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야심 차게 선보인 차기 전략 스마트폰 ‘LG G6’에 대한 국내외 반응이 엇갈린다. 국내에서는 전작 G5보다 특별히 눈에 띄는 스펙 상향이 없었다며 미지근한 반응이다. 반면 외국에서는 G6가 보다 기본적인 내실쌓기에 집중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분위기다. 증시에서도 국내기관투자자는 LG전자를 팔아치우는 반면 외국인투자자는 LG전자를 계속 사들이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LG전자의 MC사업부(스마트폰)가 지난해 G5의 실패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만큼 이번에는 적자폭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에 따라 주가도 상승여력이 많다는 전망을 내놨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만든 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엇갈린 국내외 반응
LG전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박람회 MWC를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LG G6를 공개했다. G6의 특징은 스마트폰 가운데 최초로 18대9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점이다. 기존 화면보다 더 확 트인 느낌은 물론이고 영화관 표준인 2.2대1과 HD표준인 1.78대1의 평균값에 가까워 영상몰입도가 뛰어나다. 또 카메라기능을 상향하고 전작에서 소비자의 불만을 샀던 발열문제도 히트파이프 기술로 해결했다. 구글 어시스턴트, 원격 AS 등 현 세태를 반영한 인공지능 기술도 대거 탑재했다. 스마트폰 속의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도 적용됐다.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갖춘 이 기능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할수록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신 기술로 무장한 G6의 발표는 오히려 주식시장에서 LG전자의 주가를 떨어뜨렸다. G6가 공개된 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코스피시장에서 LG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700원(5.9%) 하락한 5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매도세는 기관이 주도했다. 연기금이 24만주를 순매도했고 투신(펀드)에서 14만주, 보험에서 10만주 등의 매도세가 나왔다. 지난해 선보였던 G5와 비교해 파격적 혁신이 없었고 안정을 취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내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분석된다.
고의영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퀄컴 스냅드래곤 821, 4GB 램 등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주요 사양이 전작인 G5보다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가격은 상승했다”며 “이에 판매 초기 얼리어답터들의 호응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G6에 대한 외국의 반응은 국내와 달리 뜨겁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6에 대해 독특함을 고집하던 LG가 긴 화면, 슬림한 디자인, 높은 배터리 수명 등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요소에 집중했다고 호평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도 G6의 카메라에 떨림방지 기술이 잘 어우러져 품질이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LG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과 V20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며 G6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분기 북미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800만대가 될 것”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은 애플과 삼성의 대안으로 G6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은 G6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지난 2월 한달(21일 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LG전자를 순매수했다. 총 순매수액은 2318억원에 달한다. 주가가 급락한 지난달 27일에도 47억원가량의 순매수세를 보이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LG전자의 주가도 G6 공개 후 낙폭을 보였음에도 지난달 11.2%가량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 분위기 ‘턴업’… MC사업부 적자 축소 전망
증권가에서는 이번 G6의 출시로 LG전자의 MC사업부 적자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G5의 실패로 MC사업부에서만 1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연말 MC사업부의 인력 등 사업부 구조조정을 진행해 고정비를 줄였다. 여기에 G6의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경우 적자폭은 올해 최대 1조원 축소된 30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G6 공개 후 LG전자에 대한 분석을 내놓은 7개 증권사는 G6의 올해 예상 판매량을 500만~700만대로 예상한다. G5의 지난해 판매량 330만대보다 두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G6의 출고가가 이전 제품보다 약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경쟁사의 신작도 마찬가지여서 판매의 제약 요인은 아니다”라며 “오는 10일 한국시장을 시작으로 오는 4월부터 미국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2분기에는 본격적으로 G6 판매세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LG전자가 미국 현지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하면서 미국 내에서 G6의 판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LG전자와 미국 테네시주는 LG전자 세탁기공장 투자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를 바탕으로 LG전자는 2019년 상반기까지 2억5000만달러(약 2850억원)를 투자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설립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맞춘 LG전자의 선제전략으로 분석했다. 이 소식에 지난 2일 주가도 다시 6만1000원대를 회복했다.
소 애널리스트는 “미국 테네시주와 세탁기공장 MOU를 체결하는 등 투자 확대로 미국 내에서 LG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사업부의 턴어라운드를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5.4% 상향한 7만7000원으로 조정하고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도 “주가는 스마트폰 사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경쟁사의 주력 제품이 지연되는 1개월간의 판매가 반전의 실마리”라며 “판매 수량보다는 적자 축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애널리스트도 목표주가를 기존 6만5600원에서 20% 상승한 7만9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