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비행기를 타다보면 탑승절차를 마친 후 이따금 후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토잉카(비행기 견인차)에 의한 움직임이다. 일반적으로 비행기는 자력 후진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는 후진이 불가능하다. 회전날개(로터)에 의해 발생하는 양력으로 공중에 뜨는 헬리콥터의 경우 호버링(공중정지)은 물론 로터축을 기울여 후진과 측면이동 모두 가능하지만 비행기는 다르다.

비행기는 날개가 공기와 맞닥뜨리며 발생하는 공기의 흐름변화로 발생하는 힘, 즉 양력으로 하늘을 난다. 이 양력은 추진력으로부터 발생한다. 만약 비행기가 공중에서 후진을 시도한다면 후진은커녕 기체가 정지하기도 전에 추락하고 말 것이다.


◆ 지상후진 가능하다

다만 알려진 것과 달리 비행기에 따라 지상후진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은 자동차의 후진과는 원리가 다르다.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기어 변환을 통해 후진한다. 기어를 리버스(R)에 맞추면 다른 전진기어와 달리 동력 전달과정에서 한 개의 톱니바퀴가 더 추가돼 회전운동 전달방향을 반대로 바꿔주는 원리다.


비행기의 바퀴는 자동차와 달리 동력을 전달받지 않는다. 바퀴는 아무 힘을 받지 않은 채 존재하고 기체에 붙은 엔진이 배기가스를 발생시키면 그 힘의 반작용으로 굴러간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의 후진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보잉777기의 평소 엔진(위)와 역추진 상태의 앤진(아래) /자료사진=유튜브 캡처

하지만 기체가 가벼운 비행기종의 경우 원리상 후진이 가능하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방법은 엔진의 추진력을 반대로 발생시키는 것이다. 엔진 추진력을 거꾸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는 거의 모든 비행기에 장착돼 있다. 엔진 카울을 열고 엔진 내부에서 뒤편을 막아 공기흐름을 역방향으로 바꿔주는 방식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원리상 비행기도 후진이 가능하지만 좀처럼 쓰이진 않는다. 활주로에서 이를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우선 비행기를 후진할 정도로 역추진을 할 경우 엔진과 기체에 엄청난 무리가 온다. 게다가 주변의 사물들을 빨아들이거나 날려버리며 큰 피해를 줄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계류장이나 주기장에서 역추진하는 것은 항공법상 금지돼 있다.

◆ ‘역추진 장치’ 왜 있을까

그렇다면 후진을 사용하지도 못하는데 왜 역추진 장치가 존재할까. 이 장치의 용도는 일종의 ‘브레이크’다. 착륙 과정에서 속도를 줄이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란 것이다.

비행기에는 크게 3가지 제동장치가 있다. 첫번째는 날개의 스포일러 등을 이용해 공기저항을 높이는 것이다. 스포일러는 날개에서 공기의 흐름을 조절해주는 장치인데 기체의 하강에 주로 사용되지만 속도를 줄일 때도 사용된다.

비행기 날개 중간에 직사각형의 판들이 스포일러다.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이와 함께 착륙 시에는 바퀴에 달린 제동장치도 사용한다. 자동차에도 적용되는 디스크 브레이크가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두가지 제동장치만으로는 항공기의 제동이 충분하지 않다.
항공기 엔진의 역추진장치는 충분하지 않은 제동력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노면 상태가 좋고 착륙 이전에 충분히 속도가 줄여졌다면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모든 상황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하거나 노면상태가 미끄러울 때는 역추진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한마디로 역추진장치는 탑승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고마운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