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한식 사랑’ 뚝심이 빛을 발했다. 최근 호텔신라 ‘라연’이 국내 호텔 레스토랑 중 유일하게 <미쉐린가이드> 선정 ‘별 3개’ 식당으로 평가받은 것. 별 3개 평가를 받은 식당은 세계적으로 110여개에 불과하며 국내에는 2곳(라연·가온)뿐이다. 전통문화를 향한 이 사장의 오랜 애착이 또 한번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쉐린코리아는 지난 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24곳의 스타(별) 레스토랑을 발표했다. 호텔 중에선 호텔신라의 한식 레스토랑 ‘라연’이 유일하게 별 3개를 받았고 경쟁사인 호텔롯데 프렌치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는 별 2개를 받았다.


◆라연, 미쉐린가이드 별 3개 평가

세계 최고 권위의 식당·평가 안내서인 <미쉐린가이드>는 1900년 글로벌 타이어브랜드 미쉐린그룹 창업자인 앙드레와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가 자동차 여행자에게 필요한 각종 식당과 숙소에 관한 정보를 담아 무료로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평가는 ▲요리재료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일관성 등 5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최고 등급인 별 3개는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을 뜻한다. 별 2개는 ‘멀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식당’, 별 1개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을 의미한다.

김성일 라연 책임셰프는 이날 시상식에서 “라연뿐 아니라 식음업장 모두에게 관심과 격려를 보내준 이부진 사장과 호텔신라 임직원 여러분께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사장의 공을 언급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뉴스1 DB

실제 이 사장은 호텔신라의 한식 레스토랑 ‘서라벌’이 문을 닫은 지 9년째인 2013년, 호텔신라의 외관과 객실 등을 전면 리모델링하면서 한식 레스토랑 라연을 다시 오픈했다. 당시는 업계에서 호텔 한식 레스토랑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축소하거나 없애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 사장은 대세를 따르지 않고 한국전통의 맛을 세심하고 세련되게 표현한 라연을 열었다. 이후 라연의 매출은 현재까지 3배가량 늘었으며 올해에는 <미쉐린가이드> 선정 별 3개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으로 공인받았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이 사장은 호텔 식음료팀에 품질과 서비스를 강조하는 한편 한국전통 조리법을 창의적으로 연구개발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문했다. 이와 관련 라연은 지난해 ‘종가음식 세계화’를 슬로건으로 국내 최고 요리서인 광산 김씨의 <수운잡방>을 기반으로 한 전통 한식요리를 재창조해 선보이기도 했다.

올 4월에는 뷔페 레스토랑인 더파크뷰에서 <수운잡방>의 대표적인 음식 8가지를 신라호텔 주방장들이 재해석해 새롭게 내놨다.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종가음식을 알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 덕에 라연은 주말에 이용하려면 최소 3주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있는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미쉐린가이드> 평가 결과가 더해지면서 앞으로 더 많은 고객이 몰릴 전망이다. 

이 사장의 전통문화 사랑은 한식 외 전통한옥호텔 추진에서도 잘 나타난다. 호텔신라는 지난 3월 4전5기 도전 끝에 서울시로부터 중구 장충동2가 202번지 외 19필지에 지하 3층~지상 3층 규모의 도심형 한옥호텔 건립을 승인받았다. 

이를 위해  부지 4000㎡ 기부채납, 공원 7169㎡ 조성, 대형버스 18대 규모의 지하주차장 건립, 도성탐방로 야간 조명과 CCTV 설치 등을 포함해 약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최초의 도심형 전통호텔이 건립되면 관광객들에게 차별화된 관광숙박시설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한양도성 주변 환경 개선을 통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틀 이건희, 경영능력 입증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로 삼성물산 지분 5.51%(1045만6450주)와 삼성SDS 지분 3.90%(301만8859주)를 보유한 오너 3세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보다 아버지를 더 많이 닮아 재계에선 ‘리틀 이건희’라 불린다.

재계서열 1위 삼성가의 일원인 만큼 대부분이 삼성 주식으로 이뤄진 이 사장의 재산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지난 10일 종가 기준 삼성물산 지분 가치는 1조5684억원, 삼성SDS 지분 가치는 4483억원에 이른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6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을 발표하며 이 사장을 98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른바 금수저 중의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이 사장은 삼성그룹이 필요할 때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해 7월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선 스스로의 역량으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을 잡고 HDC신라면세점 특허권을 따냈다.

최근에는 하반기 추가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에서 다시 한번 정몽규 회장과 손을 잡고 HDC신라면세점 2호 건립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탈락의 쓴잔을 마신 롯데, SK, 현대백화점 등이 칼을 갈고 재도전에 나섰고 신세계DF도 시내면세점 추가 확보를 위해 도전장을 낸 상황에서 이 사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프로필
▲1970년생 ▲연세대학교 아동학 학사 ▲호텔신라 상무·전무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 ▲제일모직 경영전략담당 사장 ▲삼성물산 리조트건설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 ▲호텔신라 사장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