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금융당국은 모뉴엘 사태에 대한 무역보험공사와 6개 은행의 소송결과에 따라 부실대출을 시행한 은행에 추가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협·농협·KEB하나·기업·국민·산업은행은 모뉴엘 불법대출 관련 무역보험공사와 3616억원의 보험금 지급을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모뉴엘의 수출거래가 허위로 판명된 경우에도 보험계약이 성립하는지, 수출채권 매입과정에서 은행이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2016년 12월 말 현재 무보와의 소송에서 농협, KEB하나은행이 승소했고 수협은행은 패소했다. 재판부는 농협, KEB
하나은행에는 ‘허위 수출채권도 보험적용 대상으로 무보가 은행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반면 수협은행은 ‘여신심사에서 은행의 부실정황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모뉴엘에 부실대출을 심사한 기업은행과 KEB하나은행에 기관주의를, 여신심사 직원에게 징계처분 등을 내렸다. 산업·수협은행 등에는 여신담당 직원들이 자체 징계위원회를 거쳐 견책이나 주의 등 비교적 가벼운 징계가 처분됐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모뉴엘 부실대출을 이유로 수출입은행의 전현직 임직원 57명에게 최대 정직 등 무더기 징계에 나서면서 금융감독원의 징계수위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건은 법원의 판결이다. 은행이 모뉴엘 부실대출의 근거인 수출채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부실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금감원도 추가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뉴엘 관련 6곳의 은행과 무보의 소송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종판결까지 기다려봐야 하지만 법원이 불법대출을 승인한 책임을 은행에 물으면 추가징계를 검토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숨 돌린 두 은행, 나머지는 긴장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은 은행들은 일단 무보와의 싸움에서 2승1패인 점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승기를 잡은 농협·KEB하나은행의 절차를 밟겠다는 의도다. 현재 기업은행은 변론기일이 2016년 12월 말이며 국민은행과 산업은행은 2017년 2월 초다.

모뉴엘 사태는 벤처기업 모뉴엘이 해외수입업체와 공모해 허위 수출자료를 만든 뒤 6개 은행에 수출채권을 매각한 수출 사기사건이다. 2014년 벤처기업 모뉴엘은 수출실적을 부풀려 6개 은행에 3조원의 대출을 신청했고 은행들은 무보의 보증을 근거로 수출채권을 받아 모뉴엘에 거액을 대출했다.

6개 은행은 무보에 가입해둔 단기수출보험(EFF)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무보가 모뉴엘에 보증서를 지급했음에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분쟁이 시작됐다.

그동안 은행권은 모뉴엘 사태가 대출과정의 문제인 ‘대출사기’가 아니라 허위 수출기록을 기반으로 보증서를 발급한 ‘보증사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무보는 보증서를 기반으로 한 대출이지만 실제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도 실사를 포함한 여신심사에 책임이 있다고 반발한다. 이른바 ‘선관주의 의무’다.

최종판결에서 패소가 확정되면 은행은 충당금을 100% 쌓아야 하므로 순익에 타격을 입는다.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대부분의 은행들이 모뉴엘 대출과 관련해 충당금을 절반가량 쌓았다.

현재 무보와 소송전에서 판결이 나지 않은 기업·국민·산업은행 등 3곳의 소송가액 총액은 2000억원을 넘는다. 이 중 기업은행이 991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549억원, 산업은행 464억원 순이다. 소송에서 패소하면 소송가액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승소판결을 받은 KEB하나은행은 916억원, 농협은행 588억원이며 패소한 수협은행의 소송가액은 108억원이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별로 각각 개별소송이 진행중이며 재판부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결과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수협 패소, 117억원 충당금 부담
이제 관심은 1심에서 패소한 수협은행에 쏠린다. 수협은행은 1심 패소로 무보가 보증한 약 117억원(999만400달러) 규모의 대출손실을 충당금으로 떠안게 됐다. 공교롭게 2016년 12월 초 독립법인 출범 후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기도 전에 충당금 부담이 생겨 당혹스러운 눈치다. 나아가 모뉴엘 사태에서 지목된 여신심사 및 리스크관리를 맡는 리스크관리본부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공적자금 상환계획도 차질이 생겼다. 수협은행은 오는 2028년까지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상환할 계획이다. 2017년 약 200억원을 조기상환하고 2018년부터 매년 700억~900억원씩 순차적으로 상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장 법원의 1심판결로 117억원이 손실 처리돼 실적 저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자본건전성도 문제로 꼽힌다. 수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바젤Ⅲ 조건을 맞추도록 정부에 5500억원 차입비용을 지원받았다. 2%대의 낮은 금리로 조달해 5년 동안 이자보전을 받았지만 정부 보전이 중단되면 자체 부담해야 한다. 수협은행이 오로지 당기순이익으로 공적자금을 상환, 자본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순간에 충당금 부담은 걸림돌인 셈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수협은행은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승소여부는 대출심사 과정에서 은행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규정할 것인지, 아울러 그 과정에서 과실 유무를 얼마나 증명하는가에 따라 갈릴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사안이라도 각 은행별 대출심사과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은 항소에 나설 경우 대출심사과정에 대한 변론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원태 수협은행장은 “모뉴엘 소송은 수협은행의 여신심사가 흠이 있는 게 아니라 불법수출이기 때문에 보험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라며 “다른 은행과 공조해 지속적으로 소송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