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달리 독특한 곳에서 취하고 싶다면 스피크이지(은밀하고 비밀스러운)바가 제격이다. 미국의 금주법 시대(1919~1933년)에 몰래 장사하던 술집에서 유래한 이 바들은 장소부터 생뚱맞다. 간판이 없고 출입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런 은밀함은 방문자에게 특별함을 선서한다.
얼마 전부터 이 비밀스러운 바들이 청담동·한남동·내자동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다. 특히 내자동 바들은 밀집한 한옥 폐가들 사이에 숨어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땀을 뻘뻘 흘리며 같은 곳을 몇바퀴 돌고 나서야 겨우 찾을 수 있는 폐가 속 오아시스 같은 내자동 바들을 소개한다.
코블러. /사진=임한별 기자
◆코블러
지난해 8월 가오픈한 코블러는 한옥 특유의 편안함이 한옥에서 살아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독특한 바다. 집 같은 편안한 매력 덕택에 이곳을 방문하는 연령대는 20대부터 백발노인까지 다양하다.
코블러는 메뉴판이 없다. 바텐더가 풍부한 경험, 감각, 지식을 바탕으로 손님들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칵테일을 선보인다. 메뉴의 콘셉트는 1900년대 초의 클래식 칵테일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트위스트 칵테일이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스모크드 올드패션드’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음료에 직접 훈연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버본위스키와 일드터키의 깊은 맛, 앙고스트라비터에서 느껴지는 약재의 씁쓸함, 마라스키노체리의 우디한 맛 등이 어우러진 이 칵테일은 반은 언더락 잔에 나머지 반은 유리병에 담는다.
랑방의 ‘메리미’ 향수병 같은 유리병은 이 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뱀같이 길고 긴 스모크건을 이용해 사과나무의 향기를 음료에 입히면 순식간에 주변이 연기로 자욱해진다. 뱀의 꼬임에 넘어가 에덴동산의 금기인 사과나무 열매를 건드린 분위기다.
욕망덩어리 같은 연기는 그렇게 유리병에 가둬진다. 클래식한 맛으로 즐기다가 유리병에 담긴 훈연의 향을 꺼내기도 하며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음료다.
코블러. /사진=임한별 기자
‘플로럴피즈’는 요즘 같은 산뜻한 날씨에 어울리는 달달한 칵테일이다. 탄산뚜껑을 열 때 생기는 ‘쉬익’ 소리 때문에 ‘피즈’라 불리는 칵테일의 트위스트버전으로 기본 피즈 칵테일에 달콤한 꽃향기를 더했다.
조금 더 달달한 칵테일을 마시고 싶다면 ‘루밥네그로니’를 권한다. 진, 스윗버무스, 루밥비터를 섞어 만든 칵테일로 자몽과 자몽필이 함께 서브되어 기본 네그로니보다 더 단맛을 선사한다.
첫잔으로 가볍게 시작하기 좋은 칵테일로는 ‘코블러’를 권한다. 상호명과 같은 이 칵테일은 곧 다가올 여름과 어울린다. 피노드라이, 아몬틸라도쉐리(주정강화) 두 종류의 와인에 파인애플, 오렌지생과즙, 슈가시럽을 넣어 견과류의 구수한 향이 코를 자극하고 취기를 부추긴다.
위스키가 들어간 주류에는 고기가 어울린다. 코블러는 칵테일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부담 없는 고기안주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멜론프로슈토’는 접시에 멜론, 햄, 살라미, 치즈 등을 곁들여 내는 가벼운 안주다. 미국식 장조림이라고도 불리는 ‘풀포크 샌드위치’는 부드러운 살코기를 잘게 찢어 불고기소스에 버무린 샌드위치에 얹는 가벼운 요리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즐기는 칵테일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준다. 퇴근 후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에게 코블러는 최적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위치 서울 종로구 사직로 12길 16
가격 스모크드올드패션드 2만2000원, 마타하리 2만원
운영시간 매일 19:00~03:00(일요일휴무)
전화 02-733-6421
텐더바. /사진제공=다이어리알
◆텐더바
전통한옥을 모던하게 개조한 한옥바로 도쿄의 긴자바를 떠오르게 할 만큼 단정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음료의 기포를 살리는 3단 셰이킹기법 ‘하드셰이킹’이 유명세를 얻는 데 한몫했다. 얼음과 함께 셰이킹하는 바텐더의 체계적인 팔동작이 마치 잘 짜인 군무 같기도 하다. 커버차지와 드레스코드가 있어 사전조사가 필수다.
위치 서울 종로구 사직로 12길 17 / 가격 마타도어 1만9000원, 말리부피즈 1만9000원 / 운영시간 매일 19:00~01:00(일요일휴무) / 전화 02-733-8343
돈패닉. /사진제공=다이어리알
◆돈패닉
커피와 위스키를 함께하는 곳으로 칵테일은 배제한 바다. 이른 오전부터 영업해 하루의 에너지를 알코올로 충전하는 애주가라면 이곳이 제격이다. 차갑게 마시는 아이리시 커피가 명물인데 진하게 뽑은 에스프레소, 아이리시 위스키 제임슨의 쌉쌀한 약재 맛, 달콤한 연유와 깔루아의 조화가 훌륭하다.
위치 / 서울 종로구 사직로 12길 2 1층 / 운영시간 08:00~01:00(연중무휴) / 전화 02-3210-0333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