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제일모직만 취하고 주가는 반납한 모양새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한 이후 삼성물산은 ‘주가하락세’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3월부터는 더욱 가파르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지금이 삼성물산의 주식을 매수할 ‘적기’라고 전망한다. 근거가 무엇일까.
/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주가 추락, ‘영업가치 손실’이 원인
합병 이후 ‘영업가치 손실’로 부진한 주가흐름을 기록한 삼성물산은 지난해 9월1일 합병 이후 주가가 36.5% 하락했다. 특히 건설부문 영업손실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지속됐다. 카타르 도하메트로 프로젝트의 계약해지(8000억원 규모) 등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또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합병시너지는 커녕 실적부진도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에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합병 이후 9개월이 지났고 문제점이 노출될 만큼 됐다는 의견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 9개월가량 경과했기 때문에 여러 문제점이 이미 다 노출됐다”며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삼성물산 주가의 경우 실적악화와 지배구조 모멘텀 부재로 부진했다”며 “앞으로 지배구조 변환 시 지주회사로서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주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로직스 상장으로 반등 기회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한 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키우기 위함이란 분석이 이를 증명한다.
현재 그룹 성장의 축을 담당하는 부문은 ‘바이오’와 ‘제약’이다. 바이오·제약사업은 2010년 삼성이 제시한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현재 가장 집중하는 사업부문이다. 특히 삼성물산의 비상장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분율 51%)는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심사를 준비 중이다.
상장 이후 자회사들의 바이오의약품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1.2%를 보유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6개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거나 완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2020년 3공장이 완공될 예정이다. 1공장(연 3만ℓ)과 2공장(연 15만ℓ)을 합쳐 초기 생산능력(capa)이 연 36만ℓ까지 확대되면 세계 1위 바이오CMO업체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연 30만ℓ)과 스위스 론자(연 28만ℓ)를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 완공이 확실시되는 2020년의 매출액을 92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4400억원으로 예측했다. 정승규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30년까지 잉여현금흐름(FCF)을 토대로 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가 1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은 삼성물산의 주가향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바이오·제약분야는 높은 이익률과 성장성으로 세계 각국이 집중투자하는 유망산업이다. 실제 전세계 바이오·제약은 연평균 7.6%의 성장률을 보였고 영업이익률은 전자산업의 3배, 자동차산업의 7배에 달한다.
◆실질적 지주회사, 수혜 예상
삼성물산의 주가는 현재 날개가 꺾인 형상이다. 하지만 삼성그룹 지주회사로서 앞으로의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물산이 비상장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뿐만 아니라 삼성계열사들의 실질적 ‘모회사’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최근 삼성SDS가 물류사업을 분할키로 공식화하면서 ‘삼성물산의 사업재편’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져 수혜 예상에 힘을 싣는다.
삼성물산 주가는 연초 대비 10% 이상 빠졌다. 시가총액은 지난해 합병 직후 일시적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3위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7위다. 최근에는 삼성물산 합병이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합리적이라는 법원판결도 나왔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의 부담이 가중됐고 이런 상황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재편 재추진 가능성으로 연결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SDS의 물류사업 경쟁력 강화와 삼성물산 사업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삼성SDS 물류사업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조회공시 3개월 이후에는 입장을 변경하더라도 공시번복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후 합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이 삼성SDS의 현금재원까지 목표로 한다면 삼성SDS가 IT사업부를 매각하고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이 유리하다”며 “삼성물산은 물류사업 확보로 실적을 개선하고 현금재원을 활용해 지주사체제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그룹 사장단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SDS 물류사업이 삼성물산과 합병될 수밖에 없다는 증권가의 전망이 계속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을 모태로 삼성생명, 삼성전자, 기타계열사의 지배구조여서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는 삼성물산”이라며 “(삼성물산이)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한다고 봤을 때 중장기적으로 상승모멘텀을 보유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