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중심의 국내 전자상거래시장에 소셜커머스라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쿠팡·티몬·위메프가 소셜커머스사업을 축소하고 오픈마켓 울타리로 들어온다. 직접 딜을 발굴해 선보이는 형식에서 다량의 상품을 올리는 여러 판매자들을 모두 끌어안는 형태로 변화한 것. 이는 예전처럼 특정 상품을 딜하는 방식으로는 매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신 그만큼 11번가,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과 차이점을 찾기 힘들어졌다.

그동안 이들 3사로 인해 온라인쇼핑시장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졌지만 경쟁도 심화됐다. 치열한 마케팅전으로 ‘치킨게임’이 가속화된 가운데 이들 3사의 실적이 다음달 공개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3사의 적자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 /사진=뉴시스 DB

◆대규모 적자 예고… “그래도 끝까지 간다”
쿠팡∙티몬∙위메프는 오는 4월 중순 지난해 실적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1위 쿠팡의 경우 거래액∙매출∙물류비용 등을 추산하면 영업손실 규모가 3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티몬과 위메프도 적자규모가 각각 1000억~2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정확한 적자규모를 알 수 없지만 이번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기업은 없다. 3사는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성장을 위해 투자가 필요한 시기여서 적자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 2015년에도 3사의 매출은 각각 쿠팡 1조1337억원, 위메프 2165억원, 티몬 1958억원으로 두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보였다. 몸집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지만 3사 모두 적자를 내는 기현상을 보였다. 3사의 영업손실은 쿠팡 5470억원, 티몬 1419억원, 위메프 1424억원으로 합쳐서 8000억원을 넘었다. 게다가 해마다 적자 규모가 배로 커지는 추세다.

적자의 주요 원인은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출혈 경쟁이 꼽힌다. 3사 모두 신속배송 및 직매입서비스와 모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에 대규모 비용을 쏟아부었다. 신규 가입자와 수익을 늘리기 위해 수년간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이는 오히려 경영 손실을 부채질했다. 적자가 이어짐에도 이들 업체는 모두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치킨게임’을 멈추지 않는다. 뾰족한 대책 없이 출혈경쟁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위쪽부터)김범석 쿠팡 대표. 신현성 티몬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DB

◆“소비자에 유리한 경쟁” vs “향후 승자독식 우려”
쿠팡은 최근 나름의 자구책으로 부산 물류센터 폐쇄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업계 일각에서 부산 물류센터 폐쇄가 로켓배송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놔 ‘로켓배송 중단설’이 불거졌다. ‘쿠팡맨’과 ‘물류센터’ 등을 포함한 배송∙물류 관련 비용이 쿠팡의 적자 요인으로 꼽힌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쿠팡은 로켓배송 중단설을 전면 부인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쿠팡 관계자는 “인천과 덕평 물류센터를 가동하면서 부산 물류센터 가동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운영을 중단한 것”이라며 “부산 물류센터 폐쇄조치는 효율화의 일환이었을 뿐 로켓배송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로켓배송은 쿠팡의 대표서비스인 만큼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며 “로켓배송을 아이템마켓과 함께 투트랙 전략으로 운영해 쿠팡만의 차별화된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은 현재 직접 물건을 사들여 직접 배송하는 직매입∙직배송시스템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택배회사를 통한 배송시스템보다 비용이 두배 이상 든다. 특히 전국 배송을 위해 고용한 인력(쿠팡맨)의 인건비만 해도 한해 2000억~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5년 적자규모가 급증한 쿠팡에 유동성 위기설, 직원 대량해고 등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가격 부문에서는 위메프의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최저가를 생존전략으로 삼은 위메프는 기저귀와 식품 등이 이마트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한 지난해부터 위메프와 티몬은 신선식품, 금융몰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도입하는 데 자금을 대거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업체는 신사업에 대한 마케팅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3사 모두 적자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나아가 이들 3사는 11번가, G마켓 등 기존 오픈마켓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도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들 3사가 기존 오픈마켓 및 대형마트와의 경쟁구도에서 선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소셜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은 상품을 선별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선보이는 ‘큐레이션서비스’였지만 이런 특징을 축소하고 무리한 확장정책을 펴면서 기존 특·장점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차별화를 스스로 약화시키면서 기존 오픈마켓과의 사업모델 교집합만 커진 상황”이라며 “이제 새롭게 꺼내들 카드가 거의 없어 앞으로 투자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업체 간 경쟁이 소비자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평가와 함께 승자 독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소비자에게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이 치킨게임 끝에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치킨게임이 끝나고 난 뒤 승자독식 구조가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