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DB
서울 16개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입주 5년 이하 새 아파트 전세가격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주택시장에서 전·월세 거주자는 ‘집 없는 설움’의 대상으로 인식되지만 새 아파트 전세처럼 집 살 능력이 되지만 일부러 임차하는 거주자라면 ‘내 집 마련’은 선택의 문제일 뿐 설움에는 해당사항이 없는 양상이다.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조사 결과 서울지역 입주 5년 이하 아파트(새 아파트) 전세가격은 3.3㎡ 당 1791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 평균 매매가격은 3.3㎡ 당 1886만원으로 큰 격차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입주 시기 별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을 비교하면 입주 후 10년이 초과된 아파트는 3.3㎡ 당 1811만 원으로 새 아파트 전세가격과 비슷한 가격을 형성했다. 새 집 전세가격이면 헌 집은 충분히 매입 가능한 상황.
구 별 평균 매매가격을 비교해 보면 서울 25개 구 중 16개 구의 매매가격은 새 아파트 전세가격 보다 낮았다. 주요 지역을 살펴보면 ▲중구(1775만원) ▲영등포구(1681만원) ▲종로구(1642만원) ▲동작구(1642만원) ▲강서구(1474만원) ▲서대문구(1410만원) ▲동대문구(1344만원) 등의 순으로 3.3㎡ 당 매매가격이 새 아파트의 전세가격보다 낮았다.
◆새 아파트 전세금으로 노후아파트 산다
실제로 새 아파트 전세가격으로 같은 지역 내 다소 노후 된 아파트의 매매가 가능하다. 3분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현황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전용면적 84㎡ 전세를 구할 경우 2014년 입주한 ‘마곡엠밸리 15단지’는 4억원(5층)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서구 가양동에서 1999년 입주한 ‘한보아파트’ 매매가격은 3억9000만원(5층)이다.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탄다면 1000만원을 남기고 내 집 마련이 가능한다.
마찬가지로 노원구 중계동에서 2014년 입주한 ‘한화꿈에그린 퍼 퍼스트’ 전용면적 59㎡의 전세가격은 3억4000만원(13층). 반면 1999년 입주한 ‘삼성아파트’ 전용면적 59㎡의 매매가격은 2억8300만원(17층)이다. 5700만원을 아끼고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수준이다.
강동구 성내동에서도 동일면적 기준으로 새 아파트 전세에서 헌 아파트 매매로 갈아타면 투입 비용을 아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급된 지역 외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은 쉽게 확인된다.
◆거주 편의성 높은 새 아파트 거주 이유도 분명
결국 ‘새 아파트 전세거주’는 개개인의 선택에 의한 결과일 뿐 과거처럼 집 없는 설움의 대상으로 해석되기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업계 시각이다.
통계수치와 거래 사례들처럼 새 아파트 전세가격이 동일 면적, 동일 층의 노후아파트 매매가격을 뛰어넘기 때문.
과거에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노후아파트 매매가격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도 있었다. 하지만 5층 이하 저층아파트가 대부분 재건축된 이후 10층 이상의 중층아파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가상각(재화의 사용기간에 따른 할인요인)이 매매가격에도 반영되는 분위기다.
현재처럼 사상최저 수준의 금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전세물건 공급이 부족하고 감가상각 요인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에 반영된다면 새 아파트 전세가격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따라서 거주 안정성에서 장점이 큰 ‘내 집 마련’이 새 아파트 전세거주자에게 선택지 중 하나로 다가온 상황을 바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다만 기존주택을 매입하는 대신 새 아파트 전세 거주를 선택할 만한 분명한 이유도 존재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공급되는 새 아파트는 거주 편의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하고 최신 기술과 시스템 적용으로 관리비용 절감이 쉽다는 장점이 있고 같은 면적이라도 베란다 확장과 수납공간 다양화로 공간 활용도가 높은 특징을 지닌다”며 “게다가 국내외 경제 상황으로 인해 미래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점도 매매 보다는 새 아파트 전세를 선호하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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