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오픈과 함께 아주머니 손님들이 삼삼오오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외관만 보면 강남 브런치카페 못지않다. 내부에 들어서니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두 직원이 환한 미소로 기자를 반겼다.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직원은 능숙한 솜씨로 시원한 커피를 내놓는다.
웬 젊은 남자가 아침부터 혼자 노트북을 켠 채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생소한 풍경인양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민망한 마음에 먼저 신원(?)을 밝혔다. “카페 취재차 온 기자입니다.” “아 잘왔네. 이 동네에서 여기 모르면 간첩이야. 가격도 싸고 맛있어.”
지역주민에게 적어도 강남 브런치카페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곳은 성남시 노인 일자리사업의 일환인 시니어바리스타 카페 1호점 마망(MAMAN) 베이커리&카페다. 수시로 근무하는 68명 직원 대부분이 60세 이상 여성인 마망은 1호점 외에 2~3호점도 성남시에서 운영 중이다. 커피뿐만 아니라 주스, 스무디, 팥빙수, 각종 차는 물론 다양한 빵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일할 수 있는 자체로 행복한 그들
오전 취재는 뜻밖의 난관(?)을 맞았다. 아침 손님 응대와 함께 오픈 준비 등으로 어르신들이 너무 바빴다. 취재 때문에 그들의 업무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중간중간 짬이 날 때마다 말을 붙이는 방법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에휴, 우리 같은 늙은이 취재해서 뭐하게.” 심순식씨(여·68)는 바리스타 경력만 8년차인 베테랑. 안양시에서 복지프로그램을 통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획득한 심씨는 마망 1호점을 8년째 지키는 산증인이다.
“이 나이에 우리가 어디 가서 이런 일 할 수 있겠어.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지. 가족들도 다 좋아해.”
마망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1교대 근무자,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까지 2교대 근무자가 출근한다. 1교대 근무자인 심씨는 일주일에 2~3회 출근한다. 근무일 배정도 자유롭고 하루 6시간씩 월 60시간 근무기준으로 월 36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높은 급여는 아니지만 근무자율성과 일의 강도면에서 어르신들에게 비교적 합리적인 금액인 듯했다.
오전 11시. 기자의 코를 자극하던 고소한 빵 냄새의 근원지인 생산팀을 찾았다. 생산팀 직원 역시 노인복지프로그램을 통해 제빵기술을 배운 60세 이상 여성으로 구성됐다. 빵 제조현장이다 보니 깔끔한 시설과 하얀색 복장이 눈에 띄었다. 10명 내외의 사람이 일하고 제조기계의 소음까지 더해져 대화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주뼛주뼛 서 있던 기자의 목소리가 커졌다. 기자 가까이에 있던 어르신께서 안쓰러웠는지 몇가지 질문에 답을 줬다.
“주변에서 다 부러워하지. 비슷한 동년배가 모여 함께 일해 외롭지도 않고 재밌어. 여기 빵맛? 그 뭐야. 파리머시긴가 거기보다 훨씬 맛있지.”
생산팀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최고령자 조혜도씨(여·84)다. 조씨는 60대 생산팀원들 사이에서 뒤지지 않는 기술로 열심히 빵을 제조했다. 제빵기술 배우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씨는 “아유 왜 안 힘들었겠어. 힘들었지. 그래도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아. 60대에 뒤지지 않는다우.”
오전 11시30분이 넘자 점심식사를 마친 고객의 발길로 카페 내부는 북새통을 이뤘다. 바리스타팀과 생산팀의 손놀림이 더욱 바빠진다. 하지만 결코 대충하지 않는다. 일할 수 있는 기쁨에 커피와 빵에는 정성이 더해진다. 고객들은 그 정성을 구매한다.
◆복지카페의 과제, 수익성
하지만 전국에서 마망처럼 단독건물 형식으로 운영되는 카페는 찾기 힘들다. 대부분이 노인복지관, 문화센터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건물에 위치한 탓이다.
마망은 성남시가 수정노인종합복지관 옆 경로당 건물 2층을 무상임대해줘 카페처럼 꾸밀 수 있었다. 다른 시·도에 비해 재정적으로 안정된 성남시이기에 가능했다. 복지카페가 노인 일자리의 장기적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카페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수익성은 매우 중요하다. 마망의 지난해 연매출은 3억5000만원. 다른 복지카페보다 매출이 괜찮은 편이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게 수정노인종합복지관 측 설명이다.
박준규 수정노인종합복지관 팀장은 “복지카페는 정부·지자체의 보조금과 자체 카페 수익 등으로 운영되고 남은 수익은 직원에게 급여로 지급한다”며 “카페 자체의 수익이 크지 않으면 정부보조금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교대근무를 마친 심씨가 퇴근준비를 하며 “두발로 서 있을 힘이 있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며 웃었다. 어르신에겐 이곳이 은퇴 후 ‘나’를 지탱하는 삶의 원동력이다.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하는 어르신들의 표정 속에 노인 일자리 문제의 해답이 보였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높은 급여가 아닐 것이다. 단지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일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웬 젊은 남자가 아침부터 혼자 노트북을 켠 채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생소한 풍경인양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민망한 마음에 먼저 신원(?)을 밝혔다. “카페 취재차 온 기자입니다.” “아 잘왔네. 이 동네에서 여기 모르면 간첩이야. 가격도 싸고 맛있어.”
