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은 천연요새였다. 해발 500m 위의 철옹성으로 적의 침입이 어려웠다. 판교25통은 예술인들의 열린 공간이다. 느긋하게 산책하고 아무 데나 들어가 볼 수 있다. 과거의 요새와 현대의 골목을 운행하는 타임머신, 성남 도시락(樂)버스 여행을 떠난다.
 

남한산성 행궁.

◆남한산성과 행궁
남한산성의 시작은 언제일까. 병자호란 때 인조가 피난한 장소로 널리 알려졌지만 삼국시대 때부터 이곳은 전략적 요충지였다. 백제의 시조 온조가 세운 성이라는 기록이 있고 나당전쟁 때(신라 문무왕 12년) 한산주에 쌓은 ‘주장성’이 현재 남한산성의 토대였을 거라는 학설도 있다.

고려시대 몽고의 침입을 이곳에서 격퇴했고 일제강점기엔 항일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하였다. 성곽 전체 길이가 11.76km, 면적은 2145㎡으로 성 안에서 물을 구할 수 있고 경작지가 있는 천혜의 요새다. 남한산성 안에는 임금이 머물렀던 행궁도 있다. 한때 이 성은 치욕의 역사만 간직한 채 방치됐지만 역사적 고증과 함께 복원해 2014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남한산성을 보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산성을 중심으로 4개의 트래킹 코스 중 짧은 건 2.9km고 긴 건 5.7km다. 가벼운 여행이라면 남한산성 로터리에서 출발해 북문과 서문까지 오르고 수어장대를 보는 정도의 트래킹이 좋다. 북문은 하남시를 향하고 서문은 잠실 방향이라 서울 야경을 찍는 사진가들도 좋아하는 코스다.

천천히 성벽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 서문과 북문에서 한번씩 멈춰 주변을 살펴보면 좋다. 성벽을 관찰하면 돌의 크기와 축성법이 조금씩 달라 시대별로 증축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남한산성.

서문 밖으로 나가면 경사가 가파르다. 적들이 이곳을 기어올라 오는 것이 쉽지 않았겠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삼전도, 지금의 잠실이다. 병자호란 때 인조 임금이 삼배구고두례를 했다는 ‘삼전도의 굴욕’이 있었던 장소이다. 가파른 길을 보며 당시의 치욕을 상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서문에서 성 안쪽으로 가로질러 올라가면 수어장대다. 지휘관이 올라서서 군대를 지휘하던 건물을 ‘장대’라고 했는데, 남한산성에는 5개의 장대가 있었다. 그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 수어장대다. 원래는 단층이었던 누각을 영조 27년에 2층으로 지으며 ‘수어장대’라는 편액을 달았고 2층에는 특별히 영조가 지은 ‘무망루’(無忘樓)라는 편액을 달았다. 무망은 병자호란에서 인조가 겪은 시련, 북벌을 이루지 못한 효종 등 그 원한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지금은 수어장대 오른쪽 보호각에 따로 보관 중이다. 수어장대 옆에는 프랑스 사람 이폴리트 프랑뎅이 1892~1893년 사이에 찍은 사진이 있어 수어장대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사진은 1900년 열렸던 파리 만국박람회 공식엽서 사진으로 쓰였다 한다.

수어장대를 보고 산길을 따라 행궁으로 내려온다. ‘행궁’은 왕이 도성 밖으로 행차할 때 사용하는 궁이다. 남한산성 행궁은 병자호란 때 인조가 피난 왔던 곳으로 유명하다. 인조는 이곳에서 추위를 견디며 47일을 지내다 결국 청에게 항복한다. 숫적인 열세에도 그만큼 버틴 것은 남한산성이 천혜의 요새여서다. 이후 숙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이 능행길에 이곳을 사용했다고 한다. 특히 정조는 이곳에서 과거시험을 시행하고 남한산성 사대문의 이름을 짓고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남한산성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행궁의 구조는 작은 경복궁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행궁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발굴조사를 한 후 복원한 것인데 이때 다량의 통일신라시대 유적이 나왔다. 건축 터의 규모가 통일신라시대 최대이고 축성 연대는 270~880년대로 측정돼 ‘주장성’이라는 추정에 힘을 실었다.

궁에는 왕이 행차하지 않을 때 광주 유수가 사용한 건물이 있다. 행궁 외행전 옆에 있는 ‘일장각’으로 순조 29년 광주유수 이지연이 세웠고 왕이 행차할 때는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온돌방과 대청 등 전형적인 조선 선비의 집이 재현돼 궁과 함께 관료의 사저까지 볼 수 있다.

