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장사가 적힌 종이를 바닥에 놓고 멀리서 동전을 던지자. 동전이 놓인 회사의 주식을 산다. 동전을 던질 때마다 선택된 회사가 마구잡이로 달라지는, 이런 이상한 투자기법을 적용하면 수익이 어떻게 될까. 동전을 딱 한번 던지는 것은 아니다. 열번 던져 열개 회사의 주식을 사는 식이다.

동전을 던진 것은 아니지만 마구잡이주식투자 모의실험을 해본 적이 있다. 프로그램의 얼개는 단순하다. 첫날 통 크게 100억원을 투자해 마구잡이로 고른 10개사의 주식을 10억원어치씩 산다. 1년 뒤 모두 팔아 수익이 얼마나 생겼는지 계산한다. 사실 이런 시도는 필자가 처음이 아니다. 원숭이에게 주식을 고르게 한 사람, 아직 말을 배우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주식을 고르게 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의 결론도 필자와 같았다. 마구잡이로 아무렇게나 골라도 제법 괜찮은 수익이 난다.


수익이 높은지 낮은지를 이야기하려면 당연히 비교대상이 필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제비뽑기 주식 고르기’라는 투자전략의 수익률은 시중에서 운영 중인 펀드들의 평균수익률보다 높았다. 운영 중인 모든 펀드의 평균을 구하면 제비뽑기 투자보다 수익이 나쁘다는 뜻이다. 다만 조심할 것이 있다. 펀드 중에는 아주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도 있다.

매년 연말쯤 수익률 상위 펀드의 목록이 언론에 소개된다. 물론 최고 수익을 낸 펀드의 수익률은 엄청나다. 하지만 1년 전 이 언론에 실렸던 수익률 상위 펀드 목록과 비교해보면 올해 1등이 지난해 상위 리스트에서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펀드를 미리 알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과거 상당 기간 제비뽑기 투자기법은 펀드의 평균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만 갖고 제비뽑기 주식투자 시뮬레이션을 한 후 코스피 주가지수의 수익률과 비교해 봤다. 언뜻 생각하면 두 수익률이 비슷할 것 같지만 막상 계산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상당한 기간 동안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같은 금액을 나눠 투자하는 쪽이 주가지수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냈다. 주가지수는 각 회사의 상장주식 총액을 이용해 가중평균을 내는데 제비뽑기 투자를 해서 평균수익률을 계산할 때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라고 해서 평균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떤 회사의 주식을 골라 몇주씩 살지 고민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사실 투자자 나름의 평균계산법을 고안해내는 것과 수학적으로 동일하다. 주가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평균계산법을 생각해내면 당신은 부자가 된다. 어려우면 동전이나 주사위를 이용하라. 그리 나쁜 방법도 아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