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현 정부의 힘이 빠지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며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들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상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 너도나도 법인세 인상 주장
법인세 인상에 가장 적극적인 대선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 대기업 440개의 법인세를 현행 22%에서 3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상공인 간담회’에서 “법인세 인상은 딜레마”라면서도 “대기업에 한해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 전 대표는 명목세율 인상에 앞서 실효세율 인상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법인세 명목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 아니지만 실효세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대기업에 집중된 특혜적 조세감면제도를 고치면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빨라진 대선시계. 법인세 인상. /사진=이미지투데이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나선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문 전 대표와 같은 입장이다. 남 지사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을 제안한다”며 “여기서 확보되는 연간 약 3조3000억원의 재원으로 2022년까지 군 장병 봉급을 최저 임금의 50% 수준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의 또 다른 대선후보 유승민 의원도 법인세를 노무현 정부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에 동의한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국정기조로 내세우며 과세표준 1억원 이하는 13%, 1억원 초과는 25%의 초과누진세율이었던 법인세를 과세표준 2억원 이하는 10%, 2억원 초과 200억원까지는 20%, 200억원 초과는 22%로 조정했다.
법인세 인하의 투자 및 고용 증대 효과를 감세정책의 주된 근거로 제시한 이명박 정부의 기업친화적 세금정책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쟁점 ①법인세 인하 효과는?
그렇다면 법인세 인하가 투자와 고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투자 결정 요인으로는 법인세 외에도 이자비용, 현금흐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있다. 이중 현금흐름과 투자자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 비해 법인세의 영향은 매우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설비투자의 자동화로 인해 투자의 고용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법인세가 인하된 2009년 이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고용 없는 성장’ 기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고 고용의 질도 개선되지 않았다.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의 2009~2015년 투자는 연평균 4.8% 증가했지만 고용은 절반 수준인 2.4%에 그쳐 임금근로자 연평균 증가율(2.6%)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고용의 증가는 법인세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나마 증가한 고용도 법인세 인하 효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쟁점 ②법인세 인상 효과는?
정부여당과 기업은 법인세가 인상될 경우 자본유출이 증가하고 해외투자가 감소할 것을 우려한다. 또 법인세 인상이 소비자 가격 상승과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국내 대기업들은 정부의 재정지출로부터 커다란 혜택을 받고 있다. 막대한 교육재정을 투입해 양성된 우수한 인력이 주로 대기업에 취업하고 정부의 환율방어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것도 수출 대기업이다. 국가 연구개발 투자와 SOC 투자의 가장 큰 수혜자도 대기업이다.
대기업들은 저렴한 산업용 전기료를 통해 생산비용도 지원받고 있으며 기업구조조정이 필요하면 정부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왔다. 회수하지 못한 공적자금은 세금으로 충당한다.
소비자 가격과 임금도 법인세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원리, 소비자와 노동조합의 힘에 의해 결정되지 일방적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쟁점 ③법인세 글로벌 트렌드는?
법인세 인상 반대론자들은 법인세 인상이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국의 법인세율을 20%가량 인하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유럽 시민들의 소비력 증진을 위해 세금개혁이 절실하다”며 “노동비용을 낮추고 시민들의 지갑에 돈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다국적 기업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법인세 인상을 주장했다.
한국의 법인세 수준은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의 국제비교(2013년 기준)를 살펴보면 한국기업의 지방세 포함 명목 최고세율은 24.2%다.
이는 OECD 평균(25.4%)보다 조금 낮고 미국(39.05%), 일본(36.99%) 등 선진국보다는 12% 이상 낮은 수준이다. 한국기업의 평균 실효세율(16%)도 미국(23.3%), 일본(20.5%)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
지난해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내놓은 ‘주요국 투자환경 비교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실질적인 세 부담은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포함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강병구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은 효율적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공평해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부담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은 공평과세는 물론 침체상태에서 신음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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