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한 문재인정부가 본격적 행보에 돌입했다. 정부가 밝힌 로드맵대로 현재 6470원인 최저시급을 2020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앞으로 3년간 연평균 15% 이상 인상해야 한다. <머니S>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한 정부의 구상과 이해당사자의 엇갈린 시각을 조명했다. 나아가 해외 최저임금 사례를 살피고 사용자와 근로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또 최저임금 1만원 실험에 나선 이들을 만나 상생의 길을 물었다.<편집자주>

문재인정부의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계획을 놓고 사용자와 근로자가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사용자 측의 주장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선 최저임금 1만원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는 근로자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해 논쟁을 끝낼 묘안을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머니S>가 논쟁의 한복판에 선 양측 대표인사에게 각각 최저임금 논쟁의 해법을 물었다.


◆사용자 “잘못된 진단, 어긋난 처방”

2014년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소상공인연합회는 전국 700만 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계획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1순위 후보군이다. 이들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반기지 않는 것은 예견된 일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아우성은 정부와 노동계의 목소리에 눌려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리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만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바라본 최저임금 인상논쟁의 해법은 무엇일까.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이자 소상공인연합회 임원으로 활동 중인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는 “최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진단이 잘못돼 치료법도 틀렸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아니라 근로·장려세제 확대와 같은 실효성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 /사진제공=소상공인연합회

다음은 김 이사와의 일문일답.
-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계획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건 새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엮은 민주노총의 정책을 여과 없이 받아들였다. 근로시간 단축(주당 최대 68시간→52시간)으로 월급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민노총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사용자의 고용축소 및 줄폐업으로 실제 저소득 근로자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 평가의 근거는 무엇인가.
▶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시애틀에서의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애틀 최저임금이 2014년 9.47달러에서 2015년 11달러로 올랐을 때는 노동시간과 일자리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이듬해 13달러로 또다시 오르자 저임금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9% 줄어 결과적으로 월평균 소득이 125달러가량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직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에게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정부가 논의 중이라는 카드수수료 인하,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은 최저임금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이 같은 논의는 이명박정부 때부터 이어졌다. 최저임금 인상분의 절반가량을 현금으로 지원하거나 부가세를 대폭 인하하는 등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실질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소상공인이 납득할 수 있다.


- 근로자 측과의 이견을 좁힐 방안을 갖고 있나.
▶최저임금은 그 나라의 복지수준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수를 늘리듯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각 나라의 경제성장률, 소득분배율, 업종별 차이를 감안해 인상폭이 정해져야 한다. 이런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최저임금 근로자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기 위한 근로·장려세제 확대, 세금감면 등 다른 지원책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 적정한 최저임금은 얼마라고 보는가.
▶매년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적정한 수준에서 인상폭이 정해져야 한다. 구체적 수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 끝에 결정하면 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뛰어가라고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근로자 “새로운 논의의 장 필요”

편의점, 음식점, 주유소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과거 최저임금도 못받거나 부당하게 임금을 떼이면 개인적으로 노동청에 신고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2013년 8월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이 출범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알바노조를 통해 단체행동이 가능해졌으며 고용주와의 교섭으로 근로조건도 협의할 수 있게 됐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게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운 요즘 불안한 노동의 세계에 발을 디딘 알바들에게는 든든한 우군인 셈이다.

최근 알바노조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최저임금 1만원은 근로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며 “양극화와 소득분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최저임금 논의를 넘어 보다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 /사진제공=알바노조

다음은 최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계획을 어떻게 평가하나.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추진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우리는 3년 뒤가 아닌 내년부터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이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근로자의 삶은 파탄 수준이고 이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면서 살기 위해선 최저시급 1만원으로의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의 근로시간·소득 감소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사용자 측이 주장하는 미국 워싱턴대 연구보고서는 관련된 수많은 연구 중 하나일 뿐이다. 마이클 라이히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노동고용연구소(IRLE) 교수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분석한 ‘최저임금 15달러, 로스앤젤레스(LA) 사례 연구’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LA 노동자, 주민, 기업에게 많은 혜택을 줄 거라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증가비용은 이직률 감소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일부 상쇄되며 나머지 비용은 단기적으로 가격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이윤감소나 상업 임대료 감소로 흡수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 직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에게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저임금 구조를 깨는 과정에서 일정부분 고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도 서민이므로 적절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최저임금 이하의 수익을 얻는 소상공인에게는 정부의 직접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소상공인이 힘든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고가의 임대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착취, 카드수수료 등 다양한 문제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포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사용자 측과의 이견을 어떻게 좁혀야 한다고 생각하나.
▶사용자 측은 지난 10년간 매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기존 최저임금위원회에선 시급히 해결해야 할 최저임금 근로자, 영세소상공인의 고달픈 삶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최저임금뿐 아니라 다양한 정책을 논의할 새로운 논의 기구가 필요하다. 새로운 논의의 장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머리를 맞대고 양극화와 소득분배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 적정한 최저임금은 얼마라고 보는가.
▶1만원이 마지노선이다. 대다수 사용자가 감당할 수 있고 근로자가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최저임금 근로자의 주머니에 돈이 많아져야 소비가 활성화돼 영세자영업자의 소득도 늘어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