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포털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네이버는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맞았고 카카오는 외부 인사 영입으로 인적 쇄신에 나섰다. 이에 따라 각사의 미래전략도 달라질 전망이다. 네이버는 해외사업 추진, 카카오는 내실 다지기를 목표로 각각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내정자. /사진제공=네이버
◆첫 여성 사령탑, 국내외 사업 박차
네이버는 지난달 20일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 부사장을 김상헌 대표의 후임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8년만의 대표이사 교체이자 첫 여성CEO 선임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이번 대표 승계는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내부적으로 오래전부터 마련된 CEO 승계프로그램을 통해 준비됐으며 업무 인계 후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한 내정자는 섬세함과 추진력을 동시에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컴퓨터잡지 기자로 시작해 검색업체 엠파스의 전신인 '시티스케이프' 팀에서 경험을 쌓은 후 2007년 NHN 검색품질센터 이사로 합류했다. 이어 네이버서비스1본부장을 거쳤고 지난해 1월부터 네이버의 서비스총괄부사장을 맡았다. 다른 포털 내용까지 모두 검색되는 ‘열린 검색’이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네이버 안팎에서는 한 내정자를 대표적인 ‘사업형CEO’로 평가한다. 웹툰과 웹소설 등 문화콘텐츠의 수익화 모델을 안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서다. 한 내정자는 인터넷업계 최초로 웹툰에 부분 유료화 모델을 적용했고 콘텐츠 창작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PPS(페이지 수익 배분) 프로그램 정착을 주도했다.
그간 네이버는 ‘관리형CEO’인 김상헌 대표를 수장으로 국내 포털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지적재산권 전문 판사에서 LG그룹 법무팀장을 지내며 쌓은 내공으로 김 대표는 네이버를 둘러싼 각종 법적 이슈에 대응했다. 국내 인터넷 독점 및 지배력 남용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후문. 최근 네이버가 주력하는 소상공인, 창작자와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김 대표는 스몰비즈니스를 한 내정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내년 3월 경영고문으로 물러날 계획이다.
한 내정자의 몫으로 남겨진 소규모 창업가와 창작자 육성프로그램 ‘프로젝트 꽃’은 그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네이버서비스의 성공적인 모바일 데뷔를 이끈 한 내정자는 프로젝트 꽃을 통해 창업자들의 고민을 줄여줌과 동시에 플랫폼사업자로서 또 한번의 변신을 꿈꾼다. 그는 “스몰비즈니스와 창작자들이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우리 경제에 분수효과를 일으키는 중요한 주체로 활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네이버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번 대표이사 내정은 굴지의 해외 IT기업과 경쟁하겠다는 네이버의 청사진이 포함됐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김 대표와 함께 2선으로 물러나 유럽·북미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구글, 페이스북 등과 상대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한 내정자의 역할도 커졌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글로벌시장에 통할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한성숙 내정자는 글로벌 전진기지의 수장으로서 네이버를 탄탄하게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사진제공=카카오
◆외부 인력 수혈, 내실 다지기
네이버가 ‘한성숙 체제’를 알린 다음날 카카오는 새로운 인력 영입 사실을 밝혔다. 네이버의 초록색 검색창과 분당 사옥 ‘그린팩토리’ 건축 디자인을 주도한 조수용 JOH 대표가 그 주인공. 조 대표는 카카오의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조 부사장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네이버 전신인 NHN에서 디자인을 총괄했다. 그는 카카오의 기업브랜드와 서비스 전반에 대한 사용자 경험, 디자인, 마케팅 등을 이끌 예정이다. 그는 “‘생활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브랜드 가치를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카카오브랜드의 온·오프라인 사용자 경험을 세심하게 다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O2O(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에 주력하는 카카오에게 직관적인 디자인은 필수다. 조 부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최적화된 UI·UX 개선으로 사용자를 ‘카카오’라는 플랫폼 안에 ‘락인’(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의 인력영입은 임지훈 카카오 대표의 의지로 이뤄졌다. 임 대표는 앞서 구글 인사팀 출신인 황성현 인사총괄 부사장과 네이버 출신 여민수 광고사업 부사장, 이진수 웹툰·웹소설 콘텐츠 부사장 등을 공격적으로 영입,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수익모델의 부재’라는 비판을 타개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부문인 콘텐츠·광고 분야를 강화하려는 의도다. 지난해 남궁훈 엔진 대표를 카카오게임즈로 데려온 것도 주 수익원 중 하나인 게임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중이 깔렸다.
카카오는 외부 인력 수혈로 다각적인 수입원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내실을 다지면서 해외시장에 적합한 형식의 서비스를 모색한다는 것. 당분간은 사용자가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요구를 완결하는 구조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는 수익이 나지 않지만 내년에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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