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체, 대출, 입출금….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이상 거래경험이 있는 금융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한때 은행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카드·보험·증권사 등 금융회사는 물론 통신사와 P2P업체까지 관련시장에 뛰어들었다. 고객은 더 다양한 곳에서 저렴한 수수료와 금리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은행은 기존 고객을 빼앗긴 셈이다.
타 금융권이 은행 파이에 군침을 흘리는 서비스는 또 있다. 해외송금업무다. 최근 핀테크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비트코인거래업체가 속속 해외송금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확인된 곳만 15개사. 송금을 원하는 사람이 원화를 비트코인거래업체에 맡기고 해당 국가와 계좌만 지정해주면 거래가 끝난다.
비트코인거래업체는 원화를 비트코인으로 바꿔 해당 국가의 업체에 비트코인으로 송금한 뒤 이를 다시 현지 화폐로 교환해 지정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이다. 비트코인을 현지 화폐로 바꿔주는 시스템은 비트코인거래업체가 알아서 해주므로 사실상 고객은 은행거래처럼 현금만 송금하면 된다.
외국환거래법 제8조에 따르면 외환송금·이체 등 외국환 업무는 금융회사나 기획재정부에 등록한 업체만 영위할 수 있다. 아직 비트코인거래업체는 기획재정부 등록절차를 밟지 않아 해외송금업무를 하는 건 위법이다. 그러나 영업을 해도 현행법상 이들을 처벌할 기준이 아직 없다. 문제는 7월 이후다. 소액 해외송금업을 허용하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데 이때부터 핀테크업체는 합법적으로 송금서비스 업무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또다시 쪼그라들 수 있다. 비트코인거래업체의 외화송금수수료가 은행보다 3배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은행 해외송금서비스 수수료는 7.5%지만 비트코인 해외송금수수료는 2.5%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가 주 고객층이고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낸 눈치 빠른 학부모들도 하나둘 은행 대신 비트코인 외화송금으로 갈아타는 분위기다.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 해외송금서비스시장은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이 중 10%인 1조원 이상(업계 추산)을 비트코인거래업체가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은 비트코인거래업체보다 자산규모가 수백배가량 많다. 하지만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고객이 신뢰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규모가 작더라도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서비스를 론칭하면 고객은 언제든 찾아오기 마련이다. 특히 핀테크시장이 개방되면서 이 흐름은 더 빨라졌다. 은행도 이제는 새로운 변화에 맞서야 할 때다. 말로만 외치지 말고 기존고객을 지키면서 신규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매년 불거지는 은행 구조조정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방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