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 때 출사표를 던지며 한 말이다. 하지만 그는 낙선했고 당시 대권을 잡은 김영삼 정권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로부터 24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그때와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이나 고위공무원이 아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그 측근이 권력을 좌지우지하며 기업을 괴롭혔다. 권력의 이양이 과거보다 더 후퇴한 셈이다.
최순실씨는 고위공무원도 아니고 정치경험도 전혀 없는 민간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공기업과 민간기업 인사에 관여했고 외교에도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롭지 못한 것은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최순실씨와 그의 측근에게 특혜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전혀 관련이 없는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검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일부 은행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순실씨나 그의 측근이 마음만 먹었다면 국내 모든 시중은행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을 텐데 단 두 은행만 접촉해서다. 물론 여기서 그칠지는 검찰 조사를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기자는 이쯤에서 의문점이 생긴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특혜를 요구하면 이를 거절할 수 있는 은행이 과연 얼마나 될까. 총수체제인 대기업도 벌벌 떠는데 최고경영자(CEO) 선임 방식인 은행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자칫 현직에서 물러나거나 해당 은행이 검찰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없는 죄도 만들 수 있는 게 권력의 힘이다. 대들면 어떤 식이든 은행이 지는 구조다.
물론 은행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 특혜대출 의혹에 휘말린 곳은 명명백백하게 사실관계를 밝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만 기자는 정권과 은행 간 불편한 구조를 꼬집고 싶다. 권력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이들을 억누르고 이용한다.
70~80년대 유행한 관치금융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게 대한민국 금융계의 현실이다. ‘은행은 신뢰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지금의 은행은 권력을 이용해 먹고 살아야 한다. 고객은 차순위로 밀렸다.
구태를 철폐하는 것은 은행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그의 측근이 먼저 권력을 내려놔야 한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금융개혁이며 글로벌 금융으로 나아갈
성승제 기자
수 있는 발판이다.대통령 하야와 최순실씨를 처벌하라는 시위가 오늘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우리를 더 답답하게 하는 것은 24년 전 그가 외쳤던 ‘권력의 괴롭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24년 이후 즉 2040년의 대한민국이 지금과 다르길 바란다면 권력형 비리 척결부터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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