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제조·유통 과정에 특수관계사 끼워 넣어
내부거래로 마진율 조정, 법인세 부담 줄였나
외산담배 제조사인 BAT코리아가 독특한 사업구조로 세금부담을 줄이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0일 국내에서 담배를 제조·판매하는 담배회사 4곳(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JTI코리아)의 전자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BAT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910억원, 매출원가 2515억원 기록해 매출원가율이 64.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의 매출원가율은 40.6%(매출 8108억원, 매출원가 3292억원), JTI코리아의 매출원가율은 53.8%(매출 1937억원, 매출원가 1043억원)에 그쳤다.
이들보다 더 비싼 원료(국산 잎담배)로 담배를 제조하는 KT&G의 매출원가율은 39.1%(매출 4조1698억원, 매출원가 1조6306억원)다.
BAT코리아 사천공장 전경. /사진=BAT코리아
매출원가율은 영업활동의 능률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다. 통상 동일업종에서는 이 비율이 낮은 기업이 수익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는 담배제조, 영업, 판매 법인이 분리된 BAT코리아의 독특한 사업구조 탓으로 분석된다. BAT는 경남 사천에 위치한 제조공장(별도 법인)에서 생산한 담배를 Rothmans Far East B.V.KoreaBranch Office(이하 RFE B.V.KBO)에 판매한 후 BAT코리아가 다시 높은 가격에 매입해 국내에 유통한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RFE B.V.KBO에 담배 매입, 관리서비스계약에 따른 지급수수료 등으로 2736억원을 지급했고, 수입금으로 받은 금액은 112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다른 3개 경쟁사들과 달리 담배를 ‘제조→판매’하는 중간 단계에 회사를 하나 더 끼워 넣어 유통까지의 과정이 하나 더 생긴 만큼 매출원가율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매출원가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수익성은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세금부담도 줄어든다는 것. 앞서 BAT코리아는 2011년에도 유사한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BAT코리아는 매출원가율이 98.8%를 기록(2010년 기준)한 것으로 나타나자 절세를 위해 고의로 매출원가율을 올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논란이 일고난 직후인 2011~2014년에는 각각 매출원가율이 64.9%, 71.1%, 77.5%, 72.4%를 기록했다. 2010년과 비교하면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쟁사에 비해선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 실제 절세 여부가 직접적으로 비교가 가능한 자료도 있다. 2011년 BAT코리아와 필립모리스코리아의 재무제표를 비교해보면 당시 BAT코리아는 매출액 5478억원, 매출원가 3557억원(매출원가율 64.9%),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 211억원을 기록해 법인세로 64억원을 납부했다.
반면 필립모리스코리아는 매출 5790억원, 매출원가 2218억원(매출원가율 38.3%),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 1567억원을 기록해 법인세로 379억원을 냈다. 양사가 비슷한 매출을 기록했지만 법인세 납부액은 6배가량 차이가 난 셈이다.
BAT코리아와 필립모리스코리아는 모두 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국내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양사 사업구조의 눈에 띄는 차이는 제조와 판매 사이에 특수관계사가 있느냐 없느냐 정도다.
이와 관련해 BAT코리아가 공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RFE B.V. KBO로부터 매입한 금액에 이전가격조정액(-446억원)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의 회사에서 제조와 판매를 같이하면 되는데 왜 제조, 판매, 중간 유통 법인 등을 분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내부거래를 통해 세금을 줄이기 위한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BAT코리아 측은 “과거 매출원가율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나서 국세청 조사도 받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드러났다”며 “기업 고유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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