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농협물류 회사소개 브로셔

최근 농협 자회사인 농협물류와 한진택배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잠잠하던 ‘농협 택배’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농협물류에 따르면 이 회사는 빠르면 올 3분기 중 한진택배와 MOU를 맺고 올 연말부터 전국 농·축협과 하나로마트 등 농협의 경제사업장 4000여개소에서 택배 접수·배송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 농협물류 “택배진출 아냐”


농협물류와 한진택배가 체결할 MOU는 택배업계의 큰 관심을 받는다. 앞서 시도됐다가 물류업계의 반발로 무산된 ‘농협 택배’ 사업이 다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앞서 농협은 과거 수차례 M&A를 통한 택배시장 진출을 검토했지만 업계의 반발로 포기한 바 있다. 특히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장이 재임하던 2014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 아래 적극적으로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물류업계 등이 “농협의 택배시장 진입이 시장질서를 교란시킨다”며 강하게 반대해 계획이 철회됐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물류와 한진의 MOU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농협이 택배시장 진출을 넘보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물류업계에서 나온 것. 이에 대해 농협물류 측은 “한진택배와 추진하는 MOU는 편의점에서 택배를 취급하듯 농협 지점과 하나로마트 등이 택배 취급점이 돼 택배를 접수하면 한진택배에서 이를 인계받아 배송해주는 방식”이라며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택배회사 설립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기존 택배회사와 업무를 강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경우 농협은 농축산물 판매 확대를 위한 택배 배송망을 구축할 수 있고 도서지역에 거주하는 농업인들에게 택배 편의도 제공할 수 있다. 업계 2위인 한진택배는 농촌 지역의 택배 취급 물량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농협물류 택배사업 흐름도. /이미지=농협물류 홈페이지 캡처

◆ 택배 진출 가능성은 여전
결론적으로 이번 한진택배와의 MOU는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과 별다른 연관이 없어 보인다. 다만 농협이 다시 택배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물류업계의 상황이 변하고 있어 농협이 이번 MOU를 통해 노하우를 쌓으며 차후 인수합병(M&A)을 통한 진출을 준비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농협이 택배사업 진출을 철회한 가장 큰 이유는 ‘명분’을 잃어서다. 당시 농협은 택배시장 진출의 큰 이유로 우체국 토요배송 중단을 꼽았다. 그런데 우체국의 토요택배 서비스가 재개되자 농협은 명분을 잃게 됐다.

하지만 최근 연이은 집배원 사망사고로 우정사업본부 노조에서 ‘토요일 택배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우체국의 토요일 택배가 폐지될 경우 농협택배의 명분이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물차 허가제가 등록제로 변경될 경우 기존 택배업체가 농협의 택배 진출을 반대할 명분이 떨어진다는 점도 변수다. 그간 택배업계는 “농협법 적용을 받아 증차에 자유로운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불공정 경쟁”이라며 반대해왔다. 현재 1.5톤 이하 화물차량에 대해 등록제로 전환하는 법안(화물운수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만약 통과된다면 농협은 택배업계가 제기한 차량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와진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인 자체 네트워크와 농축산물 유통 인프라를 지닌 농협이 성장세가 큰 택배사업을 탐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당분간은 기존 택배업에 위탁해 간접적인 택배업 경험을 쌓아 나가면서 향후 직접 진출할 명분을 찾으려 애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