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아파트단지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DB
내년 분양시장은 아파트값 하락요인과 상승요인이 공존하는 가운데 올해 보였던 국지적 과열양상은 수그러들 전망이다. 내년에는 대출규제 및 금리인상 가능성, 가계부채 심화,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기조 등 아파트값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소가 산재해 있다.
여기에 미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와 같은 외교 정책에 따라 국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부동산시장 불확실성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축된 투자심리는 리스크에 대한 적응기를 거치며 저금리 기조 아래 유동자금이 다시 부동산에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역적으로는 공급물량과 개발호재, 규제여부 등에 따라 차별화된 모습을 이어갈 전망이다.
수도권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및 과천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회피를 위한 발 빠른 사업진행이 가격 상승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약 광풍이 불고 있는 부산은 도심 입지의 희소가치가 높은 지역에 수요가 집중되며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가격상승 요인이 뚜렷하지 않고 공급물량 부담이 가중되는 대구·경북 등은 아파트값 약세가 예상된다.
전세시장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할 전망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진행에 따른 이주수요가 많은 서울·부산 등을 제외하면 전셋값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내년에도 전세의 월세전환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신규아파트가 입주하며 전세매물에 여유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으로 올 아파트값 고공행진
올해 아파트시장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돼 시중 유휴자금이 분양시장에 몰렸다. 또 분양시장의 열기가 재건축을 비롯한 재고아파트에도 확산되며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했다.
월별 거래량과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시장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였다.
연 초만 하더라도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의 시행(수도권 2월, 기타 5월)으로 보합수준에 머물렀으나 수도권 분양아파트 흥행이 재건축을 비롯한 재고 아파트시장에도 영향을 끼치며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8·25 부동산대책을 통해 택지공급 축소를 발표한 이후 과열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11·3 부동산대책을 통해 강남4구 및 과천 등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소유권 이전등기 시까지 연장하는 등 분양시장에 대한 고강도 규제책으로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려 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아파트값이 9월 들어 과거(2010년 3월) 전 고점을 회복하고 강남3구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3.3 ㎡당 4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활황세를 보였다.
연 초에는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금융기관들이 주택대출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아파트 값이 약세를 보였지만 리스크에 대한 적응기를 지낸 투자자들은 다시 움직였다.
3월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블레스티지’ 분양성공이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기폭제가 됐고 8·25 대책의 공공택지 공급축소 방침은 기존아파트의 희소가치에 힘을 실었다.
신도시와 경기·인천 역시 서울의 가격상승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고 지역적 개발호재와 매매전환 수요가 뒷받침되며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했다.
지방·광역시는 지역별 상이했다. 부산은 올해(2015년 12월 25일 대비 2016년 10월28일 기준)동안 8.28%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해운대구, 수영구, 연제구 등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와 도시정비사업 진행에 따른 주택 멸실로 매매수요가 줄을 이었다.
강원은 제2영동고속도로, KTX 서원주역 개발 등 교통호재와 평창동계올림픽 호재에 힘입어 올해 아파트값이 2.43% 올랐다.
반면 최근 몇 년 동안 가격이 상승한 대구·경북은 급등한 가격에 대한 피로감에 물량 부담이 가중되며 올해 아파트 매매가격이 떨어졌다.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매매가격 상승을 보였던 대구는 달서구, 달성군 등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2.63% 내렸고 이어 경산·구미 등의 가격하락에 경북도 1.90% 하락했다.
◆저금리 기조 속 전세의 월세전환 지속
전세시장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임대인들의 월세전환은 활발했지만 수요자들이 여전히 순수전세 아파트를 선호하며 가격상승이 이어졌다.
다만 최근 2~3년간 호황기 때 분양된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며 예년에 비해 가격 상승폭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셋값에 대한 부담은 지역별로 차이가 나타났다.
최근 5년간 호당 전세가격 추이를 분석해보면 수도권은 2012년 기준 1억9749만원 이었던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 10월말 기준 3억142만원으로 53%나 상승해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전셋값 상승폭은 컸다.
지방 5대광역시는 5년 전에 비해 34% 상승한 1억8980만원, 기타지방의 전셋값은 23% 상승해 아파트 호당 평균 전셋값은 1억2564만원으로 분석됐다.
수도권은 인천(4.00%)·서울(3.70%)·경기(3.46%) 순으로 상승했다. 위례신도시·하남미사·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대형 택지지구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예년에 비해 전셋값 상승폭은 줄었다.
인천은 계양구·부평구 등 서울 접근이 편리한 역세권 아파트 위주로 전셋값이 올랐고 서울은 서대문·은평·도봉 등 강북권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부산도 도시정비사업 시행에 따른 이주수요로 상승폭이 컸고 세종시는 공공기관의 이전, 생활기반시설의 확충 등으로 인접 충청권 전세수요를 흡수하며 10.20% 상승해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으로 기록했다.
반면 대구(-3.53%)를 비롯한 경북(-1.53%), 충남(-0.96%)은 신규 아파트 공급 부담을 털지 못하고 전셋값이 하락했다.
◆내년 아파트 시장, 불확실성 속 진정국면
올해 분양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뜨거웠던 아파트 매매시장은 금리인상 여부·대선·부동산시장 규제책·가계부채·물량공급 등 다양한 가격변수들에 영향을 받으며 진정 국면으로 접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미국대통령 당선으로 예측하지 못했던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금리인상과는 별도로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대출금리를 상향조정하면서 아파트 매수자들의 자금마련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 들어 박근혜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가 종전 부양에서 규제로 입장을 선회하며 8·25대책, 11·3 대책 등 규제 강화책을 내놓고 있다.
향후 아파트시장에서 과열이 계속될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축소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예고하고 있어 올해와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순수전세 매물의 희소성으로 매매전환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저금리 기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되며 시세상승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여지가 있다.
전세시장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매매시장에서 가격상승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전세 수요가 많아지겠지만 내년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1998년 이후 최대치인 36만9709가구에 달해 전세 매물 찾기가 어렵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국지적으로 이주를 앞두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인근이나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 등은 일시적으로 수급불균형을 이루며 전셋값 상승도 예상된다.
특히 올해 공급 물량(10만5798가구) 과다로 침체를 겪었던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은 2017년에도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13만7869 가구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어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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