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재무설계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 중에서 사전증여가 상속세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일반적인 세테크 상식이다. 그런데 이 사전증여를 통한 절세전략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증여세는 상속세와 보완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증여세를 낼지, 상속세를 낼지를 선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세목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과세방식에 있다. 상속세는 상속재산 전체에 부과된 이후 각 상속인에게 상속되는 피상속인 중심의 유산과세형을 취한다. 그에 반해 증여세는 재산을 취득하는 수증자별로 과세되는 수증자 중심의 취득과세형이다.
이런 과세방식 차이 때문에 상속 이전 여러 명에게 나눠 증여하면 각 수증자 별로 과세돼 높은 누진세율을 피할 수 있다. 동일한 수증자에게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재차 증여하면 이전의 증여 건과 합산되지도 않고 증여공제 혜택도 다시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렇게 사전증여한 재산이 모두 증여세만 과세되고 상속세가 비과세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개시 이전 상속인의 경우 10년, 상속인 외의 자는 5년 이내 증여받은 재산이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따라서 상속세가 부과되고 이미 납부한 증여세는 상속세에서 일정비율 세액공제를 받는다. 이른바 ‘사전증여재산 합산과세’ 방식이다. 상황에 따라 이미 납부한 증여세액을 전액 공제받지 못할 수도 있고 상속세에 합산돼 누진과세되기 때문에 절세 혜택이 상쇄된다. 다만 이렇게 합산되더라도 증여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합산되므로 증여 이후의 자산 가치 상승분은 과세되지 않는다.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등을 미리 증여하는 것이 유리한 이유다.
사전증여가 불리한 경우도 있다. 현행 상속세법에서는 상속인의 실제상속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상속공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상속재산에 합산되는 사전증여재산은 공제받을 수 없다. 사전증여 재산가액까지 공제되면 사전증여재산 합산과세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고율의 누진상속세 적용 회피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것이 과세당국의 입장이다. 공제될 항목들을 미리 계산해보고 적어도 실제 상속액이 상속공제액 이상이 되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를테면 금융재산 10억원을 배우자와 성년인 자녀 2명이 상속받는 경우를 고려해보자. 우선 기초공제 2억원, 배우자공제 최소금액 5억원, 자녀 1명당 5000만원이 공제된다. 또 상속받는 순금융재산가액의 20%인 2억원까지 공제돼 총 상속공제액은 10억원이 되고 부담해야할 상속세는 없다.
이런 경우 만약 2억원을 상속개시 10년 이내 자녀에게 사전증여 했다면 세부담은 어떻게 될까. 실제 상속재산 8억원의 범위 내에서만 상속공제가 되고 이미 납부한 증여세는 일부만 세액 공제돼 전체 세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사전증여를 통한 상속세 절세전략을 세울 때는 상황에 따라 사전증여한 재산이 합산과세되면서 세부담이 가중될 수 있음을 유의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상속세 절세전략의 절대적인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