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택배업계는 대부분의 산업이 침체된 와중에 큰 폭의 성장을 거듭했다. 택배업계는 지난해 21억건에 달하는 물동량을 처리했다. 인구 1명당 연간 40회 이상의 택배를 이용한 셈이다. 올해 시장규모는 지난해(4조3438억원)보다 13~14% 늘어난 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몇년간 택배산업은 경기침체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물동량은 전년(18억1596만건) 대비 약 16%가량 늘어났고 연간 6억건 수준이던 2006년에 비교하면 10년만에 3.5배정도 증가했다. 이런 성장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 택배 메가허브 터미널. /사진=대한통운 제공

◆ CJ대한통운의 '독주'


택배시장 성장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것은 CJ대한통운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택배시장 물동량 기준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43% 수준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물동량 증가 대부분을 CJ대한통운이 흡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 성장의 원동력이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의 경제’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CJ그룹은 2012년 대한통운을 인수해 이듬해 CJ GLS와 합병했다. 택배회사들이 기존의 인프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업계 1·2위사의 합병 시너지는 상상을 불허했다. 합병으로 대전·옥천·청원·용인·군포에 5개의 허브터미널과 전국적으로 200개에 달하는 서브터미널을 갖춘 CJ대한통운에 물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것.

탄탄한 물류망과 풍부한 물동량을 기반으로 물류공동화를 실현한 것도 급성장의 비결이다. 물류공동화로 비용이 감소해 경쟁사보다 낮은 택배단가를 제공하면서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낮은 택배단가는 다시 CJ대한통운의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업계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CJ대한통운의 독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당분간 인프라 측면에서 따라올 상대가 없고 미래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도 가장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경기도 광주에 3819억원을 들여 메가 허브터미널을 짓고 있다. 2018년 가동 예정인 이 터미널은 시설과 분류능력 측면에서 아시아 최대규모라는 평가다. 급증하는 수도권 택배물량을 이곳에서 흡수하면 2020년쯤에는 택배시장 점유율 50%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택배 서브터미널 분류설비 완전자동화에도 1227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2018년까지 전국 200여개 서브터미널을 완전자동화한다는 것인데, 분류작업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 기사당 하루 2회 이상의 배송이 가능해진다는 게 CJ대한통운 측의 설명이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소재 한진 동남권 택배 허브터미널. /사진제공=한진

◆ ‘규모화’ 거듭하는 택배업계
CJ대한통운의 독주 속에서 다른 택배사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택배업계 2, 3위를 다투는 롯데글로벌로지스(옛 현대로지스틱스)와 한진의 점유율은 12~13%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3분기까지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매출은 1조3872억원이며 한진은 3972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745억원이다. 1위와 2위권 업체간 3배 이상의 격차가 나는 것.

하지만 이들 역시 규모의 경제 실현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의 관심은 최근 롯데그룹 계열사로 거듭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행보에 집중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11월 롯데그룹이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일호가 가진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대부분 인수하며 설립한 회사다. 업계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존 롯데그룹의 물류회사인 롯데로지스틱스와 합병을 추진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으로 관측한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롯데로지스틱스의 물류 인프라와 물량을 통해 롯데택배(옛 현대택배)의 성장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행보는 오는 2월부터 본격화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로지스틱스와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현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다. 회사 측에서는 부인하지만 두 회사의 인수 시너지 등에 대한 검토가 포함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사무실 이전도 합병설에 힘을 보탠다. 현재 현대그룹 사옥에 입주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사무실은 오는 2월 연세세브란스빌딩으로 이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인근 빌딩에 있는 롯데로지스틱스 또한 같은 달 같은 빌딩으로 이주한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측은 “그룹 내 물류계열사의 시너지를 위한 조치”라며 “합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진도 서울복합물류단지에 위치한 한진 허브터미널 등을 기반으로 물동량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2015년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단지에 동남권 택배허브터미널을 만든 이후 한진은 수도권 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부대전화물터미널을 306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올해는 택배사업의 자동화를 적극 추진하고 운영시스템을 개선해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4위권인 로젠택배 역시 올해 규모의 경제 실현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업계관계자는 “로젠택배는 KGB택배 인수 이후 화학적 결합을 진행하는 과정”이라며 “조만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부분의 터미널을 임차해 사용하며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회사가 지난해 세종터미널을 남대전터미널로 확장·이전한 것은 기존의 성장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투자를 통해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사모펀드와의 인수협상 결렬 가능성이 높아지며 유통회사 혹은 물류회사에 인수될 수 있다는 희망도 내부에선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이 낮지만 로젠택배가 인프라를 확충해 나갈수록 유통기업이나 물류기업에서도 매력적인 회사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