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현대로지스틱스
롯데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종합물류업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현재 택배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중인 CJ대한통운과 양강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까지 거론된다.
◆ 출범 앞둔 ‘롯데글로벌로지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30일 롯데제과 8개 계열사를 동원해 기존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일호’가 가지고 있던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지스일호는 지난 2014년 일본 사모펀드 오릭스와 롯데가 35%, 현대상선이 30%의 지분을 투자해 만든 특수법인이다.
이후 경영권과 지분을 두고 협상이 이어졌고 이 법인이 가지고 있던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88.8%중 71.04%를 롯데그룹 계열사가 나눠 매입하며 롯데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의 직접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
롯데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의 사명을 '롯데글로벌로지스'로 바꾸고 택배브랜드 이름도 현대택배에서 '롯데택배'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롯데그룹의 기존 물류 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와 합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인수에서 롯데로지스틱스는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203만3238주(11.13%)를 매입했다. 그룹 계열사중 4번째로 많은 비중이다.
각 사 로고.
합병이 성사될 경우 매출규모가 CJ대한통운에 육박하는 거대 물류업체가 탄생한다.지난해 CJ대한통운의 매출액은 5조557억원인데, 현대로지스틱스(1조6527억원)와 롯데로지스틱스(2조8916억원)의 매출을 합치면 4조5000억원이다.
두 회사는 영위하는 주요 사업내용도 차이가 있어 합병시 종합물류회사로서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롯데로지스틱스는 그룹사의 대규모 화물을 취급하며 냉장·보통창고업과 물류관리업, 벤더유통업 등을 주로 영위하고 택배업에는 경험이 없다. 반면 현대로지스틱스는 택배와 국제특송 사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지난해말 기준 제3자물류(3PL) 비중은 12.31%에 불과하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합병을 통해 롯데로지스틱스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다소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롯데로지스틱스의 대주주는 L제2투자회사라는 일본법인인데 신동빈 일가가 사실상 간접지배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경제민주화법안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방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런 지배에도 규제가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 ‘택배업계 양강체제’ 구축되나
다만 택배업에 한정지을 경우 ‘롯데택배’가 CJ대한통운 택배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CJ대한통운의 택배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절감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현대로지스틱스는 택배시장에서 한진과 2, 3위를 다퉈왔다. 올 들어 3분기까지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매출은 1조3872억원 수준이며 한진은 3972억원, 현대로지스틱스는 3745억원 수준이다. 1위와 2위권 업체간 3배 이상의 격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
하지만 다른 업체들과 비교하면 롯데택배가 독보적인 2위사로 거듭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을 'A-'로 상향조정한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그룹은 택배 수요가 풍부하고 현대로지스틱스는 그룹 내 유일하게 택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중기적으로 계열과의 사업적 거래관계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계열로부터의 비경상적인 지원 가능성과 금융시장의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롯데택배가 단기적인 급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택배물동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택배물량을 몰아준다 해도 이를 처리할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로지스틱스의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를 예상케 하는 부분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현대로지스틱스는 롯데그룹의 일감을 차차 접수하며 2위사 자리를 확고히 할 것”이라면서도 “택배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CJ대한통운의 자리는 넘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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