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10일 인천 송도에 자리 잡은 포스코건설의 신사옥. 임직원 약 1300명이 서울 강남을 떠나 이곳에 새 둥지를 틀었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송도시대의 개막을 적극 알리며 송도국제도시에 입성한 국내 첫 대기업임을 자부했다. 정준양 당시 포스코 회장은 준공식 기념사에서 “포스코건설은 글로벌 송도의 미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 후. 포스코건설은 송도사옥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송도사무소를 짓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부도를 맞으며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2010년 송도사옥 준공식. /사진제공=포스코건설

◆3600억 지급보증 섰다가 대위변제
포스코건설은 2002년 미국 부동산개발회사 게일(The Gale Company)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을 이끌었다. 그중 하나가 포스코건설 송도사옥이다. 송도사옥은 지하 5층~지상 39층 높이의 쌍둥이빌딩으로 송도국제도시의 랜드마크다.

그러나 지난해 임용빈 전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대표가 과거 임원으로 있던 포스코건설에 공사비 수백억원을 이사회 승인 없이 넘겼다는 의혹과 함께 수사를 받았다. 포스코건설의 송도사업은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


송도사옥은 포스코건설과 특수목적법인 PSIB가 공동소유하고 있었다. PSIB는 포스코건설이 송도사옥을 건립하려고 만든 회사다. PSIB는 송도사옥 건립 당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기업어음(CP)을 받아 공사비용을 마련했고 포스코건설이 지급보증을 섰는데 금액이 3566억원에 달했다. 이후 PSIB는 포스코건설 송도사옥의 관리와 임대사업을 맡아왔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와 해외사업의 부진, 공사장의 잇단 안전사고로 수주실적이 급감하며 포스코건설과 PSIB의 경영난이 가시화됐다. 지난 6월 PSIB가 은행으로부터 만기연장을 거절당하고 어음을 상환하지 못하자 포스코건설이 대위변제해 송도사옥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포스코건설이 송도사옥을 매각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장 유동성 위기를 막으려면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안에 송도사옥을 매각한다는 입장이다. 늦어도 8~9월까지 인수의향자를 찾아야 한다. 포스코건설은 세일 앤드 리스백(Sale and Lease Back)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사옥을 팔고 임차료를 지불하면서 계속 입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일 앤드 리스백은 부동산투자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많은 기업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2010년대 이후 부동산투자 수익률이 5~8% 정도로 낮아지고 장기불황이 전망되자 유동성 문제가 생기거나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기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보유자산을 처분했다.

문제는 3600억원에 달하는 가격이 시장에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송도사옥은 공실이 절반에 이르고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라 헐값 매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채무상환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3.3㎡당 800만원선을 받아야 하는데 시장에서 보는 적정가격은 더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사진제공=머니투데이 DB

◆영업활동 위축, 보유자산 계속 매각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6월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S&P는 포스코건설의 해외 플랜트사업이 부진해 앞으로 1년 동안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포스코건설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27억원에 그쳤다.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규모는 4배가량 증가했다. 1분기 미청구공사 금액은 1조1000억원이다. 미청구공사는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동성차입금은 8090억원으로 지난 한해 영업이익 2477억원의 3배를 넘는다.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부채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1년 사이 적자규모가 2배 가까이 늘어 마이너스(-) 4050억원에 이른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1310억원 적자에서 430억원 적자로 줄었다. 보유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포스코건설이 보유자산을 계속 매각할 것으로 전망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에 포스코건설 주식을 매각해 1조24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 계약으로 포스코건설은 약 4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건설이 올해 다시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경영이 심각한 위기라는 신호다. 한 회계업계 전문가는 “송도사옥 매각이 성공해도 현금흐름이 불안하지만 매각이 지연될 경우엔 유동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재무제표상 당장은 현금이 차입금보다 많아 보이더라도 우발채무가 다음 분기에 반영되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특히 상장회사의 투자자들은 관계기업이나 종속기업에 지급보증한 기업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