 터치패드가 있다. 왼쪽 센서는 왼쪽 모니터, 오른쪽 센서는 오른쪽 모니터의 컨트롤러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몇번 써보면 금세 적응된다.

시트는 꽤 편하다. 오래된 소파처럼 푹 가라앉는 게 아니라 부드러우면서도 몸을 단단히 지탱해준다.

인테리어 곳곳에서 원가절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만 티가 잘 나지 않는다. 요즘엔 이런 티를 덜 내는 게 기술로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


벤츠 신형 E클래스 내부.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시원한 가속감, 탄탄한 주행질감 '의외'
이날 시승한 건 E300 익스클루시브 4매틱 모델이다. 구형은 3.5ℓ엔진이었지만, 신형은 2.0ℓ터보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245마력, 최대토크는 37.7㎏·m이다. 출력은 다소 줄었지만 힘이 세져 가속할 때 느낌이 훨씬 좋다. 게다가 9G트로닉 9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강한 힘을 빠르고 부드럽게 전달한다.

구형의 주행모드는 모드별 주행질감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신형은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인디비주얼로 구분된다. 특히 스포츠와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선 벤츠가 아닌 다른 브랜드 차를 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빠르게 달리며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려도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다.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반대로 에코와 컴포트는 기존의 중후한 주행느낌을 유지했다.

의외였다. 메르세데스-벤츠 중에서도 꽤나 점잖은 중형세단 E클래스의 변신이 놀라울 만큼 인상적이었다. 플래그십 세단인 ‘S클래스’를 쏙 빼닮은 모습에다 살며시 스포티함을 더했고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파격적인 요소를 담았다. 심지어 주행느낌도 확 달라졌다. 조심스러움보단 자신감이 느껴질 만큼 역동성을 추구한다. 새로운 E클래스는 10세대 모델로 거듭나며 그동안의 노하우를 모두 집어넣고 최신 트렌드까지 반영했다. 새로운 E클래스는 “역시 벤츠”라는 말이 절로 나올 차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