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은 여객과 화물의 항공운송을 직접 지원하는 터미널이자 사회 발전을 위한 여러 파생기능을 가지는 종합적이고 광범위한 사회간접자본이다. <머니S>는 이러한 경제적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공항을 조명했다. 글로벌 허브로 변모하는 인천국제공항의 움직임을 조명하고 이와 반대로 적자에 시름하는 지방공항의 현실을 짚었다. 새로 지어지고 확충되는 공항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지자체와 주민들간의 갈등도 살펴봤다. 아울러 24시간 돌아가는 공항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의 땀이 날개 꺾인 한국 경제를 이륙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해본다.<편집자주>
‘국가의 얼굴’. 흔히 공항을 일컫는 말이다. 이방인을 처음 맞는 곳이자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곳이라서다. 전세계 공항이용객이 급증하는 요즘 공항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세계 각국이 자국 공항에 첨단과학기술을 도입해 이용객의 편의성과 보안성을 높이고 공항복합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항공이용객 1억명을 돌파한 우리나라는 인천공항을 필두로 e-티켓 발급, 입출국심사 자동화 등의 기술을 도입했다. 또 공항지역을 찾는 방문객을 위해 공항 주변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항은 더 이상 항공기를 타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다. 문화를 즐기는 공간을 넘어서 하나의 도시로 인식된다.
/사진=박찬규 기자
◆2034년 전세계 항공 이용객 71억명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6년 연례 검토’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기 탑승객 수는 2015년 기준 35억4500만명에 달한다. 2005년(21억900만명) 이후 불과 10년 만에 68%(14억3600만명)나 증가했다. 30년 전인 1987년(10억2800만명)보다 245%, 70년 전인 1945년(900만명)보다 무려 4만% 가까이 늘었다. IATA는 같은 보고서에서 오는 2034년 전세계 항공기 탑승수요가 2015년 대비 두배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해 71억명이 항공기를 이용할 것이란 얘기다.
우리나라 공항을 거치는 이용객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공항을 이용한 항공탑승객이 1억379만명으로 집계됐다. 1948년 민간항공기가 최초로 취항한 이후 68년 만이다. 1987년(1056만명) 연간 항공이용객 1000만명을 넘어선 이후 5000만명을 태우기까지 20년(2007년 5732만명)이 걸렸지만 이후 불과 9년 만에 1억명을 넘어선 것이다. 단순 수치계산상 전세계 항공탑승객 약 36명 중 1명이 우리나라 공항을 이용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항공여객수요 증가는 국제선이 이끌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97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국내선 7.9%, 국제선 12.0%다.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은 7300만명으로 국내선(3091만명)보다 2배 이상 많다. 국제선 이용객 연평균 성장률도 1990년대에는 7%대였지만 2010년 이후 10.5%로 높아졌다.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과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인 수가 점차 증가한다는 얘기다. 현재 54개 국가, 186개 도시에 92개 항공사(국적사 9개·외항사 83개)가 취항 중이다.
연간 항공이용객 1억명 돌파와 우리나라 국제선 수요 증가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정부의 여러 정책과 국내외 환경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평했다. 여기에 인천공항의 역할도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5776만명으로, 처음으로 50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연간 항공탑승객 중 절반 이상이 인천공항을 이용한 셈이다. 이는 10년 전인 2006년(2819만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이용객 4000만명을 처음 넘어선 2013년(4148만명) 이후 불과 3년 만에 40% 가까이 성장했다. 연간 이용객 5000만명이 넘는 공항은 세계를 통틀어 8곳뿐이다.
인천공항.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빠른 여행’을 위한 공항의 진화
이처럼 항공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각국 공항은 이용객의 편의성과 안전성, 항공탑승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분야에 첨단과학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빠른 여행’(Fast Travel)을 위한 기술이 많이 적용됐다. 특히 IATA가 지난해 “승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항공운송업계의 향후 비전”이라고 밝히며 세계 주요공항은 빠른 여행을 최대 화두로 삼는 분위기다.
빠른 여행을 위한 공항의 진화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티켓 발급, 탑승수속 자동화 등을 위한 기술을 적극 도입한 것이다. 보안시스템 강화에 주력하던 예전 공항 모습에서 한단계 발전한 셈이다. 특히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2008년 전자항공권을 전면도입하며 종이티켓 발행을 아예 중단했다.
인천공항도 ‘스마트공항’ 구현을 목표로 각종 신기술을 도입했다. 2007년 이용객이 직접 자동화기기에서 좌석을 선택해 탑승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 셀프체크인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수화물 수송도 자동화한 셀프백드랍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출입국 심사를 여권판독 및 생체인식으로 받을 수 있는 자동출입국심사서비스를 시행 중인데 2015년 말 기준 하루 평균 2만9000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이용객이 갈수록 증가하는 만큼 공항이 포화상태가 되면 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입출국 심사과정을 자동화하는 등 각종 첨단기술을 도입하며 이용객의 편의성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사진=박찬규 기자
◆공항을 도시로… 공항 개념이 변했다
항공수요가 증가하고 공항이 각종 첨단기술을 도입함에 따라 공항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항공기 탑승 전 잠시 머무는 장소로 여겼던 과거와 달리 요즘 공항은 커다란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추세에 발맞춰 최근에는 공항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공항복합도시란 공항 주변에 쇼핑·휴식·관광레저·엔터테인먼트 등의 연관시설을 개발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도시군을 말한다. 공항의 개념을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단순 교통시설을 넘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확대한 것이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허브공항들이 이 같은 전략으로 미래 공항을 선도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스키폴국제공항은 주변지역에 ‘월드트레이드센터’(World Trade Center)를 개발해 다국적기업의 유럽지사를 유치했다. 홍콩의 첵랍콕국제공항도 전시컨벤션·관광레저시설 등을 개발해 ‘스카이시티’(Sky City)로 거듭났다.
인천공항 역시 공항복합도시 개발에 한창이다. 동북아 물류·관광·비즈니스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국제업무단지(IBC)-Ⅱ지역 개발사업, IBC-Ⅰ 2단계 개발사업 등을 통해 공항 주변을 개발 중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이미 세계 최고공항 대열에 진입한 인천공항이 공항복합도시로 개발되면 세계 공항산업을 선도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공항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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