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DB

지난달 랜섬웨어 사태를 겪으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다시금 주목받았다. 때마침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시세가 급등하면서 주요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로 떠올랐다.
2009년 1월 등장한 비트코인은 1년7개월 동안 시세 0원의 굴욕을 당했다. 2010년 8월20일 시세 0.06달러를 기록하며 처음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3년 처음으로 1000달러선을 돌파한 비트코인의 시세는 등락을 거듭하다 이달 들어 2962달러를 기록하며 급등했다.
비트코인의 성공에 힘입어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리플코인 등 약 700여종에 달하는 가상화폐가 등장했고 시장은 60조원에 육박할 만큼 성장했다. 시장이 성장하고 블록체인 등 관련 기술이 확산되면서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직접 ‘채굴’하고자 채굴기를 제작하는 사람도 늘었다.

◆비트코인 열풍에 그래픽카드 '품귀'


비트코인은 컴퓨터프로그램을 활용해 인터넷 상의 수학문제를 풀어야 획득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채굴'(Mining)이라 부르며, 효율적인 채굴을 위해서는 복잡한 계산과정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GPU(Graphics Processing Unit)라는 부품이 필요하다. 그래픽카드의 CPU로 불리는 칩셋이다. 일반적으로 채굴기는 고성능 GPU가 탑재된 그래픽카드를 6개 장착해 만든다. 이 때문에 채굴기 제작자들이 그래픽카드를 싹쓸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채굴에 가장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라데온 RX580. /사진=기가바이트

실제로 최근 서울 용산전자상가에는 PC의 핵심부품인 그래픽카드가 자취를 감췄다. 조립PC를 판매하는 사업자들은 “그래픽카드의 씨가 말라버렸다”며 “비트코인 열풍 때문에 정작 조립PC 주문이 들어와도 부품이 없어 팔지 못한다”고 탄식했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용산 컴퓨터매장에서는 인기있는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조립PC를 주문하면 2~3주가량 소요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는다.
이들은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라데온의 RX580을 중점적으로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RX580 구입 경쟁이 치열해지자 가격이 더 비싼 엔비디아의 GTX1060, 1070에 이어 최신형 그래픽카드인 GTX1080까지 손길을 뻗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RX580은 구경 못한지 한참 됐다”며 “기존 전문채굴가에 이어 최근에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도 그래픽카드 구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굴기 제작에 200만~300만원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채굴하면 돈 벌 수 있을까

그렇다면 개인이 채굴기를 제작·구입해 가동한다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원금 회수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사진=이더리움 홈페이지 캡쳐

직장인 A씨(35·남)는 최근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이더리움 채굴을 위해 그래픽카드 6개를 포함, 약 240만원을 들여 채굴기를 장만했다. 그는 채굴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원활한 채굴을 위해 전력량과 속도를 최대치로 설정하고 24시간 가동했다. 700W짜리 파워서플라이가 쉴새 없이 가동해 한달기준 약 489kWh의 전력을 소모했다. 한달간 채굴한 0.9이더리움을 최근 시세로 환산하니 약 38만2500원. 채굴에 들어간 전기요금 10만630원보다 약 28만1800원을 더 벌어들였다. 현재의 시세가 이어질 경우 투자원금을 회수하는 데 약 9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정시간이 지날 때마다 채굴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점을 감안하면 원금 회수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이더리움의 시세가 급등하면 원금 회수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둘다 예측이 쉽지 않은 변수다.
그래서인지 A씨는 더이상 이더리움을 채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하루에도 수백번 시세가 요동치는 바람에 온 신경이 이더리움 시세에 곤두서는 느낌”이라며 “한달을 해봤지만 헛고생만 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시세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가상화폐의 종류가 과하게 많은 측면이 있다”며 “채굴량도 점차 감소하고 있어 개인 수준의 채굴이 효율적인지 의문이 든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이어 “가상화폐는 하루에도 두자릿수 넘게 시세가 춤을 춰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