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율 2%인 정기예금을 10년간 유지하면 은행으로부터 얼마나 받을까. 복리가 얼마라는 얘기를 들어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이럴 때 유용하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72법’이다. 연이율이 p퍼센트라고 가정했을 때 72를 p로 나누면 원금이 두배로 늘어나는데 걸리는 기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연이율이 2%라면 100만원이 200만원이 될 때까지 36년, 연이율이 3%라면 24년이 걸린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는 20% 이상의 확정금리를 약속한 금융상품이 있었다. 만약 이율이 24%일 경우 72를 24로 나눈 3년이면 원금이 두배가 된다. 요즘 이율을 약 2%로 계산했을 때 걸리는 36년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72법을 쓰면 원금이 두배가 될 때까지의 시간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사실 그 값은 정확하지 않다.


퍼센트는 영어로 ‘per cent’다. 100(cent) 중(per) 얼마를 차지하는지를 뜻한다. 따라서 퍼센트(%) 기호 없이 숫자로 비율을 표현하면 p%는 ‘p/100’로 적는다. 이를 이용해 1년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연이율 p%인 복리 정기예금을 생각해보자. 1년이 지나면 원금에 ‘1+p/100’를 곱한 값이 원리금이자 2년째 시작할 때의 새로운 원금이 된다. 2년이 지났을 때의 전체 원리금은 첫 원금에 ‘1+p/100의 제곱’을 곱한 값이다. 즉 복리로 연이율이 p%인 정기예금을 가입한 후 n년이 지났을 경우 첫 원금에 ‘1+p/100의 n제곱’을 곱한 것이 최종 원리금이다.

원금이 두배가 될 때까지 걸리는 햇수를 정확히 구하려면 ‘1+p/100의 n제곱’이 2가 되는 n을 구하면 된다. 이를 수식으로 적고 양변에 로그(log)함수를 적용하면 정확한 값은 ‘n=log(2)/log(1+p/100)’다. 이 숫자를 ‘72/p’와 비교하면 구한 값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p가 작을 경우 72법이 아니라 69법이 더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p가 20% 정도면 오히려 72법이 69법보다 정확하다. 72법은 연이율 1~20% 정도의 범위에서 꽤 정확한 결과를 준다.

72법의 이점은 또 있다. 72는 1, 2, 3, 4, 6, 12, 18, 24, 36, 72 모두를 약수로 가진다. 약수가 많은 것의 이점은 정수로 나눴을 때 그 결과가 정수로 딱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동양에서 과거에 하루의 시간을 자, 축, 인, 묘 등 십이간지를 이용해 12개로 나눈 것도, 현재 1시간이 60분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15세기에 72법이 소개된 책이 유럽에서 출판됐다고 한다. 72법은 아마도 그보다 훨씬 이전에 발견됐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