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이 내년에 금융지주사로 재탄생한다. 우리은행 지분매각에 참여한 투자자가 지주사 전환을 꾀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최고경영자(CEO) 재신임, 지주사 지배구조와 관련된 법률 검토일정 등을 감안하면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유력하다.

금융권의 분위기도 심상찮다. 우리금융지주의 출범시기를 상반기로 못 박으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또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참여한 증권·보험사도 우리은행과의 시너지 확대를 위한 사업구상에 분주하다. 올 연말 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우리은행 민영화를 둘러싼 주요 이슈를 짚어봤다.

우리은행 본점. /사진=뉴스1 DB

◆5강 체제로… 중위권 경쟁 ‘후끈’
우리금융지주의 탄생으로 국내 금융지주사 체제가 전면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지주는 KB·신한·하나·NH농협금융지주 등 4강 체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5강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위해 굵직한 주요 계열사를 팔았지만 지금도 자본력과 영업력을 기반으로 지주체제 전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3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자회사 연결 총자산은 334조6000억원이다. KB금융(489조8000억원), 신한금융(489조7000억원), NH농협금융(460조3000억원), 하나금융(410조3000억원)에 다소 밀리지만 증권·보험사 등을 인수해 금융지주의 진용을 갖추면 중위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우리금융은 민영화 과정에서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DGB생명), 우리파이낸셜(KB캐피탈), 우리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 등 계열사들을 차례로 분리 매각했다. 지금은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등 소수만 보유 중이다.

사실상 계열사가 다 잘린 우리금융이 지주사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증권이나 보험사 등 계열사 매입이 불가피하다. 다만 동일한 업계인 증권·보험회사 인수에 과점주주가 동의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인수·합병(M&A)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없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M&A시장에 매물로 나왔거나 지분매각을 추진 중인 곳은 하이투자증권, SK증권, ING생명, KDB생명 등 4곳인데 모두 중소형사여서 우리은행이 지주사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자회사로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점주주 매각에 성공하면서 은행의 지배구조가 실질적 주주로 구성되는 이사회의 견제가 상존한다”며 “지주사 전환은 사외이사 설득이 필수겠으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상승으로 배당이 올라가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에 지주사 전환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 지분 추가 인수 검토
증권·보험업계도 우리은행 민영화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과점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은 우리은행의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한 우리은행의 지분은 4%다. 앞으로 4%를 추가로 인수하면 과점주주 중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지분투자를 1인당 최대 8%까지 가능토록 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우리은행 지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내년에 은행지주사로 전환할 예정이어서다. 한국투자금융은 내년 상반기 지분 54%를 보유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면 금융지주회사법상 은행지주로 전환된다. 따라서 미리 우리은행의 지분을 추가 확보해 은행업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국투자금융의 자회사 연결 총자산은 36조2846억원이다. 자산규모는 4대 금융지주의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 ‘은행-인터넷은행-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에 이르는 탄탄한 라인업을 갖춘 금융지주사로 떠오른다.

생명보험업계에선 교보생명과 2위 자리를 다퉜던 한화생명의 입지가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우리은행 지점망을 활용해 방카슈랑스채널 활용도를 높이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거점이 확대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과 보험상품 판매협약을 체결했다. 중국 안방보험의 자회사인 동양생명도 우리은행 주주가 되면서 국내 입지를 다지게 됐다.

 우리종금에 쏠린 관심, 왜?

우리은행이 민영화 성공을 발판으로 금융지주 전환을 선언하자 계열사인 우리종합금융에 때아닌 관심이 쏠린다. 우리은행이 금융지주 전환을 위해 가장 작은 계열사인 우리종금을 매각하고 증권·보험사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와서다.

우리종금은 종합금융업을 영위하는 유일한 금융회사로 우리금융이 지분 30%를 확보한 뒤 감자 및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늘렸다. 부실금융회사를 인수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은행과 연계사업 등으로 거둔 시너지는 크지 않다. 우리종금은 2014년 당기순이익 23억원으로 적자에서 벗어났으며 지난해 104억원, 올 상반기 11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저조한 실적에도 우리종금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국내 유일한 종금사 라이선스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우리종금이 매물로 나올 경우 이를 인수해 제2의 메리츠종금증권으로 도약하려는 증권사의 눈치작전이 한창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 상반기 17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점포와 인력이 작은 중소형 증권사지만 종금사 라이선스로 호실적을 거뒀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종금사 라이선스는 오는 2020년 만료된다. 따라서 우리종금이 매물로 나올 경우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종금은 국내 유일의 종금업이라는 매력이 큰 만큼 다수의 금융회사가 원매를 희망할 것”이라며 “민영화가 어느 정도 완료된 후 우리종금에 투입한 자본과 장부가치를 감안해 높은 차익이 기대된다면 매각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