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지난 5월 거래가 재개된 뒤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낸 주가가 최근 급락했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시장의 기대에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최근 내리막길을 걸자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떨어진 현대중공업 주가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앞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속된 후판가격 상승이 눈에 띈다. 과거 후판가격이 오를 때 주가가 상승한 만큼 이번에도 기대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52주 신고가 달성 후 곤두박질친 주가
지난 3월30일 거래가 정지된 현대중공업은 4월1일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투자사업을 인적분할방식으로 분사시키고 조선·해양플랜트·엔진사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당시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사업분할로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어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강화된다”며 사업분할에 찬성 의견을 내놨다. 시장의 관측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중공업의 분할로 나타나는 ‘재무구조 개선과 순환출자 해소’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거래가 재개된 지난 5월10일 조선·해양플랜트·엔진사업을 들고 나온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나쁘지 않았다. 이날 15만7000원에서 출발한 주가는 장중 18만2500원을 찍었고 18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긴 했지만 6월에 들어서면서 다시 상승 탄력을 받아 같은 달 14일 18만6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현대중공업은 이틀간 같은 가격을 유지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지난 6월16일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6월20일 포스코가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1.94%(110만1247주)를 전량 처분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푹 꺼졌다. 같은 달 22일에는 종가 기준 17만3500원까지 떨어지며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거의 일주일 만에 주당 1만2500원(-6.72%)의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주식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할지, 팔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오히려 지금이 현대중공업에 투자할 적절한 시기라고 평가한다. 또 일부 증권사들은 현대중공업을 업종 내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들 증시전문가와 증권사가 현대중공업을 높게 평가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가장 큰 근거는 후판가격 상승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후판가격 상승에 따른 주가 상승여력 ‘有’
후판가격 상승은 조선업 주가에 긍정적이다. 선박가격의 구성요소 중 하나가 후판가격이기 때문이다. 2015년 말 톤당 40만원 수준이었던 국내선 후판(20㎜ 기준)가격은 지난해 초부터 상승세가 이어져 현재 58만원까지 45% 상승했다. 후판가격 상승에 따른 건조원가 상승은 선박가격을 올려 조선소의 매출 증가로 나타나고 또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2003년 이후 국내 조선업 주가는 후판가격 인상과 71.0%의 높은 상관도를 보였다. 실제로 2011년 이후 국내 조선업의 수익성은 후판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개선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이같이 국내 조선업 주가가 후판가격이 오를 때 상승세를 나타낸 점에 미뤄보면 현대중공업의 주가도 상승여력이 존재한다.
물론 건조원가가 과거와 달라지면서 후판가격 변동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 2014년 이후 후판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선박가격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선박가격을 구성하는 건조원가 중 설계변경에 따른 기자재와 부품 비중 하락이 후판가격 인상분을 상쇄하면서 건조원가를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건조원가의 구성요소는 후판과 기자재, 부품 등 원자재와 인건비 등이다. 건조원가에서 기자재와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후판보다 높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이 설계의 혁신으로 동일 선박가격에서 건조 수익성을 높여가는 점은 기대되는 부분이다.
◆탱커선이 밀고 가스선이 당기며 ‘수주 정상화’
후판가격 상승이라는 외부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이 영위하는 사업에서도 주가 상승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인적분할한 사업을 제외하고도 이익의 안정성이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발주물량이 양호한 탱커선이 밀어주고 가격이 높은 가스선이 당기면서 수주가 정상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주가 부족해 생산계획과 매출목표를 낮춰 잡은 점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물론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겠지만 수주 증가는 결과적으로 수주잔고 감소를 막아 투자매력이 개선될 전망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이 예상보다 낮은 수주목표를 제시했으나 현 추세라면 어렵지 않게 초과달성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국제유가도 해양플랜트 개발에 알맞은 수준으로 맞춰지고 있어 올 하반기에는 대규모 수주가 기대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을 업종 내 최선호 종목으로 제시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내놨다. 목표주가는 24만5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신영증권 역시 현대중공업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24만원으로 올렸다. 하나금융투자는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4만원, HMC투자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0만원을 각각 제시했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액 17조7000억원, 영업이익 6043억원, ROE(자기자본이익률) 3.9%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선과 해양부문 실적은 한자리 수주를 기록하겠지만 엔진부문 수익성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이 높은 유전 굴착장치인 리그(Rig)의 수주잔고가 없다는 점에서 이익 신뢰성이 높다”며 “현대중공업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