후원에는 순조 17년 광주 유수 심상규가 활을 쏘기 위해 지은 정자 ‘이위정’이 있다. 이곳에 있었다는 편액이 탁본으로 전해진다. 심상규가 시문을 짓고 추사 김정희가 글씨를 썼다. 심상규가 활을 쏘았던 것처럼 이곳에서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매시 무료로 운영돼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위부터) 브레드웍스, 판교25통

◆도시락버스 타고 판교25통으로
이건 실 하나로 시작한다. 초 심지를 뜨거운 왁스에 담갔다가 물에 담갔다가 다시 왁스에 담그고 물에 담그기를 반복한다. 조용히 앉아 같은 동작을 천천히 반복하는 아주 단순한 작업이다. 자연스레 마음이 조용해진다. ‘힐링 체험’이라 말하는 이유를 알겠다. 어느 새 심지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 양초 하나가 완성된다. 이게 중세 유럽에서 초를 만들던 방식이라고 한다. 길쭉하고 날씬하게 다 똑같이 나올 것 같지만 사람마다 완성된 초의 모양이 전혀 다르다.

여기는 판교25통의 한 공방이다. 2013년부터 문화예술인이 모이기 시작해 현재 11개 분야 약 40여개 재능기부샵이 입점했다. 물레체험, 컬러쿠키 만들기, 테이퍼캔들, 천가방 만들기, 이끼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거리들을 골목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다. 공방만 있는 게 아니라 예쁜 카페, 독특한 레스토랑, 빵집 등도 걸음을 붙잡는다. 골목 끝 언덕 쪽으로는 판교도서관과 판교청소년수련관이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본 후 골목으로 나와 이것저것 둘러보기 좋다.

이곳에서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청소년자유시장과 25마켓이 열린다. 자유시장은 청소년 재능기부로 여는 청소년 기(技)프트시장과 청소년 벼룩시장이고 25마켓은 판교25통의 문화예술작가들이 참여하는 체험중심 시장이다.

남한산성의 행궁에서 현재의 예술공방 골목까지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 넘어왔다. 타임머신의 역할을 한 것은 성남의 ‘도시락(樂)버스’다. 성남 시티투어는 지난달 15일 운행을 시작해 11월11일까지 운행한다. 마을 체험, 별 보기, 오페라 이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비즈왁스 캔들.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여행지 가는 법]
남한산성: 버스 52, 9, 15-1, 9-1 등 버스 이용 - 남한산성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남한산성: 검색어 ‘남한산성’ /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산성리
판교25통: 검색어 ‘분당판교청소년수련원’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225번길 37

경기도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문의: 031-743-6610
http://www.gg.go.kr/namhansansung-2
행궁 관람시간: (4월~10월) 오전 9시30분 ~ 오후 6시 / (11월~3월) 오전 9시30분 ~ 오후 5시
행궁 관람요금: 어른 2000원 / 청소년 1000원
행궁 해설: 평일 오전 11시부터 총 4회 / 주말·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총 6회
활쏘기 체험: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 정각, 총 6회 (12시는 체험 없음) / 참가비: 무료
주말 상설공연: 전통무예시연 ‘남한시재’ / 취고수악대 퍼레이드 / 광지원 농악공연

성남시티투어
문의: 070-7813-5000
http://www.seongnamtour.com

로망스투어 (성남시티투어 운영사)
문의: 02-318-1664
http://www.romancetour.co.kr
성남시티투어는 매주 다른 스케줄과 특별코스를 포함해 총 7개 코스를 운영한다.
투어 비용: 코스에 따라 1만원 ~ 1만5000원

재능나눔 청소년자유시장
http://www.snyouth.or.kr

음식·카페
카페오렌다: 캔들, 플라워, 가죽 체험을 할 수 있는 카페 겸 공방이다. 커피 맛도 소문이 났고 카페 공간에 향초, 왁스태블릿, 드라이플라워 등이 전시돼 보는 즐거움도 제공한다.
음료: 에스프레소류 3500원 ~ 6500원 / 차 5000원 ~ 7000원
체험: 태블릿 1만2000원 / 테이퍼캔들 8000원
050-6541-9817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257번길 20

브레드웍스: 판교25통에 위치한 베이커리카페로 바게트, 치아바타, 프레즐 등 달지 않은 식사빵 종류가 맛있다.
스콘 2500원 / 프레즐 2800원 / 시금치치아바타 3500원 / 우유식빵 3500원
031-707-0450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225번길 8-7

미스터신 돈까스: 판교도서관 앞에 위치한 푸짐하기로 소문난 맛집이다.
미스터신특선돈까스 8500원 / 진짜돈까스 8500원 / 해물냄비우동 8500원
031-8016-3389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225번길 8

숙박
청와정: 남한산성 내에 있는 한옥식 펜션으로 식당이었던 건물을 숙소로 리모델링했다.
예약문의: 031-743-6557 /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남한산성로780번길 20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