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왼쪽),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사진=뉴스1DB
롯데그룹이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오랜 기간 끌어온 인사 일정과 사장단 윤곽이 드러나면서 그룹 내부에 긴장감이 감돈다.
◆21일부터 이사회∙대규모 조직개편 단행

롯데그룹이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주요 30여개 계열사 이사회와 함께 정기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21일 화학∙식품부문 계열사부터 시작해 22일에는 롯데쇼핑 등 유통계열사, 23일에는 호텔∙서비스 등 기타 계열사 이사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당초 롯데는 지난해 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으나 특검 리스크를 고려해 인사 발표 시기를 지금까지 미뤄온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93개 계열사를 ▲유통 ▲화학 ▲식품·제조 ▲호텔·서비스 4개 부문(비즈니스유닛·BU)체제로 개편할 계획이다. 우선 계열사 간 연관성이 높은 유통과 화학 계열사 등을 BU체제로 전환하고, 금융계열사는 금산분리를 고려해 별도로 관리할 방침이다.

다만 지난해 노병용 전 롯데물산 사장의 실형 선고로 공석이 된 롯데물산은 4대 BU 중 유통과 서비스 어느 부문에 분류될지 알려지지 않았다.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정책본부는 절반 규모로 축소된다. 정책본부를 대체할 신설 경영혁신실은 기존 7개실을 재무팀, 인사팀, 커뮤니케이션팀, 가치혁신팀 등 4개팀으로 재편하고 기타 인력 및 기능은 각 BU 및 계열사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그룹 검찰수사 등에 따른 대응책으로 조직 문화와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롯데 쌍두마차’ 황각규∙소진세 나란히 2인자 낙점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롯데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정책본부 소속 황각규 사장과 소진세 사장의 거취다. 우선 롯데그룹의 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경영혁신실장 자리에 황각규 사장(정책본부 운영실장)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사장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심복이자 고 이인원 부회장과 함께 정책본부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1979년 호남석화에 입사해 1990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부임하던 당시 부장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롯데의 굵직한 인수·합병(M&A)과 지배구조 개편을 주도했다. 2004년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2007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2008년 케이아이뱅크(현 롯데정보통신) 인수를 이끌었고 2009년 두산주류(현 롯데주류), 2010년 바이더웨이(현 코리아세븐), 2012년 하이마트 인수 등을 주도했다.

황 사장과 함께 그룹 투톱으로 불리는 소진세 사장(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은 예상과 달리 그룹 준법감시위원회나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당초 재계에서는 소 사장이 새로 구축될 유통 BU장이 될 것으로 보았다.

소 사장은 1977년 롯데쇼핑에 입사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 세븐일레븐 대표, 롯데슈퍼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는 정책본부 대외협력실장을 맡아 경영권 분쟁, 검찰 수사 등 외풍을 이겨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4대 BU에 ‘젊은 피’ 수혈… 경쟁체제 돌입

롯데그룹은 4대 BU장 자리에 ‘젋은 피’를 수혈해 경쟁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BU장 후보로는 유통 BU장에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 식품·제조 BU장에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 화학BU장에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호텔·서비스 BU장에는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 등이 거론된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이 유통 BU장에 내정될 경우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 자리에는 강희태 롯데백화점 차이나사업부문장(부사장)이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이 호텔·서비스 BU장을 맡게 되면 호텔롯데 신임 대표 자리는 김정환 호텔롯데 개발부문장(부사장)이 내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롯데물산의 경우 롯데월드타워를 정식승인까지 이끌며 노 사장의 공백을 채워온 박현철 사업총괄본부장(전무)의 승진 가능성이 점쳐진다. 

롯데 측은 사장단 인사에 대해 아직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사장단 인사와 관련해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결과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단정 짓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주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어떤 BU에 무게가 실리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