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수색동 제5투표소 내부. 사진=정의식 기자

우중충한 날씨 탓인지 9일 오전 10시 경 서울 은평구 수색동 제5투표소 인근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아파트 내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이 투표소는 매년 선거 때마다 10여명 이상의 유권자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엔 줄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삼삼오오 투표소로 들어가는 유권자들이 눈에 띄었다.
투표소에 들어서자 10여명의 유권자가 투표를 하거나 대기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문자가 많지 않다보니 신원 확인과 서명 및 투표용지 교부, 투표함 등 각 단계를 관리하는 선관위 담당자들도 한가한 모습이었다. 투표소 초입에서 신원 확인을 맡은 관계자는 “아직은 투표자가 많지 않다”며 “사전투표자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 제5투표소. 사진=정의식 기자

짧은 시간에 투표를 마무리하고 투표소를 빠져나오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 딸과 함께 투표를 마치고 나온 한 가족이 투표소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가족은 “학교에서 부모님과 함께 투표장 인증샷을 찍어오라는 과제를 내줬다”며 “덕분에 아이들에게 투표의 중요성을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딸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서모씨(67·여)는 “지난 수십년간 한번도 선거를 빼먹은 적이 없다”며 “그간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만 결국 우리 자손이 더 좋은 나라에서 살게 될 거라 믿는다”고 투표 소감을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9일 12시 기준 19대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24.5%다. 앞서 4~5일 실시된 사전투표율 26.1%와 합산하면 50%를 이미 넘어선 셈이다. 선관위 측은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이 8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1997년 15대 대선(80.7%) 이후 20년간 치러진 모든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선거 투표율은 80%에 못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