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은행 본사입니다. 5년간 연 4%대의 동결된 금리로 마이너스대출 가능합니다. 한도도 필요하신 금액에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기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국내 시중은행의 한 곳이고 자신은 은행 본사 직원이라며 마이너스대출을 받을 것을 권했다. OO은행이 확실하냐고 되묻자 시중은행에 정식으로 등록된 콜센터 번호를 안내하며 자신의 이름과 직함인 △△△ 대리를 찾으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전화를 끊고 콜센터에 문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라고 했다. 콜센터직원은 '금융사기'에 연루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다시 휴대전화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기자는 OO은행에 연락을 했는데 △△△ 대리가 없는 직원이더라며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전화를 받은 직원의 답변이 말 그대로 가관이다.
"은행 내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대리는 OO은행 직원이 맞습니다."
기자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해 대출을 받고 싶다고 하자 그는 △△△ 대리가 다시 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일이 지나도록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저금리로 유혹한 후 수수료 챙기고 잠적
최근 들어 줄었던 대출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 올 들어 피해건수가 조금씩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횡행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저금리로 대출해준다고 안내한 후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입금하도록 요구한 뒤 자취를 감추는 수법을 쓴다. 금융지식이 있는 사람은 단번에 대출사기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쉽게 당할 수 있다. 특히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금융지식이 있다고 해도 속아 넘어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출사기는 유형이 여러가지다. 이 중 가장 기승을 부리는 대출사기 수법이 보이스피싱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보이스피싱 월평균 피해금액은 117억원이며 피해건수는 3058건에 달했다.
이번처럼 금융회사를 사칭한 대출사기도 꾸준히 발생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보이스피싱 사기 건수는 3680건이며 이 중 대출사기형은 2932건으로 80%의 비중을 차지했다. 나머지 20%는 이번처럼 검찰이나 금융회사를 사칭한 수법을 썼다.
◆본사 직원 사칭하면 무조건 피해야
대출사기범은 불특정 다수에게 시중에서 출시하지도 않는 상품을 사라고 유혹한다. 신용정보 조회 없이 원하는 한도를 맞춰줄 수 있다는 식으로 선량한 시민을 유혹한다. 한 예로 마이너스(신용)대출을 연 4%대로 5년간 같은 금리로 출시된 금융상품은 우리나라에 없다. 전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든 금융상품이다.
따라서 이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선 대출을 권유하는 사람이 해당회사에서 실제 근무하는 직원인지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전화로 대출영업을 하는 사람은 대출모집인인 경우가 많다. 정식으로 등록된 대출모집인은 금융감독원 대출모집인 통합조회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은행 본사 직원이라고 할 경우엔 가급적 전화를 끊는 것이 현명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본사에서 대출영업을 하는 경우는 없다"며 "누군가 은행 본사 직원이라고 사칭하면 100% 금융사기"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