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료사진=뉴시스
CBS에서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의 블랙리스트 관련 증언을 보도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재임한 유진룡 전 장관은 어제(26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김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문체부에서 재임한 유진룡 전 장관은 이날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광범위한 증언을 했다.
유 전 장관은 먼저 자신이 장관직을 그만둔 2014년 6월경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고 말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문화계 인사 9000여명의 명단이 적힌 문건으로, 정부가 정치성향에 따라 이들을 요주의 인물로 관리한다는 의혹이 불거져 파문이 일었다.
유 전 장관은 “리스트를 본 건 2014년 6월경으로 기억을 한다. 퇴임 직전이었다”고 답했다. 또 “리스트 이전의 형태로는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서 문체부로 전달이 됐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작성 이전부터 문화계 요주인물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를 통해 전달 받았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이 장관에 취임한 배경도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제안 전화를 한 박근혜 당선인이) 당신이 와서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일은 그런 사람들(박 대통령 반대 인사들)을 안고 가주는 일이라고 얘기해서,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해 장관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초대 허태열 비서실장이 있을 때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김기춘 실장으로 2013년 8월에 바뀐 이후 대통령이 약속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가령 CJ에 대한 제재같은 것들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 ‘변호인’을 제작할 당시 문체부가 투자를 해 김기춘 전 실장이 못마땅해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 타이틀롤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계속 붙어서 올라가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김기춘 실장이 '쯧쯧' 혀를 차고 굉장히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밖에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순수 문화예술 쪽에서도 반정부적인, 반정부적인 행동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왜 지원을 하느냐? 왜 제재를 하지 않느냐는 요구를 김기춘 실장이 직접 또는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을 통해서 다각도로 문체부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굉장히 허접스럽게 A4용지에다 몇 백 명 정도? 그 정도를 이름을 적어온 리스트가 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중시할 생각도 없어서 숫자를 안 세어봤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리스트 출처에 대해서는 “조현재 차관이 김소영 비서관한테 당신네들이 만든 거냐고 물었더니 김 비서관이 정무수석비서실에서 만든 것이라는 변명을 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후에도 똑같은 답변이 돌아와 모철민 수석과 김소영 비서관은 전달자일 뿐이고 적용시키는 책임은 정무수석비서실에서 지고 있다고 추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정무수석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로, 이후 6월12일 조윤선 현 문체부장관으로 교체됐다.
유 전 장관은 최종적으로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문화예술계 인사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명단이 늘어나는 데 대해서는 “블랙리스트의 일부라고 본다. 정본을 누구도 확실하게 본 적이 없다. 정본을 정무수석실에서 관리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당시 문체부 내부의 분위기도 전했다. 유 전 장관은 “당시에 여러 문체부 후배들이 와서 양심의 가책 얘기를 하고 답답함을 하소연하는 일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유 전 장관은 리스트를 주도한 사람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누구를 지명하긴 힘들다. 합리적 의심을 한다면, 김기춘 비서실장이라고 봐야된다. 그 위까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해 “조직적으로 만들어서 관리를 함으로써 공적인 권력을 완전히 사유화해서 강제하고 차별을 했다. 이건 범죄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검팀은 어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색 대상에는 자택 휴대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