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만큼 예측하기 힘든 시장이 또 있을까. 주식시장의 흐름을 철저하게 분석하더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다. 한번 급등세를 탄 주식이 뚜렷한 이유 없이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기현상도 발생하지만 다음날 바로 급락세로 돌아서기도 한다.
주가 상승을 견인할 만한 뚜렷한 근거가 있더라도 주가 흐름을 추정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4차산업, 일자리정책, 출산대책, 경제민주화 등 정부의 정책이 발표되면 관련 종목이 주목을 받는다. 증권사, 언론 등에서 정책과 연관성 높은 종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막상 정책이슈가 현실화되기 전에 수그러드는 경우도 많다.
요동치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증권과 관련된 언론, 증권사, 전문가 등의 의견에 투자자는 현혹될 수밖에 없다. 돈을 운용하는 주체가 최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고 믿는 투자자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분석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다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개인투자자, 냉철한 시각 필요
2015년 7월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추진됐다. 필자가 아는 한 극히 일부 증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는 삼성그룹의 합병 방식에 긍정적인 의견을 발표했다. 언론사들도 삼성그룹의 합병 관련 소식을 긍정적인 뉘앙스로 전달했다.
당시 삼성그룹의 합병에 반대 의견을 던진 미국의 엘리엇을 비판하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외국인 주주들은 삼성그룹의 합병에 반대표를 많이 던졌지만 대부분의 국내기관은 찬성했다. 일부 국내기관이 합병비율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결국 대세에 묻혔다.
최근 삼성그룹의 합병 이슈 관련 재판의 1심 선고가 있었다. 당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장과 국민연금의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검찰에 따르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압박해 국민연금은 1388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역시 근거 없이 삼성 합병 시너지를 2조원으로 부풀리는 등의 혐의를 받았다.
물론 두 피고인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등 대법원의 판결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명확한 사실관계를 따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기서 개인투자자들은 냉철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바로 정부가 모은 국민의 돈이든 개인 고객의 돈이든 그 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자들이 과연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들이 투자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자주 논의되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도입이 시급하다. 기관투자자가 단순히 주식을 보유하는 역할에서 나아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해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스튜어드(steward)는 남자 승무원이나 집사를 뜻하는데 2010년 영국에서 시작된 스튜어드십은 스튜어드의 행동지침을 의미한다. 현재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를 포함해 10여개 국가가 운용 중이다. 일본도 2014년 도입했다.
그러나 영국, 일본 등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관투자자의 투자 관행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회의론이 일었다.
국내에서도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부정적 시각도 크다. 여전히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투자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등 경영에 간섭하는 것을 대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시자가 많을수록 경영의 투명성이 강화되고 배당성향이 높아지는 등 주주친화정책도 빨라진다. 일본도 스튜어드십 도입이 15년 만에 주가지수 2만선을 돌파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많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생각해보자.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이미 지주회사체제가 정립된 그룹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지배구조개선 관련 펀드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거래하는 금융기관의 PB와 충분히 상담하고 투자하기를 권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7원칙
①기관투자자는 고객, 수익자 등 타인 자산을 관리·운영하는 수탁자의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명확한 정책을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
②기관투자자는 수탁자의 책임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실제 직면하거나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이해상충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효과적이고 명확한 정책을 마련해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③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제고해 투자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④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와의 공감대 형성을 지향하되 필요한 경우 수탁자의 책임 이행을 위한 활동 전개 시기와 절차, 방법에 관한 내부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⑤기관투자자는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지침·절차·세부기준을 포함한 의결권 정책을 마련해 공개해야 하며 의결권 행사의 적정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사유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
⑥기관투자자는 의결권 행사와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에 관해 고객과 수익자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⑦기관투자자는 수탁자 책임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필요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