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청구. 29일 새벽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고인이 안치된 안치실 입구를 지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남기 농민 부검 영장이 발부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어제(28일) 오후 8시30분쯤 경찰이 신청한 백남기 농민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발부했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석했다 경찰이 살수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중태에 빠졌다. 이후 병원에서 사경을 헤메다 317일만인 25일 오전 사망했다.
백씨 사망 후 경찰이 사인파악을 위해 시신 부검을 요구하자 유족 등은 강하게 반발해 불침번을 서며 빈소를 지키기도 했다. 이후 경찰이 1차 부검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추가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경찰은 영장을 재신청해 이날 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다.
다만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면서 '집행 방법'에 제한을 뒀다. ▲부검장소는 유족 의사를 확인하고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원하면 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할 것 ▲유족이 희망할 경우 유족 1~2명, 유족 추천 의사 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을 허용할 것 ▲부검 절차 영상을 촬영할 것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의 조건이다.
법원 관계자는 "사망원인 등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하되, 부검의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부검의 방법과 절차에 관해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백씨 유족들은 백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의한 외상성뇌출혈로 사망한 게 분명하다며 영장 발부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5일 백씨가 사망할 당시 사인을 '급성신부전증'이라고 공식발표했다. 하지만 사망진단서에 급성신부전증은 '중간선행사인'으로 기록돼 있다. 선행사인은 급성 경막하출혈, 직접사인은 심폐기능정지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백씨 장례식장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사망진단서 맨 아래 칸에 쓰는 선행사인을 원 사인이라고 하는 게 맞다"며 선행사인으로 기록된 급성 경막하출혈이 백씨 사망원인임을 강조했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으면서 생긴 외상이 원 사인이라는 주장이다. 급성 경막하출혈은 외부 충격으로 두개골과 뇌 사이 '경막' 아래에 피가 고이는 것을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밤엔 집행할 계획이 없다. 내일도 유족과 접촉해 의견을 듣는게 우선이다. 유족 의견을 최대한 고려할 것"이라며 부검 영장 집행에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백씨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영장 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백씨 유족·백남기투쟁본부 등은 이날 오후 10시30분쯤 백씨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 반대 입장을 다시금 확인했다. 백씨 장녀 도라지씨는 "저희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이들의 손이 다시 아버지에게 닿게 할 수 없다"며 부검에 반대했다.
한편 마이나 키아이 유엔(UN)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이날 "유족의 뜻에 반해 백씨 시신을 부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키아이 보고관은 또 "영상을 통해 보았을 때 물대포 사용이 백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분명하다. 민중총궐기에서의 경찰 물대포 사용에 대한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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