지역주민에게 적어도 강남 브런치카페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곳은 성남시 노인 일자리사업의 일환인 시니어바리스타 카페 1호점 마망(MAMAN) 베이커리&카페다. 수시로 근무하는 68명 직원 대부분이 60세 이상 여성인 마망은 1호점 외에 2~3호점도 성남시에서 운영 중이다. 커피뿐만 아니라 주스, 스무디, 팥빙수, 각종 차는 물론 다양한 빵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심순식씨. /사진=임한별 기자
◆일할 수 있는 자체로 행복한 그들
오전 취재는 뜻밖의 난관(?)을 맞았다. 아침 손님 응대와 함께 오픈 준비 등으로 어르신들이 너무 바빴다. 취재 때문에 그들의 업무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중간중간 짬이 날 때마다 말을 붙이는 방법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에휴, 우리 같은 늙은이 취재해서 뭐하게.” 심순식씨(여·68)는 바리스타 경력만 8년차인 베테랑. 안양시에서 복지프로그램을 통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획득한 심씨는 마망 1호점을 8년째 지키는 산증인이다.
“이 나이에 우리가 어디 가서 이런 일 할 수 있겠어.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지. 가족들도 다 좋아해.”
마망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1교대 근무자,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까지 2교대 근무자가 출근한다. 1교대 근무자인 심씨는 일주일에 2~3회 출근한다. 근무일 배정도 자유롭고 하루 6시간씩 월 60시간 근무기준으로 월 36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높은 급여는 아니지만 근무자율성과 일의 강도면에서 어르신들에게 비교적 합리적인 금액인 듯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오전 11시. 기자의 코를 자극하던 고소한 빵 냄새의 근원지인 생산팀을 찾았다. 생산팀 직원 역시 노인복지프로그램을 통해 제빵기술을 배운 60세 이상 여성으로 구성됐다. 빵 제조현장이다 보니 깔끔한 시설과 하얀색 복장이 눈에 띄었다. 10명 내외의 사람이 일하고 제조기계의 소음까지 더해져 대화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주뼛주뼛 서 있던 기자의 목소리가 커졌다. 기자 가까이에 있던 어르신께서 안쓰러웠는지 몇가지 질문에 답을 줬다.
“주변에서 다 부러워하지. 비슷한 동년배가 모여 함께 일해 외롭지도 않고 재밌어. 여기 빵맛? 그 뭐야. 파리머시긴가 거기보다 훨씬 맛있지.”
생산팀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최고령자 조혜도씨(여·84)다. 조씨는 60대 생산팀원들 사이에서 뒤지지 않는 기술로 열심히 빵을 제조했다. 제빵기술 배우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씨는 “아유 왜 안 힘들었겠어. 힘들었지. 그래도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아. 60대에 뒤지지 않는다우.”
오전 11시30분이 넘자 점심식사를 마친 고객의 발길로 카페 내부는 북새통을 이뤘다. 바리스타팀과 생산팀의 손놀림이 더욱 바빠진다. 하지만 결코 대충하지 않는다. 일할 수 있는 기쁨에 커피와 빵에는 정성이 더해진다. 고객들은 그 정성을 구매한다.
/사진=임한별 기자
◆복지카페의 과제, 수익성
하지만 전국에서 마망처럼 단독건물 형식으로 운영되는 카페는 찾기 힘들다. 대부분이 노인복지관, 문화센터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건물에 위치한 탓이다.
마망은 성남시가 수정노인종합복지관 옆 경로당 건물 2층을 무상임대해줘 카페처럼 꾸밀 수 있었다. 다른 시·도에 비해 재정적으로 안정된 성남시이기에 가능했다. 복지카페가 노인 일자리의 장기적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카페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수익성은 매우 중요하다. 마망의 지난해 연매출은 3억5000만원. 다른 복지카페보다 매출이 괜찮은 편이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게 수정노인종합복지관 측 설명이다.
박준규 수정노인종합복지관 팀장은 “복지카페는 정부·지자체의 보조금과 자체 카페 수익 등으로 운영되고 남은 수익은 직원에게 급여로 지급한다”며 “카페 자체의 수익이 크지 않으면 정부보조금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교대근무를 마친 심씨가 퇴근준비를 하며 “두발로 서 있을 힘이 있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며 웃었다. 어르신에겐 이곳이 은퇴 후 ‘나’를 지탱하는 삶의 원동력이다.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하는 어르신들의 표정 속에 노인 일자리 문제의 해답이 보였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높은 급여가 아닐 것이다. 단지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일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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