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모처럼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기자의 집에서 밤새 술을 마셨다. 그 자리에서 한 친구가 흥에 겨워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오늘 여기서 모두 자고 내일 캠핑 가는 거 어때? 날씨 더 추워지기 전에 말야."
"우리집에 텐트 없는데."
"근처에 OO마트 있더라. 내일 아침에 장봐서 가면 되지."
"그래, 좋다. 떠나자!"


모처럼 가는 남자들만의 여행에 들떴던 친구들의 기분은 OO마트 앞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마트 앞 팻말에는 '정기휴무' 안내문구가 붙어있었다.

우리는 결국 나들이 채비를 거두고 해장이나 하자며 국밥집으로 향했다. 여기서도 친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근데 왜 대형마트는 일요일에 강제로 쉬는 거야?"

이는 유통산업발전법이 발효 중이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국내 모든 대형마트(하나로마트 등 일부 마트 제외)는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질문한 친구가 이런 뻔한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이후 친구에게 최근 국회에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규제 강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매월 2회가 아닌 4회, 즉 매주 일요일은 무조건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것을 골자로 한 유통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라고 말이다. 주6일제 근무 직장에 다니는 친구는 기가 차다는 듯 말을 잇는다.

"맞벌이여서 일요일에 아내와 마트에서 장보는 것이 그나마 주말의 낙인데…."

물론 위 대화는 30대 직장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이야기다. 평소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이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이번 국회 유통법 개정안을 반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일요일에 친구들과 모처럼 즐거운 여행을 가려던 계획이 무산된 데 대한 원망이 아니다. 대형마트 문을 닫는다고 해서사람들이 시장으로 갈까 의구심이 들어서다.대형마트 소비자 대부분은 주간 며칠동안 소비할 재화를 한꺼번에 구입한다. 주5일제가 아닌 직장인의 경우 일요일에 마트에서 장을 봐 한주를 대비한다.

최근 대형마트가 단순 구매처로서의 기능을 뛰어넘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카트를 끌고 오순도순 물품을 구매하는 '마트 데이트'가 로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며, 가족들은 마트에서 쇼핑을 즐기고 푸드코
트에서 식사를 하며 주말을 마무리한다. 이곳에서 여가를 즐기던 사람들에게 일요일 대형마트 강제휴업은 정부의 또 다른 횡포다.
다행히도 아직 이 법안은 심사단계에 있다. 정부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문을 닫는다는 일차원적 발상을 거두길 바란다. 더 나은 상생구조를 물색해야 한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공생할 때 건전한 소비문화도 자리 잡는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