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다시 달린다. 2분기 실적이 반도체 사업부의 활약에 힘입어 기존의 예상을 뒤엎고 시장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면서다. 글로벌시장의 우호적 환경과 국내증시 재평가 움직임도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일제히 상향된 실적 전망을 내놓고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예상된다며 주가가 신고가를 경신하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사진=머니투데이DB

◆ 외국인이 이끈 삼성전자 주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1일 129만원선에서 출발한 삼성전자는 6거래일 만에 142만원선을 돌파하며 지난해 4월 수준까지 올라섰다. 시가총액이 20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가 짧은 기간에 10% 넘게 급등한 것.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15%까지 확대됐다. 이 기세라면 역대 최고가인 158만원을 넘어서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급등을 연출한 주포는 외국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삼성전자를 팔아치운 외국인은 지난 1분기 삼성전자가 깜짝실적을 공개하자 매수세로 돌아섰다. 그러던 중 중국의 A주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지수에 포함되면서 주가도 흔들릴 우려가 커졌다.


MSCI EM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펀드 자금은 7425억달러(약 882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중국 A주가 포함되면 한국 주식의 비중이 낮아져 외국인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 세력도 삼성전자에 달라붙었다. 지난달 11일부터 31일까지 삼성전자의 평균 공매도 비중은 20%에 육박했다.


하지만 주가가 예상처럼 하락하지 않으면서 공매도 물량의 숏커버링(환매수)이 들어왔다. 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며 달러 약세를 등에 업은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증시에 유입됐다. 이달 초부터 외국인은 불과 6거래일간 2200억원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주가 급등은 외국인의 수급적 측면이 강해보이지만 기대보다 높은 수익성 구현 가능성과 원·달러 환율 상승효과도 영향을 미쳤다”며 “주가가 상승 추세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부품산업 호조… 2분기 실적 ‘활짝’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 추세를 이끄는 요인은 2분기 실적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을 내놓은 24개 증권사의 평균 영업이익 전망치는 6조9000억원 수준이다. 가장 높은 추정치는 IBK투자증권이 내놓은 7조7900억원이고 가장 낮은 추정치는 미래에셋증권의 5조9160억원이다. 특히 이달 들어 실적 전망을 발표한 6개 증권사의 평균 영업이익 전망치는 7조5000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2분기 양호한 실적 전망이 나온 배경은 3D낸드(NAND) 사업부의 약진이다. 3D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는 2013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반도체다. 정보를 저장하는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기존 플래시 메모리보다 용량과 속도를 대폭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일반 플래시 메모리가 1층짜리 주택이라고 했을 때 3D낸드는 아파트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IT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디램(DRAM)의 경우 2위권 업체들과의 영업이익률 격차가 1년 전 10%포인트 정도에서 현재 2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며 “3D낸드를 적용한 SSD시장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확대된다면 삼성전자는 반도체부문에서 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애플이 2017년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모델에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패널을 채택한 점도 삼성전자 실적 전망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삼성전자가 지분 84%가량을 보유한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OLED패널을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다.

◆ 목표주가 ‘상향’… 특별한 것 없다는 지적도


양호한 실적 전망에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했다. 이달 들어 보고서를 낸 6개 증권사 중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올린 증권사는 대신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4개사다. 이들은 165만~180만원을 제시하며 기존보다 평균 10.85% 높은 목표주가를 잡았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2분기 실적과 주주이익 환원정책 강화,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확대,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등에 주목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기존 추정치를 5.6% 밑도는 765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휴대전화 매출액은 추정치보다 2.9% 떨어진 23조1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1분기 15.8%에서 17.1%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 효율성 강화와 전사적인 비용 절감 노력의 효과가 나타나 매출은 떨어지지만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되는 시기로 지난 2년간을 보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시기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T 하드웨어업체들의 주가재평가는 산업의 성장, 시장점유율 상승,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가 동시에 이뤄질 때 가능했다”며 “하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경우 영업이익 증가를 제외하고 특별한 개선이 없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주가재평가를 이끌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