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의 ‘임영진 호’가 닻을 올렸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6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임영진 신한금융 부사장을 신한카드 사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임영진 신임 사장은 은행과 지주, 카드 등 다양한 계열사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2013년 신한은행 부행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신한카드 이사회 비상임이사를 맡으며 위성호 당시 신한카드 사장(현 신한은행장)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신한카드 발급채널이 사실상 은행인 만큼 신한은행과의 협업이 중요할 것이란 판단에 임 사장을 적임자로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사진제공=신한카드

◆재일동포 주주 신임 두텁고 리더십 강점
조직의 안정성도 고려했다. 신한금융은 2010년 불거졌던 신한사태 이후 조직 안정성을 가장 중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의 임 사장 선임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와 위성호 신한은행장보다 연배가 낮아 위계가 안정적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재일동포 주주들의 신망이 두터운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한금융은 재일동포 소액주주집단이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사외이사 9명 가운데 4명이 재일동포다. 임 사장은 1993년 일본 오사카지점, 1997년 후쿠오카지점에서 근무한 뒤 2003년에는 오사카지점장을 지냈다. 그는 2013년 지주에 몸을 담은 후에도 재일동포 주주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임 사장은 일본 지점에 근무할 때도 현지평가가 매우 좋았다”며 “개인평가도 우수하고 카드와 은행, 지주 등 여러 부서를 두루 경험한 만큼 리더십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는 평소에도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신한카드 사장으로서 그룹사의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한판클럽 이끌어… 이젠 ‘디지털 퍼스트’


임 사장은 취임사에서 ‘5가지 꿈(D.R.E.A.M)’을 경영철학으로 제시했다. 그가 말한 꿈은 ▲디지털퍼스트(Digital First) ▲신사업육성(Reinforce Growth Engine) ▲시장변화를 예측하는 혜안(Eye of Wisdom) ▲창의적인 조직문화(Amazing Work Place) ▲신한문화 발전(Multiply Shinhan Way)이다.

임 사장은 우선 전임인 위성호 행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디지털부문 사업확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의 모바일결제서비스인 판(FAN)페이를 고도화하는 것. 판페이는 신한금융 통합 포인트서비스인 신한판클럽의 성장을 이끌었다. 지금은 금융모바일플랫폼의 정형으로 성장했다. 나아가 고객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컨설팅서비스인 판페이봇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인 만큼 앞으로 새로운 핀테크 바람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 역량도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가 업계 1위 자리를 확고히 한 데는 디지털퍼스트 전략이 주효했으며 그 중심에는 2200만 회원의 방대한 소비데이터가 있었다. 임 사장은 이 데이터를 분석·예측해 카드 비즈니스모델을 이끌 계획이다.

그는 핀테크부문에도 탁월한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판클럽 출시 당시 담당 부사장이었던 임 사장은 판서비스 차별화와 영업전략을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임 사장은 취임사에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해야 한다”며 “디지털퍼스트를 통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차별된 고객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카드시장 포화상태… ‘신사업+해외진출’
물론 임 사장에게 놓인 과제도 만만찮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소비침체가 이어지는 데다 국내 카드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신사업의 필요성이 업계 내에서 대두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8134억원으로 1년 전(2조126억원)보다 9.9%(1992억원) 줄었다.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7394억원에서 7266억원으로 1.7% 감소했다.

임 사장은 일단 그가 밝힌 경영철학 가운데 ‘R’, 즉 신사업육성 역량으로 과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나아가 글로벌비즈니스시장도 적극 개척할 방침이다. 그도 그럴것이 신한카드는 최근 해외시장에서 잇단 성과를 냈다.

신한카드가 설립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으로부터 신용카드사업 라이선스를 최종 승인받은 후 지난달 ‘해외진출 1호 카드’를 선보인 바 있다. 이에 앞서 유니온페이인터내셔날(UPI)과 양사 고객 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비즈니스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임 사장은 “신사업개척과 글로벌비즈니스분야에서 우리가 후발주자인 만큼 시장에 맞는 특화전략을 추진해 성공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자”고 당부했다.

부행장과 지주 부사장을 거친 임 사장이 CEO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주 부사장 시절 자신이 돋보이는 걸 꺼렸다고 한다. 시너지 성과창출을 위해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엔 적극적이지만 뒤로 물러설 땐 본인을 확실히 가리는 게 조직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제 임 사장은 CEO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가 그릴 신한카드는 어떤 모습일까. 2년 후 신한카드의 미래가 자못 궁금해진다.

☞프로필
▲1960년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1986년 신한은행 입행 ▲1998년 비서실장 ▲2003년 오사카 지점장 ▲2008년 영업부장 ▲2009년 경기동부 영업본부장 ▲2011년 신한은행 전무 ▲2013년 신한은행 부행장 ▲2013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WM그룹)·신한은행 부행장 ▲2015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경영지원)·신한은행 부행장·신한금융투자 부사장 ▲2016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현) 신한카드 사장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