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리호스 트레일 1구간. 산 아래 롱 케 해변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빽빽한 마천루, 불야성을 이룬 쇼핑거리. 도회적 이미지에 익숙한 홍콩이 트레킹 코스를 내세워 보다 건강하고 다채로운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세계 최고의 트레일(드림 트레일 20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글로벌 지오파크)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만끽하거나 도심야경을 완상하는 트레킹 코스가 다양하다. 또 난이도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어 가벼운 도보여행이나 장거리 완보를 즐길 수 있다. 지난 3월 홍콩의 곳곳을 누볐다.3일차, 홍콩 트레킹의 자랑인 맥리호스(Maclehose·M) 트레일(약 100㎞)을 찾았다. 홍콩섬 북부 구룡반도를 동서(사이 쿵-신계)로 가르는 이 트레일은 25대 홍콩총독인 머레이 맥리호스 경의 이름을 땄다. 윌슨(W·구룡반도 남북) 트레일과 더불어 홍콩 4대 트레일(영문약자 L, M, H, W) 중 총독의 이름을 딴 곳이다. 나머지 란타우(L)와 홍콩(H) 트레일은 지명을 차용했다.
맥리호스(麥理浩徑)는 광동어로 '망리호갱' 또는 '말레이호갱'으로 불린다. 트레킹도 마찬가지지만 홍콩 여행에서는 현지인이 반환 이후 공식어인 북경어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광동어 또는 영문표기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하이 아일랜드 주상절리. 트레킹 시 낙서에 유의해야 한다. /사진=박정웅 기자
맥리호스 트레일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일부를 포함한 곳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세계 최고의 하이킹 20선'과 트립 어드바이저 인증 트레일로 선정됐다. 홍콩 세계지질공원은 하이 아일랜드 저수지의 주상절리 등 사이 쿵(西贡·Sai Kung) 화산암지역과 신계 퇴적암지역을 합한 것이다. 산악마라톤 '트레일워커'가 맥리호스 트레일의 유명세를 거들었다. 매년 10월 세계 전역서 온 건각들이 완보도 힘든 100㎞ 풀코스(완주 12시간)에 도전한다. 매년 참가자가 8000여명이라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맥리호스 트레일이 시작되는 사이 쿵의 팍 탐 청. /사진=박정웅 기자
맥리호스 트레일의 출발은 구룡반도의 서쪽 도시인 사이 쿵의 팍 탐 청(北潭通·PakTam Chung)이다. 총 10구간으로 구성된 트레일 중 팍 탐 청서부터 하이 아일랜드 동댐(East Dam)까지를 1구간, 동댐부터 롱 케(浪茄·Long Ke) 해변까지를 2구간이라 한다. 이날 트레킹은 2구간 왕복에 만족했다. 전체 일정 중 당일 100㎞ 완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팍 탐 청을 지나면 음식물을 살 곳이 없다. 출발 전 숙소 인근이나 사이 쿵서 행동식을 챙기는 것이 좋다. 팍 탐 청까지는 사이 쿵서 버스 노선(94번)이 있다. 물론 사이쿵서 택시편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편도요금은 150홍콩달러(약 2만3000원, 30분 소요) 수준.
하이 아일랜드는 홍콩의 식수원으로 1978년 완공됐다. 당시 총독이 맥리호스였으니 이곳에서 출발하는 트레일 명칭 또한 트레킹을 좋아했다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리라.
파도의 힘으로 주상절리 중앙 부분이 패인 해식동굴. 동댐 아래에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동댐은 화산활동이 왕성했던 곳으로 주상절리가 형성돼 있다. 낙석 위험이 있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이곳의 주상절리는 붉은 색인데 주로 검은 색인 국내 것과는 달랐다. 댐 아래로 내려가면 단층활동으로 뒤틀린 특이한 주상절리도 있다. 이러한 형태는 동남아지역서 유일한 것이라고 한다.동댐의 특이한 점은 바다와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규모 방파제로 외해의 범람을 예방했다. 자연의 힘 앞에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을 터. 완공 이후 파도가 댐에 들이닥쳐 방파제 규모를 키웠다고 한다. 파도의 힘은 해식동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내해와 인접한 서댐(West Dam)은 댐 아래 캠핑장 등 리조트시설이 있을 만큼 파도 범람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서댐은 팍 탁 청과 동댐 중간에 있다.
맥리호스 트레일의 한 이정표. 트레일 명을 뜻하는 'M'과 출발점 기준 누적 거리인 '019'가 새겨져 있다. 국제기준에 따라 500미터마다 설치돼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동댐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오르면 롱 케 해변으로 향한다. 오른편 절벽 아랜 푸른 물결이 넘실댄다. 롱 케까지는 키 작은 관목숲이어서 그늘이 없다. 롱 케 해변의 산을 다시 넘으면 서양 트레커가 많이 찾는다는 사이 완(西灣·Sai Wan)이나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페리를 이용한 섬 트레킹도 있다. 되돌아온 사이 쿵 버스정류장 관광센터에는 인근의 샤프 아일랜드 코스를 확인할 수 있다. 키 츄이(Kiu Tsui) 컨트리 트레일(3㎞)과 함께 지질공원 핫뷰를 즐기는 보트 투어가 있다. 샤프 아일랜드는 무인도이지만 여름 한철 페리가 왕복하는 하계 휴양지다. 트레킹에 때가 있으랴. 임대용 배편이 있어 사전 예약하면 된다.
천후태황 행사를 위해 치장 중인 한 어선. /사진=박정웅 기자
사이 쿵은 항구가 발달한 어업도시다. 주룽반도서 지하철이 없는 대신 버스편이 다양하다. 다만 도심을 잇는 간선도로가 하나이기 때문에 교통체증 등 돌발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러한 탓인지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고 한다. 해산물 등 각종 음식이 한국인 입맛에 맞는 것도 이때문인 듯하다.포구 인근 도교 사찰이 있다. 왼쪽엔 천후를, 오른쪽엔 관우를 모셨다. /사진=박정웅 기자
도심 중앙이 곧 포구다. 바닷사람들의 억센 기운이 물씬한 어선과 부의 상징인 고급 요트들이 즐비했다. 마침 바다를 지키는 천후태황을 모시는 행사가 열려 항이 축제열기로 가득했다. 깃발 등 온갖 것으로 치장한 배들이 섬 곳곳을 돌며 바다의 안녕을 기원한다고 한다. 포구 가까운 도심 한 곳에는 이 천후태황을 모시는 사당인 천후고묘(天后古廟)가 있다. 바로 옆에는 중국 도교의 한 상징인 관운장이 협천대제(協天大帝)에서 사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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