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끄면 행복감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한 기사에 ‘스마트폰을 쓰지 말라는 기사를 스마트폰으로 보다니’라는 해학적인 댓글이 달려 가장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최근 미국이 상속세를 아예 폐지해 트럼프 대통령이 1조원대 혜택을 보게 됐다는 기사에는 ‘상속세 한번 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댓글이 베스트로 뽑혔다. 상속세를 낼 수 있는 금수저라면 기쁜 마음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견이 지지를 받은 것이다.


◆뉴스보다 공감 얻는 댓글트렌드

뉴스기사보다 댓글이 더 큰 공감을 얻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과거에는 기사를 읽고 의견을 표출할 곳이 마땅치 않았지만 이제는 댓글로 자신의 의견을 빠르게 개진한다. 타인의 의견을 지지하거나 반박하는 등 기사 하나에도 소통의 장이 펼쳐진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소통하는 SNS세대는 모바일로 기사를 보면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사를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을 통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지인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행위가 늘었다. 또 기사에 직접 댓글을 남기거나 타인의 댓글에 지지를 보내는 등 공개된 소통을 즐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베댓)로 뽑힌다. 기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1만건에서 많게는 10만건의 공감을 얻기도 한다. 댓글로 여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드라마나 음악 등 대중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에서도 댓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드라마가 끝난 후 쏟아진 기사에 댓글을 달 수도 있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사람들과 의견을 교류할 수도 있다. 지난해 2월 네이버에 처음 등장한 ‘드라마 톡(talk)방’이 소통의 장을 더 쉽게 열어줬다.


박보검·김유정 주연의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18회까지 방영되는 동안 드라마 톡방에서는 무려 259만건의 코멘트가 오갔다. 뒤를 이어 이준기·아이유 주연의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249만건, 공유·김고은 주연의 <도깨비>가 108만건으로 톡방 상위권에 랭크됐다.

시청률과 대중의 반응, 톡방의 대화 개수는 놀라운 상관관계를 보인다. 이에 드라마 제작관계자들은 대중의 반응을 살피는 도구로 톡방을 활용한다. 대중이 어떤 장면에 열광하는지, 어떤 흐름이 전개되길 원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톡방이 대중의 생각을 읽는 소통의 도구로 유용하기 때문에 자체 필터링을 통해 정보의 순도를 높여 활용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댓글, 톡방 등을 이용하는 계층은 광고주들이 광고효과가 높은 소비계층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더 주목받는다. 스마트폰을 잘 다루고 콘텐츠에 영향을 많이 받는 20~40대가 주로 톡방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광고주의 타깃층과 일치한다.

톡방의 장점은 뚜렷하다. 드라마 관계자와 광고주는 여론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드라마를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예전에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타인과 만나려면 팬클럽에 가입하거나 커뮤니티 등을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손쉽게 뭉칠 수 있는 것이다.

시청자의 댓글로 만들어지는 드라마도 등장했다. 국내 최초 댓글드라마인 상상극장 <우.설.리>(우리를 설레게 하는 리플)가 지난해 추석특집으로 방영된 바 있다. <우설리>는 네티즌의 댓글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해 주목받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시청자의 댓글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다. 2015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시청자의 댓글을 주요 콘텐츠로 끌어올린 프로그램이다. 시청자의 실시간 댓글을 프로그램에 자막처럼 삽입해 출연자가 자신의 관심분야를 소개하는 부분보다 더 큰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댓글 왝더독 현상, 영향력 주목

이처럼 댓글이 콘텐츠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막강해지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발생한다. 대중은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콘텐츠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댓글이 기사화되기도 하고 콘텐츠의 방향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댓글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독자의 댓글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코럴 프로젝트(Coral Project)를 실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IT업체 모질라(Mozilla) 파운데이션이 손을 잡고 코럴 프로젝트를 위한 3가지 애플리케이션을 단계적으로 개발 중이다.

코럴 프로젝트의 두번째 단계인 애스크(ASK)는 뉴스콘텐츠에 대한 의견을 독자에게 묻고 이를 기사에 반영한다. 단순히 기사를 읽고 의견을 적는 댓글에서 한층 더 나아가 독자가 뉴스 창출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다.

코럴 프로젝트의 세번째 단계인 토크(TALK)는 라이브 형태로 독자와 소통을 진행해 디지털콘텐츠로 만드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저널리즘 혁신에 투자하는 나이트 파운데이션(Knight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았다.

그레그 바버 워싱턴포스트 디지털뉴스 담당국장은 “독자와의 신뢰 재설정이 디지털뉴스룸의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언론사의 댓글서비스가 새롭게 재편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널리즘이 독자와의 소통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댓글콘텐츠의 영향력이 저평가된 이유는 거짓 정보, 왜곡 정보, 악의적인 욕설 등 ‘악플’ 때문이었다. 하지만 댓글에 찬성과 반대표를 던져 네티즌 스스로 자정노력을 거듭한 결과 이젠 댓글이 콘텐츠의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앞으로 콘텐츠시장에서 댓글의 무궁무진한 영향력을 주목하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